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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4

고양이집 안에 들어가 햇볕을 쬔 우리집 고양이



어디서 다른 고양이한테 얻어터지고 왔는지, 우리집 고양이가 약간 우울해 보였다. 상자로 고양이가 낮에 지낼 집을 만들어준 다음, 고양이를 끌어안고 둥개둥개를 해주었다. 몇 번 둥개둥개 할 때는 고양이가 가만히 있었는데, 잠시 후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내가 만든 집을 쳐다보고는 뒷발로 나를 밀어내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예전에 고양이집을 만들어줄 때는 바람이 덜 들어가라고 문을 현관문 쪽으로 향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햇볕을 쪼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문을 남쪽으로 향하게 했다. 같은 방식으로 집을 만들고 출입구의 방향만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더니, 고양이가 집에 들어가 햇볕을 쬐며 잤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높아져서 고양이집 안으로 햇볕이 들지 않자, 그제서야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와서 햇볕을 쬐면서 잤다. 그런데 여전히 우울한지, 나보고 놀자고 울지는 않았다.

(2025.11.14.)


2026/01/12

어머니에게 삐친 우리집 고양이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집에 오면 고양이가 “와-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데 집이 조용했다. 고양이가 어디 다른 곳에 가서 놀고 있나 싶었는데, 코 앞에 있었다. 현관문 앞에 둔 상자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고양이가 창고에 똥이라도 싸서 어머니한테 혼났나 싶어서, 고양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오늘 집에 연동이가 왔어. 고양이하고 싸우지는 않고 으르렁거리면서 기 싸움을 하는데, 내가 반가워서 연동이 보고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 그런데 그냥 가더라. 그러고 나서 고양이가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저러고 있대?”

며칠 전 내가 보았던 연동이 닮은 고양이가 우리집에 왔던 모양이다. 내가 그러했듯이 어머니도 우리집과 아무 상관 없는 고양이를 붙들고 우리집에서 살자고 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우리집 고양이로서는 어머니의 행동에 서운했을 수도 있다. 우리집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집 고양이인지 길고양인지 알 수 없는 놈이 집에 들어와서 자기 딴에는 으르렁거리면서 영역을 지켰는데, 어머니가 우리집 고양이가 아니라 다른 고양이 편을 든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로서는 기분이 나쁠 만도 하다.

나는 현관문 앞에 앉아서 상자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고양이를 상자 밖으로 꺼내서 안마를 해주었다. 한참 안마를 해주니 고양이가 평소처럼 소리를 내고 나를 따라왔다.

(2025.11.12.)


2026/01/02

연구 분야나 관심 분야를 표기하는 방법



핵심어를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나 관심 분야를 소개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사람 만날 때마다 전공 분야가 바뀌는 준-사기꾼들이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허영심 가득한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놈들은 “오는 길에 귀여운 고양이를 보았다”고 말하면 될 것을, 고양이의 계-문-강-목-과-속-종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마치 분류학에 정통한 사람인 듯한 냄새를 풍기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단지 정돈 안 되고 정신 산만한 사람이 두서없이 자기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의 핵심어를 나열하면, 마치 다재다능한 척, 르네상스 지식인이라도 되는 척 뽐내는 준-사기꾼이나 허풍선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군더더기 없이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에 대해 소개하더라도 상대방이 해당 분야가 어떤 것인지 금방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의 철학과 사회과학의 철학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면, 경제학이 사회과학의 한 분과이니 그냥 사회과학의 철학으로 묶이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꼭 나온다. 경제학이 사회과학의 한 분과인 것은 맞는데, 경제학의 철학과 사회과학의 철학은 상당 부분 겹치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의 철학이 사회과학의 철학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다 보면, 이야기를 듣던 사람은 눈이 풀려 있거나 자꾸 다른 곳을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설명하다 중간에 멈추면 상대방을 무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하던 말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의 분류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가령, 떠벌떠벌 말하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 “나는요, 일단 철학 전공이구요, 그 중에서 과학철학 전공인데요, 과학철학도 프랑스철학 쪽과 영미분석철학 쪽이 있는데 분석철학 쪽이구요, 경제학의 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요새는 계량거시경제학 쪽에 관심이 있어서 박사학위논문은 그 쪽으로 쓰려고 하는데, 인과를 다루려구요. 인과는 형이상학의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인데...”라고 말한다고 해보자. 간단히 말하면, 아직 박사학위도 없고 학위논문 작업에서 진척된 것도 없는 주제에 떠벌떠벌 하는 것인데, 하여간 철학, 과학철학, 프랑스철학, 분석철학, 경제학의 철학, 계량거시경제학, 인과, 형이상학까지 여덟 단어나 나왔으나,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거의 없다. 이런 말을 듣고 멍청이들이 속아 넘어가도 문제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의심해도 문제다. 해당 분야를 분류 체계로 정돈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철학 > 과학철학 > 경제학의 철학 > 거시경제학에서의 인과 (분석철학)

형이상학에서 논의되는 인과에 관한 논의를 잘 모르면 위와 같이 한 줄만 적으면 될 것이고, 인과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도 웬만큼 안다면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 > 과학철학 > 경제학의 철학 > 거시경제학에서의 인과 (분석철학)

철학 > 형이상학 > 인과

이러한 제시 방식을 응용하면, 경제학의 철학과 사회과학의 철학이 어떤 식으로 다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직관적인 정보 전달을 할 수 있다. 가령, 관심 분야를

철학 > 과학철학 > 경제학의 철학

철학 > 과학철학 > 사회과학의 철학

이라고 제시하면, “철학 > 과학철학 > 사회과학의 철학 > 경제학의 철학”이라고 제시하지 않은 점에 근거하여 두 분야가 포함 관계가 아닐 수 있겠다고 추론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에 연구가 잘 되어서 연구 분야가 확장되었다고 해보자. 거시경제학에서의 인과를 연구하다가 계량경제학사에도 손을 대었고, 1940년대 계량경제학의 태동기의 인과 관련된 논의도 손을 대서 경제학사 논문도 쓰게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연구 분야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철학 > 과학철학 > 경제학의 철학 > 계량거시경제학에서의 인과

역사학 > 과학사 > 경제학사 > 계량경제학사 > 1940년대 > 인과

이렇게 나타내면 특별히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두 연구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내적인 연관성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 연구가 확장되었을지는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연구가 잘 된다고 해도 너무 떠벌거리면 재수 없어 보일 뿐 아니라 멀쩡한 성과도 다른 사람에게 의심받을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제시하면 연구 성과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었는지 짐작하기 쉽게 보이기 때문에 신뢰도도 잃지 않을 수 있다.

(2025.11.02.)


고양이집 안에 들어가 햇볕을 쬔 우리집 고양이

어디서 다른 고양이한테 얻어터지고 왔는지, 우리집 고양이가 약간 우울해 보였다. 상자로 고양이가 낮에 지낼 집을 만들어준 다음, 고양이를 끌어안고 둥개둥개를 해주었다. 몇 번 둥개둥개 할 때는 고양이가 가만히 있었는데, 잠시 후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