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0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한겨레>에 실린 기사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일부에서는 비교과 폐지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폐지할 때 생기는 문제가 있다.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곤란해진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하고 평가하면 되는 곳인가. 교과 성적만 좋으면 훌륭한 학생인가. 교과 성적만 좋으면 훌륭한 학생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답하는 순간, 학교와 학원의 경계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학교가 학원과 다른 것은 점수만 올려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가르쳐야 하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이다.

“교과 성적만 좋으면 훌륭한 학생인가.” 다니엘 카네만의 심리학 실험에 나오는 문구 같다. 교과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은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지 교과 성적 좋은 학생이 무슨 짓을 해도 용인한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로 물어보자. 교과 성적 말고 무엇이 좋아야 훌륭한 학생인가? 인성? 학생의 인성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비굴하지만 교사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시키는 대로 다 하는 학생과, 나름대로 도덕감이나 원칙이 있지만 교사가 수행평가로 헛짓거리를 시키는 것을 건성으로 하고 말 안 듣고 자기 주관대로 무언가를 하려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어떤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은가? 교사한테 이렇게 물어보자. “당신은 ‘사람’입니까?” 아무도 자신 있게 말을 못하고 “그렇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사람이 되라고 말해야...”라고 쭈뼛거리며 말할 것이다. 인성 타령, 사람 타령은 딱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다.

기사에서는 말한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가르쳐야 하는 곳이 학교라는 공간이다.” 어디서는 학생보고 짐승이 되라고 하는가? 유튜브에서 입시 강사들의 인성 교육 영상을 찾아보자. 그 정도로 사람 되라고 하는 교사가 학교에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 되라고 가르치는 곳이 학교라는데, 왜 학생들은 나쁜 짓을 학원에서 안 배우고 학교에서 배우는가? 왜 나쁜 일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가? 청소년 범죄를 은폐하는 곳은 왜 학원이 아니라 학교인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을 가는 상황에서, 성적우수자가 범죄를 저지르자 학생부를 관리하느라 학생의 범죄 사실을 은폐한 고등학교들의 사례는 있다. 교내 수상실적 몰아주기는 도처에 널려있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들은 얼마나 많을까?

한국식 인성 타령은 항상 문제의 본질을 가린다. “학교가 학원과 다른 것은 점수만 올려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하지만, 정작 왜 학교는 점수를 올려주지 못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학원은 시험 보는 요령만 가르쳐주고 학교는 원리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니까 사고력만 향상되고 성적이 안 오른다는 것인가? 인성 교육에 열중하느라 입시에 소홀해서 그런 것인가?

학교에서는 왜 성적을 못 올려줄까? 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지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교사의 문제일 수도 있다. 변수가 여러 개지만 그 중 하나는 쉽게 고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등교사들에게 수능을 보게 하고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 오라고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교사가 능력이 없어서 학교에서 성적을 못 올려준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다. 하려고만 하면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수능 답안지를 학생용과 교사용으로 구분해서 같은 고사장에서 풀게 하는 것이다. 매년 시험 볼 필요는 없고 5년에 한 번이든 7년에 한 번이든 갱신 기간 내에만 1등급 받아오게 하면 행정적인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등교사 중 자기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와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사들은 평생 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한 지식도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대학원생은, 철학과에서 수리철학을 전공하기로 고등학교 때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학교의 교사는 그 학생에게 강신주의 강연을 보러갈 것을 제안했고, 실제로 강신주의 강연을 들은 그 학생은 철학에 대한 너무 심한 회의감이 들어서 하마터면 철학과에 안 갈 뻔했다. 교사 중에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데 이제는 자기 일도 아닌 일까지 해야 한다. 과연 이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지식 전달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기 전에, 과연 지식을 잘 전달하기나 하는지 묻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왜 안 물을까? 도대체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 링크: [한겨레] 논란의 학종,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

(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3793.html )

(2019.10.30.)


