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연동이가 집을 나간 뒤 몇 달 간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고양이가 없으니 금방 빈자리가 드러났다.
창고에서는 쥐가 페트병에 담긴 쌀을 먹으려고 페트병을 쏠았다. 페트병에 구멍이 뚫려서 쌀이 줄줄 샜다. 땅콩을 캐서 창고 구석에 두었더니 까치들이 심심할 때마다 들어와서 땅콩을 먹고 갔다. 덮개 같은 것으로 덮어도 치우고 땅콩을 먹었고 상자에 두어도 빈틈을 찾아내서 땅콩을 먹었다. 사랑방에는 뱀이 들어올 뻔했다. 사랑방에서 컴퓨터를 하다 느낌이 이상해서 방문을 보니 방충망 너머로 유혈목이가 허리를 세우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재작년에 방충망을 교체하지 않았다면 뱀이 그대로 방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코브라가 아니어도 웬만한 뱀은 허리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놀라서 죽을뻔했다.
나나 어머니나 “고양이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와 어머니 모두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반-사실적으로 말할 때는 항상 “화천이가 있었다면”, “연동이가 있었다면”이라고 말한다. “화천이가 있을 때는 뱀도 잘 잡았는데”, “화천이가 있을 때는 쥐가 꼼짝도 못 했는데”, “화천이는 기러기도 잡았는데”, “연동이도 똑똑해서 화천이처럼 자랐을 텐데”라고 말하지 “고양이가 있었다면”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집에 있었던 것은 여느 고양이가 아니라 화천이와 화천이의 새끼들과 연동이였기 때문이다.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