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9

어린이날 구글 메인



구글 메인을 보고 구글이 미친 줄 알았다. 오늘이 어린이날인데 아이 그림에 뭔 짓을 한 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머리카락이었다.





(2013.05.05.)


소개팅 3



소개팅하고 애프터를 해야 한다고 해서 문자를 한 통 보냈는데 반응이 없었다. 내가 별로인가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1. 무덤덤형]

“아, 그렇군요.”, “아, 그래요.”, “아, 그러시구나...”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다.

[2. 주선자형]

“둘 다 좋은 분이고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군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 같더라구요. 주선자가 볼 때는 둘이 잘 어울릴 것처럼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역시 주선자는 좋은 사람.

[3. 감정이입형]

“(방청객처럼) 어어... 어떡해요...”

당사자인 나는 덤덤한데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4. 탄식형]

“아하......”, “허어.........”

꽤 친한 사람들 중 일부가 보이는 반응. 매우 안타까운 나머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함.

[5. 분노형]

“아오, 넌 이 새끼야 정말... 아후.... 나중에 얘기하자.”

“형은 진짜... 아우..... 진짜....”

형제 또는 형제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6. 내 마음속의 놀부형]

- 놀부들: “소개팅 어떻게 됐어요?”

- 나: “실패!”

- 놀부들: “앗싸!”, “오예!”

이렇게 가볍게 좋아한 사람도 있었으나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정말 격렬하게 좋아한 사람도 있었다.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 약간 놀랄 정도였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는 놀부 한 명씩 있나 보다.

[7. 키다리 아저씨형]

- 키다리 아저씨: “같이 옷 사러 갑시다.”

- 나: “왜요?”

- 키다리 아저씨: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고 카페로 이동해서 비비크림 사용법을 보여준 후 쓰던 비비크림, 썬크림, 미스트를 나에게 주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셨다.

- 나: “그런데 저한테 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가요?”

- 키다리 아저씨: “저는 단지 ◯◯씨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2013.10.12.)


2014/08/15

소개팅 2



[1. 소개팅 준비]

소개팅을 해야 하는데 입고 갈 옷이 없었다. 옷을 사야 하는데, 내 안목은 내가 알기 때문에 혼자 옷을 사러 가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같이 사러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랑 가려니 환갑을 앞둔 어머니의 안목을 믿을 수가 없다.

옷장을 뒤지니 언제 가져온 지 모르는 셔츠가 하나 있었다. 남색 티셔츠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그걸 입었다. 그러고는 소개팅에 나올 여자분에게 “편한 복장으로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2. 소개팅 당일(1) - 저녁식사]

원래 오후 7시에 보려고 했는데, 여자분이 월요일 출근할 것을 감안해서 오후 5시에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오후 5시에 만났다.

저녁 때 피자를 먹었다. 내가 피자를 먹고 싶었다. 원래는 피자헛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이탈리아식 피자가 더 나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그럴듯하다 싶어서, 그리고 학부 후배들도 그 집이 더 맛있다고 해서 이탈리아식 피자를 먹기로 했다. 후배들 말로는 상당히 맛있다고 했는데 내가 이상한 걸 골랐는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가격도 비슷한데 그냥 피자헛을 갈걸.

샐러드를 시켰는데 이상한 밑반찬 같은 게 나왔다. 짜거나 시큼했다. 멸치젓 같은 것도 나왔다. 싱싱한 채소가 나올 줄 알았는데.

식사하면서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뭔 말을 해야 하나,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형식적인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 여자분: “운동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 나: “운동을 안 좋아합니다.”

- 여자분: “아, 그럼 보는 것도 안 좋아하시나요?”

- 나: “네.”

- 여자분: “아... 그러시구나...”

- 여자분: “영화관 자주 가세요?”

- 나: “주로 다운받아 봅니다.”

- 여자분: “그럼 최근에 본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 나: “어..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 여자분: “혹시 김기덕 감독 영화를 좋아해서?”

- 나: “아니요, 다른 사람이 보러 가자고 해서요.”

그래도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3. 소개팅 당일(2) - 커피]


약 1시간 정도 피자를 먹고 가게 밖을 나왔다. 여자분이 “커피 마실래요?”라고 했다. 카페에 갔다.

커피를 앞에 두고 여자분이 나보고 “원래 말이 없으세요?”라고 했다. 나는 “아니요, 그게 아닌데 후배들이 저보고 말이 너무 빠르면서 말이 많다고 해서 자체 검열을 하다 보니까 말이 안 나오는데...” 하면서 안전핀이 뽑혔다. 내 말문이 터지고 동시에 여자분도 웃음이 터졌다.

약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7시가 넘었다. 내가 슬쩍 말했다.

- 나: “나중에 친해지면 같이 옷 사러 가요.”

- 여자분: “(계속 웃음) 네 (계속 웃음)”

- 나: “사달라는 거 아니구요, 저는 양아치가 아니니까..”

- 여자분: “(계속 웃음) 네 저도 알아요 (계속 웃음)”

여자분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넜다. 헤어지기 전에 나는 슬쩍 말했다.

- 나: “저... 주선자 분이 오늘 좋았냐고 물어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해주세요.”

- 여자분: “(계속 웃음) 네, 알았어요 (계속 웃음)”

[4. 여성분에 대한 평가]

내가 영화 <관상>에 나오는 송강호도 아니고 한 번 보고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만은, 나름 괜찮은 분인 것 같다. 가슴이 뛴다거나 그런 느낌이 온 건 아닌데, 어쨌거나 괜찮은 분일 가능성은 높은 것 같다.

[5. 향후 계획]

친구가 11월 중순에 결혼하는데, 그때는 정장을 입고 가야 하겠는데, 아무래도 어머니하고 정장을 사면 안 될 것 같고, 오늘 소개팅에 나온 여자분하고 정장을 고를지는 모르겠다. 정 안 되면 장교로 근무하는 동생이 휴가 나오면 같이 가서 사야겠다.

[6. 소개팅의 의의]

이번 소개팅의 의의는 나에게 소개팅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구차한 소리를 안 했는데도 알아서 소개팅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소개팅은 내 바로 옆자리에서 나를 1년 넘게 본 사람이 주선했고 이 사람은 나를 자신의 친언니에게 소개를 해주려고도 했었다. 이는 내가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참고로, 학부 때도 나를 자신의 친언니에게 소개시켜 주려고 한 여자 후배가 있었다. 이 때는 그 언니가 소개팅을 거부하여 성사되지 않았다는데, 어쨌거나 이 또한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13.10.07.)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