2019/12/29

멕시코 어부 우화의 교훈



멕시코 어부와 하버드 MBA 출신 사업가에 관한 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다양하게 변형되어 코스타리카 버전, 인도 버전, 자메이카 버전, 서아프리카 버전 등도 있으나,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거의 비슷하다.

멕시코에 놀러온 사업가가 바닷가에서 빈둥거리는 어부에게 괜히 시비를 건다. 왜 일을 더 안 하고 노느냐는 물음에 그러자 어부는 그날 잡을 고기를 다 잡았기 때문에 그런다고 답한다. 그 말에 사업가는 고기를 더 잡고 돈을 모으면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고 결국은 큰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한다. 사업가의 잔소리를 한참 듣던 어부는 반격을 시작한다. “당신은 그렇게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 겁니까?”,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낚시를 할 겁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소.”

이 이야기의 교훈은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자’ 같은 것이라고들 말한다.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이런 엉성한 우화를 듣고는 마치 이전에는 몰랐던 대단한 것을 깨달은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화 속 어부가 아니라 사업가에 감정 이입하기 때문이다.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 왜 사업가한테 감정 이입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기 때문에 그런 교훈을 얻는다고 보는 것이 최선의 설명이다. 어부의 눈으로 우화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닷가에서 평생을 산 어부가 있다. 어쩌다 바다에 가야 좋은 것이지 평생 동안 허구헌날 바다만 보고 살았다고 하자. 정말 좋을까? 조선시대 유배지가 그런 곳이다. 어쨌든 어부는 사는 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어떤 사업가 놈이 와서는, 좋게 구경이나 하고 가든지 물고기나 몇 마리 잡고 갈 일이지,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어부는 생각한다. ‘네가 하버드 MBA를 나왔으면 나왔지 나보고 어쩌라고?’

농사꾼이 하루에 몇 시간 더 일한다고 해서 서산농산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고, 어부가 하루에 몇 시간 더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동원참치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증권회사 직원이 하루에 몇 시간 더 일한다고 해서 증권사를 인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시골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안다. 그런데 이 사업가 놈이, 하버드 MBA를 나왔으면 나왔지, 동네 꼴을 봐도 대번에 견적이 나오는데, 물고기 한 마리 더 잡아주는 것도 아니면서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고 앉았다. 어부 입장에서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억세고 무식한 시골 사람의 이미지라면 충분히 “야 이 새끼야, 그게 말이 되면 늬가 이 동네 와서 물고기 잡아서 원양어선 선단 만들어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부는 점잖게 타이른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잖소”라고.

이 이야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자’ 같은 허위의식이 아니다. 그런 교훈은 돈이 충분히 많지만 돈 욕심 많아 일을 더 하는 사람에게나 도움이 되지, 돈 없어서 시간을 쥐어짜내며 억지로 일을 더하는 사람에게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지가 달라서 그딴 교훈을 얻어 봐야 사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이 이야기에서 얻어야 할 것은 의연함이다. 시골 산다고 얕잡아보는 도시 사람이 잔소리를 늘어놓더라도, 많이 배웠다고 아는 체 하는 놈이 옆에서 날파리처럼 왱왱거리더라도, 화내지 않고 타이를 수 있는 어부의 의연함, 그런 여유를 배워야 할 것이다.

(2019.10.29.)


2019/12/28

[중국사] 진수 『삼국지』 권29 위서29 「방기전」 요약 정리 (미완성)

   
[ 진수, 『정사 삼국지 위서 2』, 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2018) ]


□ 화타전
□ 두기전
□ 주건평전
□ 주선전
□ 관노전
  
  
□ 화타전

■ 
- 화타(華陀)는 자가 원화(元化), 패국 초현 사람, 일명 부(敷).
- 서주 일대에서 유력하며 학문을 하였으며 여러 권의 경전에 통달.
- 패국의 상 진규가 화타를 효렴으로 천거하고, 태위 황완이 불렀지만, 모두 나가지 않음.
- 화타는 양성의 방법에 밝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화타의 나이가 백 세 가까이 되었지만 장년의 용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

