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동에서 과외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 서 있는 데 6차선 도로 맞은편에 있는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대원관>이라고 써 있었다. 과외를 두 달 넘게 했으니까 열 번 이상은 이 길을 지난 것 같은데 오늘에야 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작고 허름해 보이는 가게였다. 유동인구도 없는 외진 곳에 있는 가게였다. 얼마나 음식이 맛있으면 저렇게 외진 곳에서 가게가 낡도록 저렇게 오랫동안 장사를 한 것일까. 꼭 저 가게에서 짜장면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횡단보도를 돌아서 그 가게로 갔다.
밖에서는 작아보였는데 들어오니 생각보다 넓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주인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와서 물을 따라주었다. 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꼭 중국 사람처럼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에게 뭐 먹을 거냐고 묻던 그 할아버지는 옆에 있는 할머니에게 중국말로 뭐라고 말을 했다. 정말로 중국 사람이었다.
짜장면을 주문하고 나서 물을 몇 모금 마시니 아저씨 두 명이 들어왔다. 한 아저씨는 주인 할아버지한테, 지나가다가 가게가 정말 예뻐서 들어왔다고 했다. 그 아저씨는 주인 할아버지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다.
- 아저씨: “사장님은 중국에서 오셨어요, 대만에서 오셨어요?”
- 주인 할아버지: “(화교 중에) 대만에서 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중국에서 온 거지. 그때는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간첩이라 그러고 잡아가고 그랬어요.”
- 아저씨: “이 가게는 얼마나 되었나요?”
- 주인 할머니: “2년만 더 있으면 딱 70년 돼요.”
- 주인 할아버지: “<신동아> 5월호에도 나왔어요.”
그 아저씨는 양파 접시 옆에 있는 춘장을 찍어먹더니 “아, 춘장맛이 다르네”라고 했다. 얼마 후 내가 시킨 짜장면이 나와서 먹었는데 솔직히 나는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몰랐다. 분명히 공대식당 짜장면보다는 맛있는데, 다른 가게와 어떻게 다른가 싶었다. ‘뭐지, 저 아저씨는 짜장 소믈리에인가?’ 싶었는데, 몇 입 더 먹어보니 다른 가게보다 덜 기름지고 더 담백한 것 같기도 했다. 정말 맛이 다른 건지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다.
서울은 매일 무언가가 바뀌는 곳이다. 멀쩡한 것을 부수고 새로 만들고 그걸 다시 부수고 다시 다른 걸 만든다. 내가 서울에서 산 지 10년 정도 되는데 거리며 건물이며 그대로 두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꼭 포장도 안 뜯은 새 물건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그와 달리, <대원관>이라는 가게에는 꼭 사람의 손길과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서울에 이런 가게가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그 가게 한 구석에서 탕수육 한 접시에 고량주 한 병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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