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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9

손혜원이 전율을 느낀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새 당명 후보는 <희망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이었다. 손혜원은 이 다섯 후보 중 <민주소나무당>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니 탱자가 되는 것인가. 손혜원이 <민주소나무당>에 전율을 느꼈다는 사실에 나도 전율을 느꼈다. 캐나다에 <민주단풍나무당>, 호주에 <민주캥거루당>, 중국에 <민주팬더당>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보자.

새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한다. <I SEOUL YOU>의 정당버전 같다.

600년 전 정도전은 혼자서 사대문, 사소문, 온갖 동네 이름을 혼자 다 지었다. 공모해서 지은 이름이 왜 한 사람이 지은 이름보다 못할까.

* 링크: [중앙일보] 조동원, 당 복귀 첫 작품은 ‘개혁’ … 손혜원 “민주소나무당 이름에 전율”

( http://news.joins.com/article/19313411 )

(2015.12.29.)


2016/02/28

남녀 관계에서 나타나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

   

<간장 한 종지>로 유명해진,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는 대학교 4학년 때 후배에게 고백했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대학 4학년 때 학교 후배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그녀가 말했다. 알아, 형이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거 말고. 좋아하는 거 말고. 사랑한다고. 형 왜 그래? 이상해, 형이 그러니까.

그놈의 빌어먹을 형 소리. 아무리 1990년대였지만, 응답해야 마땅한 그 이상한 시대였지만 계집애가 사내놈한테 형이 뭐냐, 라고 말하진 않았다. 오빠도 좋아하기 힘든데 형을 좋아할 수 있겠냐, 하고 속으로 구시렁댔을 뿐이다.  

형이라서 좋아하기 힘든 게 아니라, 안 좋아하니까 형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러한 오류를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라고 부른다.

* 링크: [조선일보] 너무나 연애하고 싶어서 / 한현우

( 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25/2015122501582.html )

(2015.12.28.)

2016/02/25

화천이의 뒷모습

     

올해 여름에 현관문 앞에 뱀이 나타났다. 마침 집에 놀러 온 동네 할머니는 놀라서 도망갔고 어머니는 기절할 뻔 했다고 한다.
   
뱀은 평소 화천이가 앉는 자리에 있었다. 집에서 고양이들은 서열에 따라 앉는 자리가 다른데 현관문 앞에 자그마하게 장판을 깔아놓은 자리에는 화천이만 앉는다. 뱀이 그 자리에 있었다.
  
뱀이 현관문까지 오려면 대문을 지나고 잔디밭을 지나고 시멘트로 된 턱을 지나 나무로 만든 긴 발판을 지나야 한다. 굳이 뱀이 그렇게까지 해서 현관문 앞에 올 수 이유가 없다. 마침 뱀이 현관문 앞에 나타난 것은 화천이 새끼를 모두 분양한 직후였다. 그리고 화천이가 집에 오기 전에는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현관문 앞에 뱀이 있을 때 화천이의 태도도 수상했다. 화천이는 자기 자리에 다른 고양이가 있으면 앞발로 툭툭 쳐서 쫓아내는데, 뱀이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는 못 본 척하고 있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어서 일단은 넘어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 현관 앞에 또 뱀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죽은 뱀이었다. 할머니는 “고양이는 영물이라는데 화천이가 자기 새끼 보냈다고 우리한테 저러나보다”라고 하셨다.
  
계절이 몇 번 바뀌고 화천이는 또 새끼를 낳았다. 현관문 앞에 또 뱀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내가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 화천이가 뱀을 물고 있었다. 화천이가 뱀을 내려놓자 화천이를 닮은 하얀 새끼들이 뱀 주변에 오글오글 몰려들었다. 새끼들은 앞발로 뱀을 톡톡 치고 깡총깡총 뛰며 뱀 주위를 빙빙 돌았다.
  
집에서 난리가 났다. 나는 뱀을 집 밖에 버리려고 집게로 뱀을 집었다. 뱀은 아직 덜 죽어서 꿈틀거렸다. 뱀을 집게로 들어올리자 화천이는 그르릉 소리를 내며 뱀 꼬리를 물었다. 화천이를 혼내도 뱀 꼬리를 물고는 놓지 않았다. 화천이는 뱀 꼬리를 야무지게 씹었고 으득 드득 드드득 하는, 연골이 끊어지는 소리가 온 마당에 퍼졌다. 화천이에게 꼬리를 뜯긴 뱀은 피를 흘리며 점점 느리게 움직였다. 화천이는 맛있다는 듯이 앙앙- 하는 소리를 내며 뱀 꼬리를 질겅질겅 씹었다.
  