■ 화타의 치료 방법
- 약품 처방
• 그는 또 약품 처방에도 정통.
•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끓일 경우에는 불과 몇 종류의 약재를 합쳐 끓였으며, 마음속으로 약품의 분량을 가늠하고 다시 저울로 재지 않았음.
• 끓여서 익으면 환자에게 먹이고 약을 복용할 때의 주의 사항을 이야기해줌.
• 이와 같이 하여 약을 먹으면 병이 완쾌되었음.
- 뜸
• 한두 곳만을 선택하여 각 곳마다 예닐곱 번만 뜸을 떠도 병세가 사라졌음.
- 침
• 침을 놓아야만 하는 경우, 한두 곳만을 선택하여 침을 놓으면서 환자에게 이렇게 말함. “침은 어떤 장소에까지 찔러야만 합니다. 그곳까지 찔렀다면 말씀하십시오.”
• 환자가 “벌써 찔렸습니다”라고 말하고, 즉시 침을 빼면, 환자의 병세에 차도가 있었음.
- 수술
• 몸에 병이 있는데 침과 약으로는 환부에 미칠 수 없어 절개를 해야만 될 경우에는 환자에게 마취약을 먹여 지각하는 바가 없게 하고 환부를 잘라 꺼내었음.
• 창자 속에 질병이 있으면 창자를 잘라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봉합하여 고약을 붙임.
• 4-5일 후면 차도가 있어 통증이 사라지고, 한 달 만에 완쾌됨.

■ 치료 사례(1)
- 감릉의 상(相)의 부인이 임신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 복통으로 편안하지 못함.
- 화타는 그녀의 맥을 짚어보고 말했다. “태아는 벌써 죽었습니다.”
- 사람을 시켜 손으로 더듬어 태아의 위치를 살피게 하고, 왼쪽에 있으면 사내아이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여자아이라고 함.
- 위치를 살핀 사람이 태아가 왼쪽에 있다고 하자, 탕약을 배합하여 태아를 씻겨 내렸고, 과연 내려온 것은 사내아이의 모습이었고, 즉시 통증이 사라짐.

■ 치료 사례(2)
- 현의 관리 윤세는 사지에 열이 나고 입안이 마르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소변도 순조롭지 못하였음.
- 화타: “시험 삼아 뜨거운 음식을 먹어보아 땀이 나면 쾌차하고, 땀이 나지 않으면 사흘이 지난 후에 죽을 것이다.”
• 즉시 뜨거운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만 땀이 나지 않았음.
- 화타: “장기가 이미 체내에서 끊어졌다. 눈물을 흘리며 울어야만 기를 이을 수 있다.”
- 과연 화타의 말과 같았다.

■ 치료 사례(3)
- 부(府)(태위의 막부)의 관리 아심과 이연이 함께 화타에게 가서 진찰을 받음.
• 두 사람 모두 두통과 전신에 열이 있었으며, 느끼는 고통이 똑같았음.
- 화타: “아심은 설사를 해야만 되고, 이연은 땀을 내야만 한다.”
• 어떤 사람이 병은 같은데 치료 방법이 다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함.
• 화타가 “아심은 체질이 겉으로 튼실하고 이연은 속이 튼튼하므로 당연히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
- 즉시 각자에게 약을 주었는데, 다음날 아침 두 사람 모두 병이 완쾌되어 일어남.

■ 치료 사례(4)
- 염독의 엄흔이 몇 사람과 함께 화타를 찾아옴.
•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화타가 엄흔에게 말함. “당신의 몸은 좋습니까?”
• 엄흔: “평상시와 같습니다.”
• 화타: “당신에게 화급을 다투는 병이 있음이 얼굴에 나타나니 술을 많이 마시지 마시오.”
- 엄흔 등은 담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몇 리를 가다가 엄흔이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며 수레 위에서 떨어짐.
- 사람들은 그를 부축하여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튿날 밤에 죽었음.

