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때 동양철학 교수 중에 희한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서양 철학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동양 철학은 이렇고 서양 철학은 저렇다면서 성급한 일반화를 한 다음, 현대 사회의 문제는 서양 철학의 산물이고 그 대안이 동양 철학이라는 굉장히 거대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꼭 예로 들었다. 이게 서양철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수업 중에 교수가 나에게 의견을 묻길래, 이렇게 답했다.
“<사기>에 따르면, 진나라의 백기는 항복한 조나라 군사 40만 명을 산 채로 파묻었고 항우는 항복한 진나라 군사 30만 명을 산 채로 파묻었고 합니다. 저는 근대 이전 유럽사에서 단일 전투에서 이렇게 대량학살을 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 펠리컨이 살았다는 것도 놀랍고 그걸 조선 사람들이 멸종시켰다는 것은 더 놀랍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자연과 일체감을 느껴서 자연을 보호했고 근대 유럽인들은 그렇지 않아서 환경을 파괴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둘의 차이는 사상의 차이가 아니라 생산력의 차이다.
* 링크: 조선시대 펠리칸 멸종사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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