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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관상



백범 김구 선생이 젊어서 과거를 보려 했는데 당시 나라가 개판이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관리가 될 수 없었다. 과거를 포기한 김구 선생은 관상을 배웠는데, 배운 대로 자기 관상을 보니 평생 빈천하게 살 운명이었다. 그 때 좌절한 김구 선생의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었다. “관상 좋은 것이 수상 좋은 것만 못하고, 수상 좋은 것이 심상 좋은 것만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 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아서 우리가 아는 백범 선생이 된다.

그런데 김구 선생은 관상 대로 산 것 아닌가. 백범 선생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도망 다녔다. 임시정부 주석이지만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결국은 암살당해서 제 명대로 살지도 못했다.

다음 글은 어떤 사람의 관상에 대해 쓴 글이다.


〇〇〇은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가슴이 사나운 새 같고 목소리가 승냥이 같으며, 은덕이 적고 호랑이와 이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곤궁한 상황에 처하면 쉽게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지만, 일단 뜻을 얻으면 역시 쉽게 사람을 잡아먹을 것이다. 평민 신분인 나를 만나도 그는 항상 몸을 스스로 낮춘다. 만약 〇〇〇이 천하에서 뜻을 얻으면 천하가 모두 노예가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오래 사귈 수는 없다.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가슴이 사나운 새 같고 목소리가 승냥이 같다니. 이게 누구의 관상일까. 정답은 ‘진시황’이다. 위의 글은 사마천 <사기> 중 진시황 본기에 나오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명박’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반성하시라. 각하는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다.

* 원문 번역

진왕은 그 계략을 따르고, 예의를 지켜 요(繚)를 대하여, 옷과 음식이 요와 같게 했다. 요는 말했다. “진왕의 사람됨은, 콧등이 오똑하고, 눈이 길고, 거친 새의 가슴과 승냥이의 목소리를 가졌으니, 은덕이 좁고 마음이 호랑이와 이리 같다. 곤란할 때는 쉽게 다른 사람 아래에 있지만, 그 뜻을 얻으면 역시 쉽게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다. 나는 평민인데, 나를 만나도 항상 자신의 몸을 낮춘다. 진실로 진왕이 천하의 뜻을 얻게 한다면, 천하는 모두 노예가 될 것이다. 더불어 오래 사귈 수 없다.” 그러고는 급히 도망갔다.

(秦王從其計, 見尉繚亢禮, 衣服食飮與繚同. 繚曰: “秦王爲人, 蜂准, 長目, 摯鳥膺, 豺聲, 少恩而虎狼心, 居約易出人下, 得志亦輕食人. 我布衣, 然見我常身自下我. 誠使秦王得志於天下, 天下皆爲虜矣. 不可與久游.” 乃亡去. 秦王覺, 固止, 以爲秦國尉, 卒用其計策. 而李斯用事.)

(201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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