■ 치료 사례(5)
- 이전에 독우(순찰관)를 지낸 돈자헌이 병에 걸렸다가 쾌차하여, 화타에게 진맥을 짚어보게 함.
- 화타: “몸은 아직 허약하며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았으니, 수고로운 일(방사)을 하지 마시오. 그 일을 하면 곧 죽게 될 것입니다. 죽게 된다면 혀를 몇 촌 내놓아야만 할 것입니다.”
- 돈자헌의 아내는 돈자헌의 병이 좋아졌다는 것을 듣고 백여 리 밖에서 와서 그를 살펴보고는 밤에 그의 집에 머물며 교접을 하였는데 3일 만에 발병함.

■ 치료 사례(6)
- 독우 서의가 병이 들었으므로 화타가 가서 그를 진찰함.
• 서의: “어제 의조리(관청에 소속된 의사) 유조를 시켜 위(胃)에 침을 놓게 한 후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와서 누워서 편안히 잘 수가 없소.”
• 화타: “침을 위에 찌르지 않고 잘못하여 간을 찔렀다. 먹는 것이 하루하루 줄어들고, 닷새가 지나면 구할 수 없다.”
- 결과는 화타의 말처럼 되었다.

■ 치료 사례(7)
- 동양현 진숙산의 작은 아들이 두 살 때 병에 걸려 변을 보지 못해 항상 먼저 울었으며, 하루하루 쇠약해짐.
- 화타: “이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가졌을 때, 태아를 자라게 하는 데 양기가 집중되었으므로 모유를 먹는 아이는 어머니의 차가운 성분을 섭취하였기 때문에 나을 수 없다.”
- 화타는 네 가지 약재를 합쳐 만든 여완환을 줌. 열흘 후 병세가 사라짐.

■ 치료 사례(8)
- 팽성 태수의 부인이 밤에 변소에 갔다가 전갈에 손을 쏘여 아파했지만 치료할 방법이 없었음.
- 화타는 사람을 시켜 탕약을 뜨겁게 하여 그 속에 손을 씻어내도록 함.
- 이와 같이 하니 즉시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여러 번 탕약을 바꾸어 탕약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함. 날이 새자 쾌차함.

■ 치료 사례(9)
- 군리 매평이 병에 걸려 업무를 쉬고 집으로 돌아옴.
• 집은 광릉현에 있었는데, 2백 리를 남겨두고 친척집에서 머물렀음.
- 오래지 않아 화타가 우연히 매평의 친척집에 옴.
• 화타: “당신(매평)이 일찍 나를 만났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질병이 이미 다했으니, 빨리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만나라. 닷새 후면 죽는다.”
- 매평은 즉시 돌아갔고, 죽은 기일은 화타가 예측한 것과 같았음.

■ 치료 사례(10)
- 화타는 길을 가다가, 목구멍이 막히는 병에 걸린 사람이 음식을 먹으려고 했지만 먹지 못하자, 집 식구들이 수레에 태워 의사에게 가려고 하는 것을 봄.
• 화타는 그 사람의 신음소리를 듣고 수레를 멈추게 하고 가서 살펴봄..
• 화타: “방금 지나온 길 옆쪽 떡 파는 집에 마늘을 부수어서 시게 만든 것이 있으니 세 되를 사서 그에게 먹이면 병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 화타의 말처럼 하니 환자는 즉시 뱀 한 마리를 토해냄.
- 토해낸 뱀을 수레 옆에 걸고 화타를 방문함.
• 화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어린 아이가 문 앞에서 놀다가 그들을 맞이함.
• “우리 아저씨를 만난 것 같군요. 수레 옆에 뱀을 매달았군요.”
• 환자는 화타의 집의 북쪽 벽에 이런 뱀이 수십 마리 매달려 있는 것을 봄.

