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31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도서관 옥상에서 하는 <별빛 영화제>에 갔다. 영화제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고 마지막 날에는 영화 <라라랜드>를 상영했다. 나는 영화 보러 혼자서 도서관 옥상에 갔다.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20분까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미국과 재즈에 대하여 강연했다. 일몰 예정 시간이 7시 40분이어서 7시 30분까지 강연하기로 했는데 강연이 예정보다 10분 일찍 끝났다. 사회자는 남은 시간을 메우기 위해 관객들한테 이것저것 시켰다. ‘도서관’으로 삼행시 지어보라고 하고 그 날 생일인 사람도 선물도 주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는데, 그래도 해가 지지 않았다. 사회자는 첫 사랑과 결혼한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다. 어떤 중년 남자가 손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가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주고 나서 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첫사랑이 다른 사람하고 사는데 잘 살면 배가 아프고, 첫사랑이 다른 사람하고 사는데 못 살면 마음이 아프고, 첫사랑과 같이 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사회자의 진행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아줌마 뭐지? 김제동인가?’

  

<라라랜드>는 연기도 못하면서 배우가 되겠다고 우기는 여자 주인공과 아무도 재즈를 안 듣는 시대에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는 남자 주인공이 연애하는 영화다. 영화 초반은 너무 지루했다.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었으면 좋겠는데 툭 하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야기가 느슨하고 지루해서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건가 싶었다. 영화 보러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뮤지컬 영화냐. <심슨 더 무비> 같은 거나 봐야 하는 건데.’ 그래도 사람들이 저런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계속 봤다. 영화 중반까지 버티고 보니까 나름대로 괜찮아졌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하고 같이 살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음악을 하기로 한다.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이 잘 나가는 밴드의 일원이 되면서 떼돈을 벌려고 하려는데, 오디션 한 번 제대로 붙어본 적 없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면서 멀쩡히 일 잘 하는 사람을 뒤흔든다. 그렇게 남자 주인공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가난뱅이로 남고, 여자 주인공만 유명한 배우가 되어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게 된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 주인공은 우연히 공연장에서 남자 주인공의 공연을 보게 된다. 여자 주인공이 자기 공연장에 온 것을 안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사귈 때 들려주었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영화 마지막 10분은 이렇게 진행된다. 남자 주인공의 연주가 시작되자 영화는 맨 처음 장면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다가가는데 영화 초반과 달리 두 사람은 입을 맞춘다. 남녀 주인공들이 하는 선택이 죄다 바뀌고 남녀 주인공들이 하는 일의 결과도 모두 바뀐다. 이것을 10분 안에 빠른 속도로 보여준 후, 남녀 주인공이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다가 둘이서 재즈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온다. 두 주인공은 객석에 앉아 있고 카메라는 무대의 피아노 연주자를 비춘다. 그런데 그 피아노 연주자는 다시 원래의 남자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렇게 10분 전 상황으로 돌아온다. 원래대로 남자 주인공은 망했고 여자 주인공은 다른 남자의 부인이다. 처음에 나는 이게 뭔가 싶었다. <구운몽>인가? 네가 사는 그 집, 그 집은 내 집이었어야 한다는 것인가?

  

첫사랑이 다른 사람하고 잘 살면 배가 아프고, 첫사랑이 다른 사람하고 사는데 못 살면 마음이 아프고, 첫사랑과 같이 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나는 멀건이 혼자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팠다. 두 사람이 갔으면 허리가 덜 아팠을지는 모르겠다.

  

  

(2017.05.31.)

    

2017/07/29

박사 과정 진학 전략

     

내가 있는 연구실에 석사 논문을 작성 중인 석사 수료생이 있다. 박사 과정 진학에 대한 의견을 물어서, 나는 지도교수가 받아주기만 하면 무조건 박사 과정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석사 학위를 받는 사람은 웬만하면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될 텐데, 세 가지 경우 모두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1) 국내 박사 진학 후 학위 취득
(2) 해외 유학 후 박사 학위 취득
(3) 취업
  
(1)은 당연히 국내 박사 과정에 진학해야 한다. (2)도 일단은 국내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석사 학위 받자마자 외국 대학에서 받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박사 과정에 한 발 걸쳐놓으면 혼자서 유학 준비할 때보다 유학 준비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하기에 유리하다. (3)도 일단 박사 과정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 박사 과정을 휴학하고 구직 활동하는 것이 백수 상태에서 구직 활동하는 것보다 낫고,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박사 과정 중이라고 하는 것이 석사라고 하는 것보다 좋게 보인다. 그러니까 세 경우 모두 일단은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박사 과정에 들어오는 것이 가정에서 아버지로서 위신을 세울 때도 좋다는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하자. 다행히 순하고 착한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의심 많고 집요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런 아이는 아버지가 석사 학위만 받고 박사 과정 안 간 것에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
  
- 아이: “아빠는 왜 석사 학위만 받고 박사 과정을 안 갔어요?”
- 아빠: “지도 교수가 오지 말랬어.”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로서 위신이 떨어진다. 물론 핑계를 댈 수 있다. 하지만 의심 많고 집요한 아이한테는 잘 통하지 않는다.
  
