학교에서 미관상의 이유로 화장실을 없앤다고 하자. 학생들이 항의하니까 학교에서 “화장실 철거 문제는 학생회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고 본교 퇴계인문관의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학생지원팀과 문과대 행정실장의 소관이다”라고 말한다고 하자. 학교와 더 이상 대화가 안 될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학교가 화장실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면 된다. 금잔디에서 똥 싸놓는다던지, 틈틈이 오줌을 페트병에 모았다가 밤에 몰래 600주년 기념관 1층 대리석에 흘려놓는다든지 등등. 꾸준히 학교 곳곳에 똥을 설치하면 미관이고 뭐고 간에 화장실을 다시 설치하게 되어 있다.
대자보를 똥에 비유해서 좀 그렇기는 하지만, 대자보판의 해법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대자보판을 다시 만들 때까지 학교 여기저기에 게시물을 붙이는 것이다. 큰 종이도 필요 없다. 종이가 크면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늘어난다. A4나 A3 크기의 인쇄물을 천 명 정도 돌아가면서 심심할 때마다 몰래 붙이면 된다.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게릴라식으로 돌아가면서 벽에 몰래 붙이고 몇 명 잡혀도 계속 붙이면 어떻게 될까?
퇴계인문관 외벽에 대자보판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학교가 생겼을 때부터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가 대자보판을 설치한 이유는 학생들의 대자보 부착을 장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 측의 필요 때문이었을 텐데, 학교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러한 필요성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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