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1

우유 당번의 분노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20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그들은 어떤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어떤 사회적 낙인에 고통받았는가. 인터뷰에 응한 한 대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차별적인 문화를 만들고 가부장 문화에서 혜택은 본 세대는 사오십대 남성이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봐도 그렇다. 우리는 오히려 차별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 우유 당번 등 궂은일은 남자가 많이 했다. 근데 오히려 40~50대 남성은 지금 페미니즘 정책을 펴면서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초등학교 때 우유 당번해서 페미니즘 정책에 반대한다니, 화장실 청소라도 시켰으면 어쩔 뻔 했나.

    

    

* 링크: [중앙일보] “20대 남성도 약자... 성차별 덕 본건 페미니즘 찾는 4050”

https://news.joins.com/article/23334810 )

  

  

(2019.01.31.)

   

2019/03/30

자기 집에 온 듯 여유 부리는 누런 고양이

    

작년에 왔던 누런 수컷 고양이가 올해도 우리 집에 왔다. 언젠가부터 회색 수컷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누런 고양이가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우리 집 마당 안으로 들어오자 화천이는 대문으로 마중 나가서 누런 고양이와 머리를 맞대고 비빈다. 처음에 화천이 새끼는 누런 고양이를 보면 피했는데 이제는 누런 고양이가 마당에 들어와도 그런가보다 한다.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누런 고양이는 집에 들어와서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지낸다.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있는 정도다. 어머니가 누런 고양이를 쫓아도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에 다시 들어온다. 화천이 먹으라고 준 사료를 먹고 화천이 새끼 마시라고 떠놓은 물을 마신다. 원래 우리 집에 살던 고양이였던 것 같다.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누런 고양이는 마당 한 구석에서 졸기까지 한다. 자다 깨서 멀리 있는 나를 슥 보더니 졸린지 귀찮은지 다시 눈을 감았다.

  

  

   

  

  

(2019.01.30.)

   

2019/03/28

봉사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학생 인성에 도움이 될까

   
학생부종합전형 중에는 어렵고 힘든 봉사를 하거나 봉사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입시에 도움이 되는 전형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한 전형이 학생들의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그런 활동 없이 시험 준비만 하는 것보다 학생 인성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독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정해진 의무 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게 하는 경우와 봉사 시간이나 내용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둘 중 어느 것이 나은가. 얼핏 보면 후자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 전자는 시간 채우려고 억지로 하는 것이고 후자는 학생들이 나름대로 계획도 세우고 봉사 활동 시간이나 내용, 강도 등을 정할 수 있으니 학생의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정해진 의무 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경우다. 편한 봉사든 힘든 봉사든 어떤 봉사를 선택할지는 학생의 자유이며, 구체적인 봉사 내용은 기록에 남지 않고 추가 봉사 시간도 기록에 남지 않으며 오직 봉사 시간만 기록에 남는다고 하자. 봉사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은 정해진 시간만큼만 편한 봉사를 할 것이고 봉사를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힘든 봉사를 할 것이다. 편한 봉사를 한 사람은 제도의 원래 취지와 상관없이 그냥 노동을 한 것이지만 힘든 봉사를 한 사람은 원래의 취지대로 봉사를 한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봉사 활동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일부 학생에게는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이번에는, 봉사 시간이나 내용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에도 편한 봉사와 힘든 봉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작은 보답을 원하는 사람은 편한 봉사를 할 것이고 큰 보답을 원하는 사람은 힘든 봉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답을 바라는 만큼 봉사하는 것이 어떻게 봉사인가. 그건 그냥 노동이다. 이 경우는, 편한 봉사를 하는 학생이든 힘든 봉사를 하는 학생이든 어느 학생도 봉사를 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대학 입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 노동을 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자신이 원해서 힘든 봉사를 택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하여 이러한 대학 입학 제도가 필요한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착한 학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학생에게도 봉사 시간이나 강도에 비례하여 대학 입학에 도움을 주는 제도가 해당 학생의 인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그 학생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자.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에 나오는 보육원 실험 사례를 보자. 보육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아이를 찾으러 와야 한다. 부모들이 늦게 오면 그만큼 보육 교사들의 노동 시간이 길어진다. 부모들이 제 시간에 보육원에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스라엘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유인에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경제학자들이 맨 처음 생각한 것은 부모들이 지각할 때 벌금을 매기는 것이었다. 인간은 경제적 유인에 따라 행동하니 벌금을 내기 싫어서 지각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니었다. 벌금제가 시행되자 오히려 부모들의 지각 횟수와 지각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났다. 왜 그랬을까? 벌금 시행 이전에는 부모들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지각하지 않으려고 했고 지각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와서 자기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다. 벌금 제도가 시행되자 늦더라도 벌금만 내면 되니까 아예 대놓고 늦게 오기 시작했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벌금으로 바뀐 것이다. 이 사례는 금전적 유인 구조가 도덕적 의무감을 밀어내는 일종의 제도적 밀어내기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제도적 밀어내기 효과가 학생부종합전형에는 예외일까?
   