- 아빠: “그때 너희 엄마랑 결혼해야 했는데 대학원생으로는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대학원 그만두고 취업했어.”
- 아이: “그래요? 그런데 지도 교수가 붙잡지는 않았어요?”
  
일단 박사 과정에 한 학기라도 등록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 아이에게 다른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 일단 아이의 질문부터 바뀐다.
  
- 아이: “아버지는 박사 과정을 왜 그만 두었어요?”
- 아빠: “너희 엄마를 만나고 결혼할 생각이라 석사 학위만 받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지도 교수가 붙잡아서 일단 박사 과정에 갔지.”
  
이미 지도교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이는 진실을 추적하기 어려울 것이다.
  
- 아빠: “그런데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 왜냐하면...”
- 아이: “왜 그랬는데요?”
- 아빠: “과학철학보다 너희 엄마를 더 사랑했으니까.”
  
여기에 연기력이 뒷받침되면 아이가 ‘아, 우리 아빠가 평범한 개저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로맨티스트였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2017.05.29.)
     

2017/07/27

[생물학의 철학] Moffatt (2016), “The Philosophy of Biological Information” 요약 정리 (미완성)



[ Barton Moffatt (2016), “The Philosophy of Biological Information”, in L. Floridi (ed.) (2016), The Routledge Handbook of Philosophy of Information (Routledge), pp. 277-289. ]

1. Introduction

2. “Information talk” in biology

3. Informational parity

4. Maynard Smith’s semantic biological information

5. Jablonka’s semantic biological information

6. Epistemic role of information in biology

7. Connection between information and other “informational” concepts

8. Conclusion

1. Introduction

277

이 글은 생물학에서의 정보에 관하여 세 부분을 다룸

2. “Information talk” in biology

279

생물학에서 정보 언급하는 것은 두 가지 철학적 문제

하나는 그들 맥락에서 정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다른 하나는 생물학자들이 정보라는 말을 사용할 때의 정당성

3. Informational parity

279

그리피스(2001)의 논증

(1) 정보에 관한 설명은 인과 버전과 지향성 버전이다.

(2) 우리가 인과 버전을 발생에 대한 생물학적 현상에 적용한다면, 그 버전은 유전 요소와 환경 요소에 동등하게 적용될 것이다.

(3) 우리가 지향성 버전을 발생에 대한 생물학적 현상에 적용한다면, 그 버전도 유전 요소와 환경 요소에 동등하게 적용될 것이다.

(4) 그러므로 information talk는 발생에서 유전적 특징과 환경적 특징에 모두 적용된다.

(5) 그러므로 발생에서 유전자의 역할과 환경의 역할을 구분하여 정보 개념을 사용할 원칙적인 방법은 없다.

4. Maynard Smith’s semantic biological information

280

메이나드 스미스(2000)의 논증

(1) information talk는 생물학적 실행의 흔하고(ubiquitous) 성공적인 특징이다.

(2) 생물학자들은 정보 개념을 유전자가 무엇을 하는지 기술하는 데만 쓴다.

(3) 생물학자들은 유전자만이 정보를 운반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진화는 gene form을 만들고 이 형태는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4) 유전자 형태는 상징적이다. 왜냐하면 유전자 형태의 화학성분과 그것의 역할 사이에 중요한 “임의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5) 진화된 프로그램과 지향적인 프로그램의 구분불가능성은 생물학자들이 유전자에 지향성을 귀속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6) 그러므로, 생물학자들이 gene action을 symbolic한 것으로 기술하는 것은 정당화된다. 왜냐하면 진화는 유전자 형태를 임의적인 방식으로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 Jablonka’s semantic biological information

282

Jablonka (2002)의 논증

(1) “정보”의 사례들은 source와 receive의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상호작용은 수신자의 실제적 또는 잠재적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

(2) “정보” 사례들에서, (1)의 상호작용은 (source의 물리적 속성이나 화학적 속성에 반대되는 것으로서) source의 organization에 대한 반응도 포함한다.

(3) “정보” 사례들에서, (1)과 (2)가 윤곽을 잡아주는 상호작용은 진화적으로 이점이 있다.

(4) “정보” 사례들에서, (1), (2), (3)이 윤곽을 잡아주는 상호작용은 체계적이다.

