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3

가출했다 돌아온 수컷 고양이

    

집 나갔던 수컷 고양이가 돌아왔다. 다섯 달만인가 싶다.
  
암컷 고양이는 주로 집에 있고 동네 마실을 다녀도 곧 집에 돌아오는데, 수컷 고양이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고 특히 발정기가 되면 며칠씩 집에 안 돌아온다.
  
수컷 고양이는 널어놓은 참깨 위에 누워 있다가 어머니께 된통 혼난 뒤 곧장 집을 나갔다. 애초에 가출할 마음이었는데 어머니가 혼낸 건지, 나갈 마음이 없었는데 욕먹고 홧김에 집을 나갔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날씨 따뜻할 때 집을 나가서 날이 추워지니 집에 돌아왔다.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집에 돌아왔다.
  
이 놈은 항상 울음소리가 구슬프다. 못 생겼고 털 색깔도 누르퉁퉁하다. 집에서 멀쩡히 사료를 먹여도 털에 윤기가 안 난다. 다른 고양이보다 몸집이 큰 것도 아니고 싸움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어디를 돌아다니고 꼭 얻어터져 온다. 며칠씩 집을 나갔다 돌아오면 앞발을 절든 뒷발을 절든 귀가 너덜너덜하든 콧잔등에 상처가 나든, 하여간 꼭 어디를 다쳐서 돌아온다.
  
집 근처에 수컷 길고양이가 있다. 길고양이라 누가 따로 사료를 챙겨주지 않는데도 몸집이 크고 털에 윤기가 난다. 하반신은 흰색이고 상반신은 회색-검은색 줄무늬다. 발정기 때 수컷 고양이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데 이 길고양이는 다리 한 번 절지 않는다. 항상 여유 있어 보이고 걸음걸이도 우아하다. 확실히 우리집 수컷 고양이보다 멋있다.
   
사람 눈에만 두 수컷 고양이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리집 암컷 고양이 두 마리도 두 수컷 고양이를 대하는 게 다르다. 수컷 길고양이가 슬며시 우리집 마당에 들어와 우리집 암컷 고양이를 그윽하게 바라보면, 암컷 고양이는 길고양이한테 다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목을 비빈다. 반면, 암컷 고양이는 우리집 수컷 고양이를 소가 닭 보듯이 보듯 한다. 또 어디서 쥐어터지고 돌아온 우리집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한테 엉기려다가 맞은 적도 있었다. 암컷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는데 눈치 없이 “앙-!” 하면서 달려들었다가 암컷 고양이한테 앞발로 맞았다. 몇 대 맞고는 구석에서 시무룩하게 있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눈물이 글썽글썽 고인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또 구슬프게 울었다.
   
집에 돌아온 수컷 고양이는 사료를 잔뜩 먹더니, 또 어디 가서 며칠 만에 돌아왔다. 또 뒷다리를 절었고 또 구슬프게 울며 나를 쳐다보았다. 참 못났고 딱한데, 남의 모습 같지만은 않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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