봉사를 하면 한 것이지 남을 보여주려고 일일이 기록한다는 것은 너무 좀스럽다. 뇌물 상납하면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봉사를 하면서 남 보여주려고 그렇게 기록을 남긴다는 건 너무 이상하다. 학생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은 일인가. 착하지 않은 학생이 억지로 봉사활동해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할 뿐 아니라 착한 학생들의 인성에 대학 입학 제도가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효자들에 대한 기록을 보면, 부모가 아프면 꼭 자기 무명지 한 마디를 잘라 부모에게 피를 먹인다. 굼벵이나 지렁이, 두더지를 달여서 먹이지 않고 굳이 자기 피를 먹이는 것부터 이상한데 일단 먹이면 꼭 자기 손가락을 자른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해놓고서 왜 손가락을 자르는가. 손에 깊은 상처만 내도 피는 충분히 피가 많이 나오는데 왜 그러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깊은 상처는 아물면 티가 안 나지만 잘린 손가락을 다시는 나지 않아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가 효자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동네에서 효자 소리 듣고 벼슬을 얻는다. 조선에 엽기적인 효자와 열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국가에서 그러한 엽기적인 행실을 미덕으로 장려한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도덕을 외면화해서 조선이 도덕적인 사회가 되었나.
  
1970년대에 학생부종합전형이 있고 유신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면, 노회찬의 경기고 동창 황교안은 목숨 걸고 유신 반대 투쟁을 하면서 도망 다니는 틈틈이 학교생활기록부에 자신의 투쟁 이력을 적었을 것이다. 아마도 노회찬은 일종의 부끄러움 때문에 학생부에 자기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고 스펙이 모자라서 수시으로는 대학에 갈 수 없었을 것이다.
  
  
* 뱀발
  
대학 입시에 학생의 가치관이나 인성이 반영되어야 하고 그래서 자기소개서나 에세이에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남이 쓴 글을 몇 줄 읽으면 그 사람의 인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 인성 타령 그만 하고 범죄 저지른 것이나 잘 걸러내면 좋겠다. 가치관이나 도덕이나 인성 같은 것들은 최소 기준에 머물러야 한다. 자기소개서나 에세이로 가치관이나 인성을 보겠다는 것은 사기 치라고 멍석 깔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하고 사기꾼하고 거짓말 대결로 붙으면 착한 사람은 사기꾼을 이길 수 없다. 사기꾼이 마음먹고 사기를 치겠다는데 그걸 순진한 사람들이 무슨 수로 이기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차 뒷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학부 후배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라고 사기꾼이 말했다.”
  
  
(2019.01.28.)
   

2019/03/27

[과학사] Klein (2001), “Paper Tools In Experimental Cultures” 요약 정리 (미완성)

     

[ Ursula Klein (2001), “Paper Tools In Experimental Cultures”,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Part A 32(2): 265-302. ]

  

  

  1. Creating a Chemical Order

  2. Berzelian Chemical Formulas as Paper Tools

  3. Berzelian Formulas and Classification

  4. Manipulations of Paper Tools and Conceptual Development

  5. Unforeseen Consequences: The Dialectic of Tools and Goals

  6. Paper Tools and Laboratory Tools

  7. Conclusion

  

  


265-266

피터 갤리슨은 물리학자들이 ‘배경 노이즈’(background noise)를 제거하는 과정을 예술가들의 작업에 비유

피커링의 ‘표상적 사슬’(representational chain)

라투르의 ‘기입의 연쇄’(chain of inscription)


266

실험의 흔적들(experimental traces)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물질적인 것과 지적인 것으로 혼합적으로 구성되었다고 함.


266-267

이 글에서 클라인은 그 동안 무시되었던 베르셀리우스 화학식인 19세기 중반에 ‘정글’과 같던 유기화학분야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임.


267

클라인은 이 논문에서 1827-1834년의 유기화학반응의 실험적 조사에 초점을 맞춤.


267-268

클라인은 과학자들이 관행에 따라 구성하는 과정을 강조하는데, 이는 역사적 과정으로서는 추분한 설명이 되지만 기입의 중요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문서 도구’(paper tool)이라는 개념에 초점



  1. Creating a Chemical Order


268

1820년대 후반부터 베르셀리우스 화학식(Berzelian chemical formulas) 널리 사용 


269

베르셀리우스 화학식이 처음 유기화학에 도입된 것은 에테르와 Sulfovinic Acid의 합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됨.