■ 치료 사례(11)
- 어떤 군의 태수가 병이 들었음.
- 화타는 그 사람이 크게 화를 내면 차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 그래서 태수에게 많은 돈을 받고 치료를 하지 않았고 태수를 내버려두고 떠나면서, 태수를 욕하는 편지를 남김.
• 태수는 매우 화를 크게 냈으며, 사람들을 시켜 화타를 추격하여 잡아죽이도록 함.
• 태수의 아들은 화타의 의도를 알았기 때문에 수하 관리들에게 쫓지 말도록 함.
- 태수는 최대한도로 분노하더니 검은 피를 토하고 병이 낫게 됨.

■ 치료 사례(12)
- 한 사대부가 있었는데, 몸이 불편하였음.
• 화타: “그대의 병은 깊으니 배를 잘라 절제해야만 한다. 그러나 당신의 수명도 10년을 못 넘길 것이니, 질병이 그대를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10년간 질병을 참아낼 수만 있다면 수명과 함께 질병이 다할 것이므로 특별히 절제를 할 필요는 없다.”
• 사대부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것을 반드시 절제하려고 함.
- 화타는 수술을 하였고 환부는 빨리 좋아졌는데, 10년이 지나 결국 죽음.

■ 치료 사례(13)
- 광릉 태수 진등이 병이 들자 가슴속에 고민이 가득하였으며 안색이 붉고 음식을 먹지도 않았음.
• 화타는 진등의 진맥을 보고 말함. “당신의 위 속에 있는 몇 되의 기생충이 안에서 악성 종기가 되려고 하는데, 날 것을 먹어서 생긴 것이다.”
• 탕약 두 되를 만들어 먼저 한 되를 복용하게 하고, 조금 있다가 전부 복용하도록 함.
• 탕약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세 되의 기생충을 토함.
• 붉은 색 머리는 모두 움직이고 있었고, 반쪽은 아직 물고기를 얇게 저민 모습을 하고 살아있었음.
• 화타: “이 병은 3년 후에 또 재발한다. 그때 훌륭한 의사를 만나면 치료할 수 있다.”
- 화타가 말했던 기일에 병이 재발하였는데, 당시 화타가 살아있지 않아서 말한 것처럼 죽음.

■ 치료 사례(14)
- 조조가 소문을 듣고 화타를 불러 화타는 항상 조조 곁에 있었음.
- 조조는 두통으로 고생하였는데, 재발할 때마다 마음이 산란하고 눈이 몽롱함.
- 화타는 침으로 횡격막을 찌르고 손을 따자 병세가 사라짐.

■ 치료 사례(15)
- 장군 이통의 부인이 병세가 심각하였으므로 화타를 불러 맥을 짚어 보도록 함.
• 화타: “유산이 되었는데 태아가 모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이통: “유산이 확실하다면 태아는 이미 떨어진 것이라고 들었다.”
• 화타: “진맥에 의하면, 태아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 장군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함. 화타는 진료를 멈추고 떠남.
- 부인의 병세는 점점 호전되었으나 백여 일 후에 병이 재발하여 다시 화타를 부름.
• 화타: “이 맥의 관례에 따라 판단하면, 태아는 아직 있다. 이전에 두 아이가 생겼는데, 한 아이는 먼저 나왔는데 출혈이 매우 많았고, 뒤의 아이는 아직 출생하지 못했다. 산모는 자각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깨닫지 못했으므로 이어서 낳지 않았기 때문에 출생하지 못한 것이다. 태아는 죽었고, 어머니의 혈맥은 다시 태아에게 돌아가지 않으니, 태아가 말라서 어머니의 등골뼈에 붙어있기 때문에 등골뼈의 통증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 탕약을 주고, 아울러 한 곳에 침을 놓으면, 죽은 이 태아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 탕약과 침을 모두 사용하자, 부인의 격렬한 통증이 아이를 낳을 때와 같았음.
• 화타: “죽은 태아는 너무 오래 말라 있었으므로 스스로 나올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찾도록 해야 한다.”
- 과연 죽은 한 사내아이를 꺼냈는데, 손과 발이 모두 온전하게 갖추어져 있었고, 안색은 검었으며, 몸은 1척쯤 되었음.

