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30

성경을 읽기 힘든 이유



내가 스물일곱 살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으니 교회 다닌 지 5년 정도 된다. 그런데 아직도 성경이 이상하게 잘 안 읽힌다. 성경 말씀이 꿀처럼 달콤하다고들 하는데 왜 그럴까. 성경에는 그러한 이유도 나온다.


너는 꿀을 보거든 족하리만큼 먹으라 과식함으로 토할까 두려우니라.(잠언 25장 16절)



(2017.07.31.)


2017/09/29

줄리언 바지니의 지젝 비판



지젝을 ‘동유럽의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폴란드 출신 퀴리 부인보고도 동유럽의 기적이라고 안 하는데 지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런 별명이 붙은 건가? 그 별명이 동유럽 비하 발언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내가 강신주를 두고 ‘연세대의 기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연세대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욕을 먹을 것인가?

물론 지젝이 논문에서 천재의 면모를 보여주고 대신 가끔씩 취미활동으로 하는 강연이나 기고문에서 약간 나사 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전공 분야에서는 천재인데 그 이외 분야에서는 영 의심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도 가끔씩 있으니까(가령, 스티븐 호...). 그런데 적어도 언론에 나오는 지젝의 칼럼을 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독해력이 모자라고 무식해서 이런 의심을 품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외국 사람 중에도 지젝을 의심스럽게 보는 사람이 있었다. 줄리언 바지니는 『가짜 논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식이 모호할지는 몰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상식을 부정하는 건 지적인 척하려는 값싼 술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슬로베니아의 문화 비평가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의 이름을 딴 지주쿠(žižuku)라는 게임을 개발해봤는데, 바로 그런 식으로 지적인 매력을 발산해 볼 수 있는 게임이다. 널리 통용되는 상식을 가져다가 거꾸로 뒤집으면 된다. 짐직 현명해 보이는 역설을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행복해지기 위해 심리학을 활용할수록 더 불행해질 뿐’이라거나 ‘건강한 식습관에 집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같은 식이다. 논란을 일으켜서 유명세를 타고 싶다면 이런 건 어떨까? ‘반인종차별은 가장 심한 인종 차별인데, 무엇보다 인종을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직접 만들어보자.(221쪽)



* 참고 문헌

줄리언 바지니, 『가짜 논리』, 강수정 옮김 (한겨레출판, 2011).

(2017.07.30.)


2017/09/28

탁석산 박사가 보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철학박사 탁석산이 MBN <판도라>에 출연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하여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적폐청산을 하다가 (정부가) 기운을 다 뺀다. [...] 권력의 속성상 (개혁은) 1년 안에 해치우지 않으면 못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다 보면 무리한 수를 두게 된다.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1년이 지나면 정권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파사’보다) ‘현정’을, 그러니까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 바퀴벌레가 있다. 바퀴벌레를 다 때려잡으면 집이 깨끗해지겠다고 생각하는데, 때려잡는다고 바퀴벌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없어 보이지만, 또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근본 대책은 바퀴벌레가 서식할 수 없도록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햇볕을 들게 하고 구석진 곳을 없애고 약을 뿌리면, 바퀴벌레들이 이 동네는 우리가 살 곳이 아니라며 간다. ‘현정’,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하면 그 다음에 적폐청산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적폐는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국정원 문제가 생겼을 때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 ‘사찰 안 하겠다’고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아무 말도 안 하는데 2년 정도 지나고 보니까 ‘이 정부는 사찰 안 한다’, ‘정말 국내 정치에 개입 안 한다’고 소문이 다 난다. ‘이 정부는 제대로 일을 하는구나’라고 여기게 되면 사람들이 ‘이 정부 지지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집권 4년차에도 지지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럴 때 바퀴벌레를 잡아야 한다. 여태까지 잘해 왔다는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적폐청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적폐청산한다고 애를 쓰니까 저쪽에서 반격을 한다. ‘너희는 적폐 아니냐’, ‘너희도 해당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적폐 대상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다. 나중에 가면 (국민들 생각은) ‘여나 야나 다른 게 없다’고 되는 것이다.”

탁석산 박사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세스코 같은 전문 업체에서 바퀴벌레를 잡을 때는 바퀴벌레가 도망 못 가게 건물을 다 틀어막고 단숨에 바퀴벌레를 다 죽인 뒤에 환경을 개선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틈틈이 바퀴벌레를 잡는다. 왜 이렇게 하느냐면, 바퀴벌레는 웬만한 환경에서는 다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개미 같은 경우도 멀쩡한 집에 들어와서 개미굴을 만드는 것이지, 업자가 만들어 놓은 개미굴을 분양받아서 입주하는 것이 아니다.

* 링크: [노컷뉴스] 정치가 정청래-철학자 탁석산 ‘적폐청산 방법’ 설전

( www.nocutnews.co.kr/news/4819249 )

(2017.07.29.)


2017/09/27

문어발 식 인재



<인지과학캠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외고에서는 철학도 정식 과목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냐고 물어보니 다른 대답이 시큰둥했다. “토론해요.” 무슨 주제로 토론하냐고 물으니 다른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한 학생이 말했다. “9시 등교가 옳은가 아닌가 토론해요.” 9시에 등교하는 것이 철학하고 무슨 상관이지? 다른 학생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말만 철학이에요.”

“철학 선생님은 철학과 나와서 선생님이 된 거죠?” 나는 별 생각 없이 학생들에게 물었는데, 뜻하지 않게 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철학 선생님은 원래 사회문화 선생님이에요.”, “수학 선생님이 지금은 영어 가르쳐요”, “지금 독일어 가르치는 선생님은 경제 선생님이었어요.”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는데 학생들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들이 능력이 대단하시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까 “말만 철학이에요”라고 말했던 학생이 씩 웃으며 말했다. “문어발 식 인재죠.”

(2017.07.27.)


2017/09/25

철학과는 관상을 보나



<인지과학캠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업체에서 <인지과학캠프>와 <리더십캠프>를 같이 진행해서 강사 휴게실에서 두 캠프의 강사들이 만났다. <리더십캠프>의 어떤 강사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 리더십캠프 강사: “선생님은 인지과학캠프 하세요?”

- 나: “네.”

- 리더십캠프 강사: “어떤 거 가르치세요?”

- 나: “철학이요.”

- 리더십캠프 강사: “철학이라고 하면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가요?”

- 나: “어떤 것을 생각하시는데요?”

- 리더십캠프 강사: “어.... 관상 같은 거요.”

철학과에서 관상을 보느냐는 질문은 우리 부모 세대가 하던 질문이다. 리더십캠프 강사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고 대학 교육을 멀쩡히 받은 분이니, 철학과에서 관상 보는 법을 가르친다고 정말로 믿어서 그렇게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철학’이라고 했을 때 떠오를만한 구체적인 무언가가 없었을 것이고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철학과에서 관상 보느냐는 고전적인 개그를 구사했을 것이다. 유쾌한 여성이었다.

- 나: “그러면 <인지과학캠프>인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심리학, 언어학 같은 거 가르치는데 저는 학생들 관상을 봐주는 건가요?”

- 리더십캠프 강사: “그렇죠.”

- 나: “그러면 재미있겠네요. 제가 학생들 관상을 봐주면 학생들이 ‘이보시오, 강사 양반. 내가 서울대에 갈 상인가’ 이러겠네요?”

그런데 정말 그랬으면 캠프가 재미있기는 했겠다.

(2017.07.25.)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