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31

올해 처음 본 잡초



잔디와 잡초가 싸우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한, 잡초가 이긴다. 잡초는 잔디보다 더 빨리 싹 트고 더 많이 자라고 더 멀리 퍼진다. 사람이 잡초를 뽑지 않으면 잡초가 잔디밭을 조금씩 먹어 들어가다 결국 풀밭이 된다.

잔디와 잡초의 싸움은 매년 이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잔디의 주적이 매년 다르다는 점이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해마다 유행하는(?) 잡초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봄마다 쇠비름이 그렇게 자라더니 올해는 거의 없다.

올해는 처음 보는 풀이 마당에 났다. 높게 자라지도 않고 바닥에 붙어 자라는데 이파리도 동글동글하고 줄기에 가시도 없고 엄지손톱의 반의 반 정도 되는 파란 꽃이 잔뜩 달린 풀이다. 분명히 잡초가 맞지만, 잡초 치고는 작고 예뻐서 손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어머니는 잡초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잡초 치고 예쁘니 조금 더 보다가 꽃이 지면 그때 다 뽑자고 했다. 키가 작은 만큼 뿌리도 깊지 않아 제거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잡초에 난 꽃 때문에 벌들도 날아왔다. 동네 양봉장에서 날아온 꿀벌들이 꽃에서 꿀을 얻으려고 땅바닥에 다닥다닥 달라붙어있었다. 말벌이나 무섭지 꿀벌은 작고 귀엽다. 꽃에 달라붙은 꿀벌을 보면서, 꽃만 지면 풀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꽃이 지지 않았다.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한데 그러기에는 너무 오래 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래 피었다. 그렇게 처음 보는 풀이 잔디밭을 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마당에 나올 때마다 몇 줌씩 풀을 뽑는데도 풀이 줄어들지 않는다. ‘진작 다 없앨 걸’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꽃을 봤으니 됐다’ 싶은 마음이 든다.

어머니가 다니는 탁구장의 회원이 카카오톡으로 어머니한테 들꽃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 산책하는 데 길가에 온통 들꽃이 깔려있어서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다. 우리집 잔디밭을 잡아먹고 있는 그 풀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예쁜 꽃이네요. 그런데 그 풀이 저희 집에서 잔디밭을 잡아먹고 있어서 저는 그 풀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2020.03.31.)


2020/05/30

목사들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할 정도라면



<바른미디어>라는 언론사가 있다. 기독교 이단/사이비를 잡는 언론사라고 하는데, 이번에 신천지 관련 보도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바른미디어>의 유튜브 채널에는 N번방 사건에 관하여 토론한 영상도 있다. 진행자 한 명과 패널 두 명이 모두 목사다.


- 조믿음 목사: “지난 3월 19일에 검찰이 (왓치맨에게) 3년 6개월을 구형했어요. 그래서 왓치맨이 저지른 범죄를 찾아봤더니,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약 9천 건을 유포했더라구요. [...] 최근에 법원의 인식 자체가 사회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들이 있었고, 관련 보도도 나왔죠?”


- 정혜민 목사: “제가 얼마 전에 이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난 3월 4일부터 13일 사이에 우리나라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SNS에서 알게 된 14세 여아에게 카메라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게 하고 그 장면을 녹화한 피고인이 있다. 그 범죄사실에 대해 가장 타당한 형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이게 객관식이었습니다. 몇 년 형을 주면 좋을까요? 1번부터 10번까지 있었는데, 목사님은 몇 년 형을 보기로 내놓으시겠어요?”


- 김디모데 목사: “아유, 나는 사형이지.”


- 조믿음 목사: “그렇게... 어, 그렇겠죠. 그런데 그러려면 법을 개정해야 없는데...”


- 김디모데 목사: “그럼, 거세형.”


- 조믿음 목사: “거세형이라는 것은 형법에 없구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보기 1번이 2년 6개월이고, 보기 10번이 9년 이상이었다고 한다. 보기의 절반 이상이 5년도 안 되는 형량이었다고 한다. 서초동이 무슨 갈라파고스라서 판사들이 그렇게 사회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고, 법 체계에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나는 법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서 뭐라고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목사들조차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정말 법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링크: [바른미디어] N번방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 www.youtube.com/watch?v=_C785O-Zykg )

(2020.03.30.)


2020/05/29

명언충



명언이나 격언의 기본적인 기능은 정보 전달을 수월하게 하거나 청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청자들이 처음 접할 만한 내용을 말할 때 그에 걸맞은 적절한 명언이나 격언을 사용한다면, 청자들이 화자가 말한 내용을 다 기억하거나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핵심은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명언이나 격언은 개소리해놓고 사람소리인 척 할 때 악용된다. 위인이나 유명인이 했다면서 아무 말이나 막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키케로가 명언집의 제왕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권좌가 아인슈타인에게 넘어간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과 무관한 분야에 정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걸 다 받아 적어서 명언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어떤 경우에는 명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나 옆집 아저씨가 한 말이라고 해도 될 법한데 굳이 아인슈타인을 팔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명언들이 “밥 먹고 누우면 소가 된다 - 히포크라테스”, “모발을 잃기 싫으면 서둘러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라 - 카이사르”보다 뭐가 나은지 모르겠다.





(2020.03.29.)


2020/05/28

논에서 어슬렁거리는 털복숭이



털복숭이가 멀리 남의 논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 털복숭이 뒤를 따라가 보았다.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했다.

털복숭이가 남의 논에서 딱히 하는 일은 없었다. 쥐를 잡는 것도 아니고 뛰어노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슬렁거렸다. 그렇게 슬슬 걸어다니다 논둑에 멈추어 서서는 어딘가를 한참 응시했다. 먹을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풍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털복숭이는 뭘 그렇게 보고 있었는지.








(2020.03.28.)


2020/05/26

[한국사] 김영준의 조선왕조실록 - 정종실록

    

제1부. 이방과,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www.youtube.com/watch?v=PGo3LOeLXSw )

  

제2부. 서자는 왕이 될 수 없다?!

www.youtube.com/watch?v=Ks-uFmckv7o )

  

제3부. 조선의 골프 왕 정종?

www.youtube.com/watch?v=KuUF6Pb_QHQ )

  

제4부. 까마귀 소동? 다시 개경으로!

www.youtube.com/watch?v=SuP24eT7Biw )

  

제5부. 회안군 이방간의 엉뚱한 야심

www.youtube.com/watch?v=mvq5epBiRKA )

  

제6부. 2차 왕자의 난! 싱거운 승부

www.youtube.com/watch?v=9hsc8he6b6A )

  

제7부. 정종과 이방원의 진정한 우애?

www.youtube.com/watch?v=euFNrONE9GI )

  

제8부. 공정왕의 한가한 말년

www.youtube.com/watch?v=byAyGsaAX8s )

  

  

(2020.06.11.)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