■ 화타의 죽음
- 화타의 절묘한 의술은 대체로 이와 같았으나, 본래 선비였으므로 의술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 간주되자 마음속으로 항상 부끄러워했음.
- 후에 조조가 직접 국사를 처리할 때, 중병에 걸려 화타에게 치료하도록 함.
• 화타: “이 질병은 단기간에 치료하기는 어렵습니다. 장기간 치료해야만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 화타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음. 집에서 온 편지를 받았으니 잠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조조에게 말함.
• 집에 돌아간 후, 부인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여러 차례 기일을 연기할 것을 청하여 돌아가지 않음.
• 조조는 누차 편지를 써서 불렀고, 군현의 관리에게 명령하여 화타를 보내도록 함.
• 화타는 자신의 본령을 견지하고 다른 사람을 모셔 녹을 먹는 것을 싫어하였으므로 길에 오르지 않았음.
- 조조는 매우 노하였으며, 사람을 보내 가서 살펴보도록 함.
• 화타의 처가 정말로 병에 걸렸다면 팥 열 섬을 내리고 휴가 기한을 더 늘려주고, 화타의 말이 거짓이라면 체포하여 압송하도록 함.
• 화타는 허창의 감옥으로 넘겨졌으며, 심문을 받고 죄를 시인함.
- 순욱이 조조에게 간청함.
• 순욱: “화타의 의술은 확실히 매우 정통합니다.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으니 그를 당연히 용서해야 합니다.”
• 조조: “걱정하지 말라. 천하에는 이런 쥐새끼 같은 자가 없어야만 한다.”
• 그리고 화타를 가혹하게 고문함.
- 화타가 죽으려고 할 때, 책 한권을 꺼내 옥의 관리에게 줌.
• 화타: “이 책은 사람을 살릴 수 있소.”
• 옥의 관리는 법을 어기는 것이 두려워 받지 않았고, 화타도 강요하지 않고 불을 찾아 태워버림.
- 화타가 죽은 후에도 조조의 두통이 사라지지 않음.
• 조조: “화타는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그는 나의 병을 고쳐 스스로를 높이려고 했다. 내가 화타를 죽이지 않았어도 끝내 나를 위해 이 병의 근원을 잘라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 나중에 조조의 아들 창서가 질병으로 위독하게 되자, 조조는 탄식하며 말함.
• “화타를 죽인 것을 후회한다. 내가 이 아이를 죽게 했다.”

■ 치료 사례(16)
- 군리 이성이 고통스런 기침으로 밤에도 낮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으며, 항상 피고름을 토하였으므로 화타에게 물었음.
• 화타: “그대의 병은 장에 종기가 난 것이다. 기침할 때 토하는 피고름은 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대에게 가루약 두 전(1전은 3.75g)을 주겠다. 두 되쯤 되는 피고름을 토하고 마음이 유쾌해지면 한 달이면 차도가 있고, 기를 가지고 마음을 자애롭게 한다면 1년이면 건강하게 될 것이다. 18년이 지나면 한 차례 작은 발작이 있을 것인데, 이 가루약을 복용하면 다시 병세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약을 얻지 못한다면 죽게 될 것이다.”
- 이성이 약을 얻은 후, 오륙 년이 지났을 무렵에 친척 중에 이성과 같은 병에 걸린 자가 있었음.
• 친척은, 이성은 지금 건강하고 자신은 죽으려고 하니, 먼저 자신에게 약을 주면 병이 치료될 것이고, 다시 이성을 위해 화타에게서 약을 구해오겠다고 함.
• 이성은 약을 친척에게 줌. 친척은 병이 완치되어 초현으로 갔지만, 마침 화타가 잡혀 가서 화타에게서 약을 구하지 못함.
- 18년 후, 이성은 병이 재발했지만, 약을 복용할 수가 없어 죽게 됨.

