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1

지식 소매상과 그 응용



유시민이 ‘지식 소매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는데, 이 말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지식 1차 산업 종사자’가 있다. 인류 지성에 원재료를 제공한 사람들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노자, 석가모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연 법칙의 본질에 관련한 최근의 논의도 결국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결로 귀결되기도 한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이 만든 생산물을 가공하여 무언가를 만든 사람들은 ‘지식 2차 산업 종사자’로 볼 수 있다. 주희, 왕수인,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칸트 같은 위대한 사람들은 1차 산업 종사자로 넣을지 2차 산업 종사자로 넣을지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지식 3차 산업’은 분야가 다양하다.

‘지식 도매상’이 있다. 특별히 자신의 이론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2차 산업 종사자로부터 대규모로 지식을 가져온 사람들이다. 중국 당나라의 현장, 고려의 안향, 한국의 조순 등이 있다.

‘지식 소매상’도 있다. 지식 소매상은 지식 도매상에게서 상품을 받아서, 비-전공자들이 상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잘 유통시키는 사람이다. 유시민, 김용옥 등이 있다. 김용옥은 자기가 지식 지식 1차 산업 종사자나 지식 2차 산업 종사자라고 우기는 경향이 있지만 소매상이다.

‘지식 고물상’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식을 모아서 가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이 고물상이라는 것은 이들의 지식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작업이 실제 고물상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것들을 잘 모아서 가치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강준만 교수, 한홍구 교수 등이 있다.

‘지식 엔터테이너’는 지식을 이용한 퍼포먼스(토론, 조롱 등)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진중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약장수’는 이상한 지식을 파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파는 약을 먹으면 플래시보 효과 때문에 일부 복용자들이 잠시 통증을 잊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약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들이 파는 약은 그냥 밀가루약이다. 약장수를 신봉하는 복용자들에게 그 약이 밀가루약이라고 말하면 일부 복용자는 화를 내기도 하며, 또 다른 복용자들은 약장수들이 약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가지고 2차 산업 종사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든 말든 약장수는 약장수다. 강신주 박사, 고미숙 박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약상’은 약장수보다 강력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파는 약은 약장수가 파는 약보다 진통효과나 환각효과가 강하다. 김난도 교수, 혜민 스님 등이 있다.

‘지식 철거업자’는 용역 활동을 하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을 자주 고발하며 가끔 고발당하기도 한다. 변희재가 여기에 속한다.

‘비-지식활동인구’는 지식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지성은 비-지식활동인구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어디쯤에 속할까? 아마도 나는 지식 꼬마 정도 될 것이다.

- 나: “엄마 엄마, 나 다음 학기 대학원 다니게 330만원만!”

- 엄마: “너 이번에 수료했잖아.”

- 나: “아, 들켰네.”

(2014.07.19.)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