어머니는 뱀이라면 질색한다. “화천아, 이리 와!” 어머니가 부르자 화천이는 멋모르고 “앙-” 하면서 어머니께 다가갔다. 어머니는 신고 있던 슬리퍼 한 쪽을 벗어 손에 쥐고 화천이 머리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야 이놈의 화천아, (퍽) 늬가 미쳐갖고 (퍽) 어디서 뱀을 잡아와? (퍽) 뱀을! (퍽) 어? (퍽) 뱀 잡아 올 거야 안 잡아 올 거야? (퍽) 어? (퍽) 야 이놈의 화천아 (퍽) 어? (퍽) 내가 너 때문에 살 수가 없다. (퍽) 이게 뭐야? (퍽) 어? (퍽) 미쳤어? (퍽) 어? (퍽)”
  
그런데 화천이는 어머니가 그렇게 슬리퍼로 머리를 두들길 때 도망가기는커녕 머리를 들이밀며 눈을 꼭 감고 가만히 있었다. 마치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듯이. 나는 사춘기 때도 그러지 않았다.
  
다른 고양이는 어머니가 목소리만 높여도 도망가는데, 화천이는 그렇게 한참 맞고도 가만히 있었다. 다 맞고는 천천히 몇 걸음 걸어가더니 현관문 앞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 아양을 떨던 화천이는 어머니를 못 본체 했다. 사료 달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던 화천이는 하루 종일 울지 않았다. 어머니가 사료를 줘도 어머니 앞에서는 고개를 돌린 채 사료를 먹지 않았다. 평소 화천이는 집 밖에 자주 돌아다녔는데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현관문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등을 돌리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3일이 지나도 화천이가 삐져있자 어머니가 먼저 화해를 시도했다. 어머니는 다정한 목소리로 화천이를 부르며 끌어안았다. 처음에는 화천이가 고개를 돌리며 뿌리쳤다. 어머니는 다시 화천이를 끌어안았고 화천이는 마지못한 듯 안겼다. 그러고 나서 화천이는 마음이 풀어진 듯 다시 어머니께 아양도 떨고 사료 달라고 울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며칠 후, 현관문 앞에 또 뱀이 나타났다. 화천이가 삐질까봐 어머니는 화천이를 혼내지도 못했다. 그렇게 올해 여름과 가을 사이에 내가 치운 뱀만 해도 일곱 마리 정도 된다. 구렁이 종류 빼고 웬만한 뱀은 종류별로 다 본 것 같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없을 때에도 뱀을 잡았다고 하니 열 마리는 넘게 잡은 모양이다.
  
원래 우리집에서는 고양이한테 하루에 두 번만 사료를 주었다. 화천이가 우리집에 오고 나서는 규칙이 바뀌었다. 화천이가 사람을 본 척 만 척 하면 사료를 안 주고, 사료 달라고 울면 사료를 준다. 다른 고양이는 화천이가 사료 먹을 때 따라 먹는다. 화천이는 사료를 먹고 싶을 때마다 사료를 먹으니까 배를 채우기 위해 굳이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화천이는 집 밖에서 동물을 하나씩 잡아오기 시작했다. 화천이가 쥐를 잡아오자 어머니는 화천이가 기특하다면서 칭찬했다. 어느 날은 참새를 잡아왔다. 박새도 잡아왔다. 봄에는 두더지를 잡았다. 비둘기도 잡았다. 메뚜기 같은 건 간식으로 잡아먹었다. 올해는 심지어 꿩(까투리)도 잡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뱀을 잡아 와서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이 문제였다.
  
이제는 화천이가 더 이상 뱀을 잡지 않는다. 겨울이라 뱀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화천이가 내년에 또 뱀을 잡아오면 쫓아낼 거라고 하지만, 화천이가 또 뱀을 잡아오더라도 어머니는 화천이를 쫓아내지 못할 것 같다.
  
  
(2015.12.25.)
    

2016/02/24

누에와 나비



박근혜 대통령은 말씀하셨다. “누에가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라는 두꺼운 외투를 힘들게 뚫고 나와야 하듯이 각 부처가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이룰 수 있다.”


누에는 자라서 나방이 된다. 누에가 자라서 나비가 되면 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식이 모자라서 이런 말을 한 게 절대로 아니다. 기적을 행하겠다는 말이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반인반신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1/4은 신이라서 충분히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괜히 기적 같은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면 된다” 정신.



* 링크: [News1] 朴 “누에가 나비 되듯이…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도 이뤄”

www.news1.kr/articles/?2524886 )



(2015.12.24.)


2016/02/23

산타 흥신소

캐럴에 따르면, 산타 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나중에 흥신소를 차리게 되면 가게 이름을 <산타 흥신소>라고 짓고 명함에는 “우리 남편이 착한 남편인지 나쁜 남편인지 다 알고 계신대 - 산타 흥신소 사장 김〇〇”라는 문구를 넣을 생각이다.



(2015.12.23.)