■ 화타의 제자(1): 오보
- 광릉현의 오보, 팽성편의 번아가 화타를 추종하여 배움.
- 오보는 화타에 의거하여 치료했으므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함.
- 화타가 오보에게 말한 것.
• 사람의 몸은 항상 활동을 하려고 하지만, 지나치게 피로하게 해서는 안 됨.
• 활동하면 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할 수 있고, 혈맥이 흘러 통하여 질병이 생기지 않음. 비유하면 문의 지도리가 썩지 않는 것과 같음.
• 이 때문에 옛날에 장수한 신선은 몸과 수족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양생법인 도인 활동을 진행시키고, 곰처럼 나무를 끌어안고, 올빼미처럼 몸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목만 돌려 뒤를 돌아다보고 허리를 펴고 각 부위의 관절을 움직여서 장수했음.
• 화타는 한 운동 방법을 갖고 있는데, 이름을 ‘오금희’라 함. (1) 호희, (2) 녹희, (3) 웅희, (4) 원희, (5) 조희.
• 이것은 질병을 제거할 수 있고, 수족을 자유롭게 하여 도인 작용이 있음.
• 신체 중에 불편한 곳이 있을 때에 일어나서 한 동물의 놀이를 한다면 땀을 흘려 옷을 적시게 될 것이고, 불편한 곳 위에 가루약을 뿌리면 신체는 경쾌해지고, 뱃속에서도 음식을 먹으려고 할 것
- 오보는 이것을 시행하였으므로, 나이는 90여세가 되었지만 귀가 밝고 눈이 밝으며 치아가 완전하며 견고했다.

■ 화타의 제자(2): 번아
- 번아는 침술에 뛰어났음.
• 무릇 의술을 행하는 사람들은 등과 가슴 사이에 숨어 있는 것에는 침을 놓을 수 없으며, 그곳에 침을 놓는다면 4분(分)을 넘지 못한다고 함.
• 번아는 등에 침을 1-2촌을 찌르고 큰 구멍이나 가슴 부위에 침을 5-6촌씩 놓아서 질병을 모두 치료함.
- 번아는 일찍이 화타에게 사람에게 유익한 약을 먹일 수 있기를 구하였음.
• 화타는 그에게 칠엽청점점산(七葉靑黏散)을 전수함.
• 옻나무 잎을 자른 것 한 되와 청점을 잘게 부수어 14량의 비율을 맞추어 만든 것.
• 이것을 오래 복용하면 뱃속에 있는 삼필(세 마리)의 기생충이 제거되어, 오장을 이롭게 하고 신체를 가볍게 하며, 두발이 하얗게 되지 않도록 한다고 함.
- 번아는 화타의 말을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여 1백여 세까지 살았다.
• 옻나무 잎은 도처에 있고, 청점은 풍현, 패현, 팽성현과 조가현 일대에 서식함.



□ 두기전
□ 주건평전
□ 주선전
□ 관노전


■ 진수의 평
- 화타의 진료, 두기의 음악, 주건평의 관상술, 주선의 꿈 풀이, 관로의 점괘는 진실로 모두 현묘하고 정교하며 비범한 기술임.
- 옛날 사마천이 「편작」, 「창공」, 「일자」의 전을 지은 것은 불가사의한 것을 포괄하여 기록하고자 한 것.
- 이 때문에 나도 이러한 것을 기록함.
  
  
(2020.02.08.)
    

[교양] Wilson (1998), Consilience 요약 정리 (미완성)

[ Edward Osborne Wilson (1998),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Alfred A. Knopf). 에드워드 윌슨, 『통섭: 지식의 대통합』,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