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현대미술인가 시각공해인가



220동에 가려고 기숙사 삼거리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30분 동안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냥 걸어 내려갔다. 나중에야 셔틀버스가 안 온 이유를 알았다. 개교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걸어 내려가다 국제대학원 앞에서 이상한 걸 보았다. 투표소에서 본 것 같은 가림막이 있었다. 분홍색 천으로 되어 있었고 그 천에 커다랗게 “키스방”이라는 큰 글씨가 있고 큰 글씨 밑에 “연인들을 위한 키스 방입니다. 자유롭게 키스하고 가실 수 있습니다”라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다른 면에는 이 전시물이 졸업 작품이며 며칠 후 자진 철거할 예정이니 철거하지 말아달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졸업 작품”이라는 글귀를 보고 ‘이 사람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걸 졸업 작품이라고 내놨겠나. 이 사람도 안 됐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그런 시각공해를 발생하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한 걸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시각공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술가면 예술가지 무슨 권리로 남에게 피해를 준단 말인가.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예술가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들을 누가 예술가로 인정했나. 운송업자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는 것처럼 예술가도 등록증제로 운영해야 하지 않나 모르겠다. 그게 힘들다면 이산화탄소 배출권처럼 미술작품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무식한 건 맞는데, 그래도 명화라고 하는 게 왜 명화인지 설명을 들으면 납득은 간다. 가령, 얼마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왜 명화인지 설명을 들었을 때 적어도 납득은 갔다. 그런데 현대미술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하는 작품설명을 들으면 그 작품이 더 이상해 보인다. 고작 그걸 표현하려고 저러고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뒤샹은 가게에서 소변기를 사다가 거기에 자기 서명을 해서 <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에 전시했다. 뒤샹이 한 번 했으면 거기에서 끝나야지, 어디서 대변기를 사가지고 와서는 <된장독>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겠다고 우기면 안 된다.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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