(5) 그러므로, 수신자 체계가 특정한 방식으로 어떠한 source에 반응할 때, source는 정보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

284

자블론카의 설명이 메이나드 스미스와 다른 점은 진화의 목적이다.

스미스는 진화가 source의 형태를 만들 때 의미론적 정보가 창조된다; DNA는 정보를 전달한다, 진화가 DNA의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자블론카는 진화가 source의 형태에 대한 수신사의 반응을 만들 때 수신자의 해석 체계가 의미론적 정보를 만든다고 함.

검은 구름이 있으면

스미스는 진화가 그 구름의 형태를 바꾸지 않으므로 검은 구름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의미론적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며 의미를 가지지도 않는다고 함

자블론카는 구름의 형태에 적응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기체가 있다면, 구름은 의미를 가진다고 함.

6. Epistemic role of information in biology

284

사카르(1996)의 논증

(1) 유의미한 과학적 설명은 지식 체계를 codify해야만 하고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2) 코딩 개념과 관련하여 sequence information의 의미로 쓰는 “정보”는 생물학적 지식을 codify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거나 거의 상관없다.

(3) 인공두뇌학(cybernetics)으로부터 피드백 받는다는 의미로서 “정보”는 진핵생물(eukaryotic)의 유전적 조절에 관한 지식을 codify할 수 없다.

(4) 정보 이론으로부터 불확실성이나 엔트로피를 환원하는 의미일 때 “정보”는 sequence의 집합에만 적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생물학자들이 의미하는 뜻을 포착할 수 없다.

(5) 정보에 대한 현존하는 기술적인(technical) 설명은 Central Dogma를 포착하지 못한다.

(6) 그러므로, 분자 생물학에서 Central Dogma에 대한 설명으로서 ‘정보’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인 개념은 없다.

(7) 그러므로, 분자 생물학에서 유의미한 설명으로서 ~~하는 것은 없다.

7. Connection between information and other “informational” concepts

286

Godfrey-Smith (2002)의 논변

(1) 정보 이론에서 유도한 정보 개념은 현대 생물학에서 이론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2) 코딩 개념은 분자 생물학에서 특정한 현대 이론적 역할을 한다. 단백질에 대한 지시 메커니즘으로서 주형 개념에 대한 약칭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결책은 핵산 염기(nucleic acid bases)와 단백질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핵산과 단백질의 관계는 인과적 특수성에 대한 결합적이고 화학적으로 임의적인 질서로서 기술될 수 있다.

(3) 그러므로, 의미론적으로 표상하는 관행에서, “코드”와 “코딩”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정당화된다.

(4) 그러므로, information talk의 다른 모든 예는 인플레이션적이고 이론적 필요성에 의해 unjustified 된다.

286

첫 번째 전제가 주장하는 것

: 정보 이론에서 도출한 정보의 의미는 유전자에 귀속된 구분되는 의미론적 역할을 포착할 수 없다는 것

갓프리-스미스는 섀넌 정보는 발생에서 유전자와 환경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함

게다가 섀넌 정보는 양방향

(덜 정리)

두 번째 전제가 주장하는 것

: 코딩의 이론적인 역할 (이것이 중요함)

갓프리-스미스는 코딩 개념이 DNA에서 핵산의 order와 아미노산의 구조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때 이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함

이러한 this template role은 유전자에 unique하며 왜 생물학자들이 유전자에 의미론적 유의성을 귀속시키는지 포착한다는 것

세포는 어떻게 단백질을 구성하는가? 갓프리-스미스의 접근은 유전자 행동에 대한 의미론적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생물학자들에게 정당화된다는 것의 예라고 봄

8. Conclusion

287

정보에 대한 생물학적 개념의 본성과 효용에 대한 논쟁

(1) 정보는 무엇인가

(2) 생물학에서 정보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3) 생물학에서의 정보 개념은 다른 정보 개념들과 어떤 관계인가?

287

Sarkar(2003)은 생물학적 정보에 대한 기호학적 설명(semiotic account)에서 출발

Stegmann(2005)은 instructional content로서 생물학적 정보에 대한 설명을 제공

Bergstorm and Rosvall(2011)은 섀넌 이론과 인과적 정보를 결합하는 것에 반대하고 생물학적 정보에 대한 transmission account을 발전시킴

288

메이나드 스미스의 논문에 대한 비판자들

: Sterelney(2000), Gedfrey-Smith(2000), Sarkar(2000)

Bergstorm and Rosvall의 논문에 대한 비판자들

: Shea 2011, Maclaurin 2011, Stegmann 2013

288

생물학적 정보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위한 공간도 있음

(2017.07.01)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