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환단제국 쇠망사



『환단고기』에 나오는 대로 한민족이 수메르 문명도 만들었고 중국 대륙도 지배했고 고구려, 백제, 신라도 다 중국에 있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그 넓은 영토를 잃어버렸나? 그렇게 대단한 제국이 있었다면 망하더라도 한순간에 뿅 하고 망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핵폭탄을 수십 발을 동시에 맞은 것도 아닐 것이고, 설사 핵폭탄을 수십 발 맞았다고 한들 그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확보했던 제국이라면 몰락할 때의 상황을 보여줄 흔적이나 기록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몇 대 단군이 중국 황제하고 산동반도 걸고 도박을 했다든가, 황제가 밑장을 뺐다든가, 단군이 한 눈을 판 사이에 화투패가 바뀌고 탄에 당했다든가 하는 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대에 위대한 제국이 있었다고 믿으면서 광활한 영토가 언제 어떻게 증발했는지 안 궁금한가? 그 정도로 허술한 사람들이니까 사이비 역사학을 믿는 건가?

기존의 사이비 역사학이 한민족이 고대에 얼마나 잘 나고 잘 나갔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니, 그 제국이 어떤 식으로 몰락했는지 지어낸다면 사이비 역사학 시장의 블루 오션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환단제국 쇠망사』 같은 것을 만들어 출판한다면 기존 독자들이 환장하고 사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던 사람들도 블루 오션에 뛰어들기 위해 『환단제국 쇠망사』 독서 모임을 하고 강연회를 열지도 모른다.

『환단제국 쇠망사』를 펴낸다면 별도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도 사이비 역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가 발전에 의해서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10년 쯤 기존 사이비 역사학 시장에서 돈을 빨아먹은 다음, 기자 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어? 그거 소설인데요? <교보문고>에도 ‘한국 소설’로 분류되어 있잖아요? 그걸 왜 역사책인 것처럼 다루는 거예요? 저는 한 번도 그게 역사책이라고 한 적이 없어요.”

이렇게 하면 돈도 벌고 사이비 역사학에 타격도 주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024.01.27.)


2024/03/21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믿는 나의 근거



개인이 아닌 어떤 집단이 차별받거나 불평등한 환경에 놓여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은 자기가 어떤 점에서 억울한지, 무엇이 불리한지, 어떤 놈이 나쁜 놈인지 지목하면 해당 사안의 공개 여부를 떠나서 입증할 수는 있다. 그런데 어떤 집단이 차별받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대략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1) 개인의 경우 (민형사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개별 사례를 들면 그것은 개별 사례에 불과하지 그게 사회 일반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3) 개별 사례를 많이 모아와도 제도적인 차별이나 불평등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4) 제도 자체가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그 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사람들이 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라서 말이 안 먹힌다.

(5) 통계 자료를 가져와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해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6) 차별이나 불평등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통계를 잘못 가져와서 역공을 받는다.

이외에도 해당 집단의 구성원 중 일부가 자기는 차별이나 불평등을 당하지 않았다면서 문제제기 하는 다른 구성원을 이상하거나 예민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1)-(6)의 경우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부족한 경우라서 처리하기 곤란하지만, 한 집단의 구성원끼리 의견이 갈리는 경우는 비교적 판단을 내리기 쉽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은 여성으로서 차별받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여성은 요즈음 세상에 남녀 차별이 어디 있냐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진술자의 신뢰도와 진술의 신뢰도를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진술자의 신뢰도를 A부터 F까지 여섯 단계로 나누고 진술의 신뢰도를 1부터 6까지 나누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진술자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A1이라고 하고,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진술자의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F6이라고 하자. 그런 다음 어떤 사람의 어떤 진술이 어디에 해당되는지 따진다면 누구의 말에 가중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이라고 하면 보통은 같은 능력을 지니거나 같은 성과를 냈는데도 그에 걸맞은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 같다. 아들한테는 고기 반찬을 주고 딸한테는 김치를 주는 그런 식의 유치한 차별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사회 문제가 되는 차별은 능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일단 능력자는 차별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지만, 무능력자는 공정하게 경쟁해도 기회를 못 얻으니까 차별도 못 받게 된다.

진술자의 해당 분야에서의 능력에 따라 A부터 F까지 나누고, 진술의 정확도나 구체성에 따라 1부터 6까지 나누어 보자. 능력에 따른 차별에 관한 신뢰도는 능력과 비례 관계일 것이므로 해당 분야에 능력이 있으면 A이고 전혀 능력이 없으면 F라고 하자. 누가 봐도 차별받은 게 맞고 시간, 장소, 상황, 인물 등을 명확하게 진술했거나 진술할 수 있으면 1, 적어도 이 사례는 차별은 아닌 것 같다 싶으면 6, 진술이 막연하다 싶으면 그 중간 어딘가의 값을 매긴다고 해보자.

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내가 직접 들은 것이든 매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이든, 여성으로서 차별받았다는 진술은 A1부터 F6까지 골고루 퍼진 것 같은데, 여성으로서 차별받지 않았다는 진술은 A보다는 F 쪽에 몰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겠는가? 나는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2024.01.21.)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