270

화학반응의 기작을 실험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던 당시, 이 두 화합물의 합성이 완전히 다른 반응임을 보이는 데에 베르셀리우스 화학식과 식에서 질량평형을 맞추는 계수조작은 결정적인 방법으로 이용됨.



  2. Berzelian Chemical Formulas as Paper Tools


276

화학식은 유기물들을 명확히 규명하는 기준, 정량화의 도구였으며, 화합물의 물질적인 ‘자취’(trace)와 동시에 해석적 데이터를 함께 만들어냄으로써 ‘보이지 않는’ 화학반응을 가시화함.

화학식은 실험으로 재현할 수 없는 화학반응의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만듦.



  3. Berzelian Formulas and Classification

  

277

영국의 화학자 헨리 헨넬(Henry Hennell)은 실험 끝에 설포비닉 산(sulfovinic acid)이 올레피안트 가스(olefiant gas) 혹은 중탄산수소(bicarbonated hydrogen)와 황산으로 이루어진 단순합성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함.

 

277

1828년 뒤마와 불레(Boullay)는 유기물의 화학반응 연구 및 그로부터 밝혀진 유기물의 구조(composition)와 조성(constitution)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기물 분류 양식을 만들고자 시도하면서 헨넬의 결론으로 돌아옴.

 

설포비닉산: 2SO³(황산)+4H²C²(중탄산수소)

 

이런 수정은 경험적 증거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 아님.

 

277-279

- 18세기와 19세기 초 식물, 동물 화학에서 유기물은 식물, 동물의 자연적 기원과 관찰가능한 속성으로 분류되었음. 

이 분류로는 유기물의 종류 구분이 쉽지 않았음. 또한 기존 분류가 종, 속, 아종에 속하는지 여부 판별 어려움. 

1820년대 말에는 추출기법 정교화 및 화학적으로 변형된 유기물 생산 등으로 식물 동물 물질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 더욱 심각해짐. 

유기물 분류의 통일된 기준 만들고자 하는 욕구 커짐.

 

279

- 유기물의 첫 분류 시도는 문제 더 악화시킴!(베르셀리우스)

 

279

그러나 1828년 뒤마와 불레가 새 유기물 분류양식을 제안.

이 분류는 유기화합물의 composition과 ‘binary constitution’(보이지 않는 성질)에 기반함.

 

- 포도당과 녹말:

 

283-284

- 1830년대 초 전까지 유럽 학자들은 유기물과 무기물의 영역 확고히 그었음.

- 그러나 1833년부터 변화.

베르셀리우스, 리비히 등이 유기화합물도 binary constitution 가진다고 받아들임.

 


  4. Manipulations of Paper Tools and Conceptual Development


284-285

- 1834년~1840년에 알코올, 에테르 등의 이원 조성(binary constitution)에 대해 논쟁하면서 장 뒤마(Jean Dumas)는 치환(substitution) 개념을 발전시킴.

 

285

Liebig는 chloroform의 합성 과정에 주목하여 그 기작을 밝히려 했지만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그 단계적인 반응을 모두 설명하기 힘들었음. 



  5. Unforeseen Consequences: The Dialectic of Tools and Goals



289

클라인은 ‘치환’ 개념이 화학식이 보여주는 ‘연상성’(suggestiveness)과 ‘조작성’(manoeuvrability)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며, 베르셀리우스 화학식과 같이 종이 위에서 이론과 데이터를 조작하고 처리하는 도구를 ‘Paper Tool’이라 일컫는다.



  6. Paper Tools and Laboratory Tools


291-292

- 왜 특정한 상징체계를 택했고 왜 기입을 바꾸었고, 기입의 중요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면 기호학적 접근을 맥락화할 필요가 있음.

역사적 행위자들이 공유한 믿음, 목표, 이것들이 역사적 실천 속에서 작동되는 방법 등을 살펴봐야 함. 

- 베르셀리우스 화학식은 “종이 도구”

유럽 화학자들이 1830년대부터 집합적으로 공유된 목표 달성하기 위해 적용

베르셀리우스 화학식은 화학자들에게 유기물의 binary constitution에 대한 구체적 모델 구성하고, 새 분류체계 만들고, 실험적으로 유기반응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해석적 모델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resource)

 

292

- 베르셀리우스 화학식은 다른 상징체계에 비해 적절한 도구


292

- 종이 도구화 실험실 도구 사이의 비교 가능성



  7. Conclusion


   

  

(2018.07.22.)

    

2019/03/26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