2016/02/22

중2에게 설명한 문체반정

     

중2 과외 학생한테 문체반정을 설명했다. 수학 과외니까 과외 내용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잖아. 돈 안 되는데 이상한 글이나 쓴다고 그러는 거잖아. 그런데 옛날 사람들도 비슷한 짓을 해. 옛날 사람들이라고 별 거 없어. 옛날은 지금처럼 책 써서 돈 번다는 개념이 별로 없어. 그냥 글을 쓰는 거야. 재미있잖아.
  
그러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SNS를 하느냐? 그 때는 페이스북이 없잖아. 종이에 써. 종이에 써서 돌려. 온라인이 없으니까 오프라인으로 돌리는 거지. 그러다 쓴 글이 많아지면 책으로 묶어서 내는 거야.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라는 책을 썼단 말이야. 왜 썼느냐? 박지원의 친척 형이 북경에 간대. 황제가 칠순잔치 한다고 인사하러 간대. 박지원이 보니까 따라가면 재미있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따라가는 거야. ‘형, 형, 저도 갈래요’ 하고 따라가는 거야.
  
(연습장에 한국과 중국 지도를 대강 그린 뒤) 북경이 청나라 수도잖아. 황제가 여기 있을 거 아냐. 그러면 황제한테 인사하고 오면 되니까 북경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면 되지? 그런데 북경에 가니까 황제가 없대. 왜? 여름이니까 덥대. 더우니까 북쪽으로 갔대. ‘열하’라는 곳이 중국하고 몽골 접경 지역이라는데 여기까지 가. 이게 무슨 군사적인 목적도 있고 그렇다는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어쨌든 황제가 거기 있으니까 사신도 거기 가는 거야.
  
여행 가서 신기한 거 보면 어떻게 해? 지금은 SNS에 올릴 거 아냐? 그때는 그게 없으니까 글로 써. 바로 올릴 수 없으니까 글로 다 쓴 다음에 집에 와서 돌려. 그러니까 업데이트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그때는 사진도 없잖아. 지금이면 사진 찍을 것도 그 때는 글로 써. ‘나 이런 거 봤다’ 하고 써.
  
예전 중학교 교과서인가 <일야구도하기>가 나와. 박지원이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넜다는 이야기야. 이게 뭐야? <하룻밤에 강 아홉 번 건넌 썰>이야. 이게 한자로 하니까 <일야구도하기>가 되는 거지. ‘일야 구도 하기’ 그러면 안 돼. 구도하는 게 아니야. ‘일야 구 도하기’라고 읽어야 돼. 『열하일기』에는 박지원이 낙타 못 본 이야기도 나와. 본 게 아니라 못 본 거야. 박지원이 하도 이야기를 잘 쓰니까 어떤 것을 본 것만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본 것도 이야기로 만들어. 자다가 낙타가 지나가는 걸 못 봤대. 하인들한테 ‘아오, 낙타 볼 수 있었는데 못 봤네! 이 새끼들아, 왜 나 안 깨웠어?’ 이러는 거야. 이게 제목이 뭐였더라... 이건 그냥 <낙타 못 본 썰> 이런 거야.
  
어쨌든 그렇게 글을 써서 돌렸더니 사람들이 좋아해. 사람들이 그 글을 보고 좋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 글을 본 사람들이 그걸 베껴 써서 자기 주변 사람들한테 돌려. 그 때는 그게 ‘좋아요’야. 오프라인으로 ‘좋아요’ 하는 거지.. ‘이덕무 님이 좋아하셨습니다’, ‘박제가 님이 좋아하셨습니다’, ‘홍대용 님이 좋아하셨습니다’, 이러는 거야. 그렇게 다른 ‘좋아요’ 하니까 친구의 친구가 보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도 그 글을 본다고. 이렇게 친구의 친구가 글을 보다가 누구까지 보냐면 그 당시 왕까지 보게 된 거야. 그 왕이 정조야.
  
정조는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왕이거든. 중세 유럽의 샤를마뉴 같은 경우는 글자를 쓸 줄 모른단 말이야. 그런데 정조는 자기가 신하들 스승이래. 자기 입으로 한 말이야. 얼마나 공부 많이 하고 똑똑했으면 그랬겠어? 그런데 왕이 보니까 그런 글이 마음에 안 들어. 글을 똑바로 쓰래. ‘나 중국 갔다 왔다능. 신기한 거 많이 봤다능.’ 이런 거 싫대. 그런 식으로 쓰지 말래. 그게 ‘문체반정’이야.”
   
내가 조금 잘못 설명한 게 있어도 앞으로 더 자라면서 알아서 책도 읽고 올바른 교육도 받고 하면서 혼이 정상적으로 바로 잡힐 것이다. 내가 주체사상을 가르친 것도 아닌데 뭐 어떤가.
   
   
(2015.12.22.)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