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고 말 대신 ‘모부’라는 말을 쓰자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비 부(父)가 먼저 나오는 것이 가부장적이니 이걸 어미 모(母)가 먼저 나오는 단어를 쓰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놈년’이라고 안 하고 ‘년놈’이라고 하면 페미니스트인가? 요새 근본 없는 단어를 막 만들어서 퍼뜨리는 것이 유행이라 별로 놀랍지는 않다. 어차피 근본 없는 단어를 쓸 것이라면, ‘모부님’ 같은 진지하고 억지스러운 이상한 표현 말고 ‘엄빠’(엄마+아빠) 같은 자연발생적이면서도 발랄한 표현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부 같은 말을 쓰는 글을 보면 하나 같이 진지한데 내용은 개소리이다. 어차피 개소리 할 거면 발랄하기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나?
가부장제에 반대해서 ‘부모’라고 안 하고 ‘모부’라고 하는 거면, 우파들은 ‘좌우’라고 하지 말고 ‘우좌’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러면 줄 설 때 “좌우로 나란히!”라고 하면 좌편향이고 “우좌로 나란히!”라고 하면 우편향인가?
근본 없기로 따지면 ‘포궁’(胞宮)만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자궁’(子宮)의 ‘자’(子)가 ‘아들 자’이니까 세포(細胞)할 때 포(胞)를 써서 성 중립적인 용어인 ‘포궁’이라고 하자는 것이다. 가지가지 하고 자빠졌다. 그러면, 원자(原子)는 과학이 남성중심적이어서 그런 것인가? 중성자(中性子), 양성자(陽性子), 입자(粒子), 미립자(微粒子)도 과학의 남성중심성을 보여주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남편 복 없는 여자가 자식 복도 없다면서 “이 놈의 집구석은 종자부터 글러먹었어!”라고 한다면, 그 종자라는 것은 딸이 아니라 아들만을 가리키는 것이겠다. 종자(種子)에도 ‘아들 자’가 들어가지 않은가?
아무리 상식이 없더라도, ‘남자’(男子), ‘여자’(女子)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적어도 ‘아들 자’에는 아들이라는 뜻 이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가 남포인 여포와 여포인 초선이 사랑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다.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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