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7

박경철의 <자기혁명> 비판

동료 대학원생이 박경철의 <자기혁명>을 읽길래 무슨 말이 나오나 몇 쪽 읽어보았다. 박경철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선 그 책은 제목과 달리,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것만 잔뜩 써놨다. 그 책을 읽으니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술술 들리는듯했다. “사랑하는 (사랑하는) 온곡 (온곡) 초등학교 (초등학교) 어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박경철이 그 책에서 말한 게 자기혁명이라면 내가 보았던 교장선생님들은 혁명가일 것이다.

그 별거 아닌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도 정말 별로였다. 마치 책 많이 읽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의 글 같았다. 한 줄로 끝낼 말을 이상한 수사를 덧붙여서 2쪽에 걸쳐 써놨는데, 보통 그런 것은 글을 안 써본 사람들이 많이 한다. 그런 사람들은 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멋있는 단어를 쓸지 누구의 명언을 인용할지를 더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책표지에는 박경철이 대단한 독서가네 어쩌네 써있는데, 어쩌면 책이라는 게 사람을 크게 바꾸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김난도 책도 150만부가 팔리는 판이라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안철수가 대선 후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석연치 않다. 박경철과 그의 친구 안철수는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고 그게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그 토크콘서트의 내용이라는 것이 <자기혁명>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면,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나라가 개판이면 그런 별 거 아닌 거에 현혹되겠나.

말기 증상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거에 현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나라 말에 장각은 “나한테 쌀 다섯 말만 가져오면 병을 낫게 해주지. 그런데 병이 안 나으면 네가 나를 안 믿어서 그런 거야”라고 했다. 나라가 멀쩡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안 나올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이 나타나도 사람들은 외면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먹힌다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가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면 사람들이 평생 정치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을까. 아, 그러고 보니 2002년에는 정몽준이 있었네.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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