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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2

[지질학] 김지성 외 (2016),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점과 의미” 요약 정리



[ 김지성・남욱현・임현수 (2016),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점과 의미」, 『지질학회지』, 제52권 제2호, 163-171쪽. ]

1. 서론

■ 배경 [164쪽]

- 국제지질과학연맹(International Union of Geological Sciences, 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ICS)는 지질시대를 층서학적으로 구분하여 시대별 단위와 정의를 설정함.

• ICS에서 발간하는 지질시대 구분은 국제표준으로 사용됨.

- ICS 산하 제4기층서소위원회(Subcommission on Quaternary Stratigraphy)에서 인류세(Anthropocne)를 공식적인 지질시대 단위로 인정할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짐.

• 지구상에 인류의 흔적이 너무나 명백하므로, 지구가 원시 자연 상태였던 시기와 구분하여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

• 인류세 연구위원회(Anthropocene Working Group, AWG) 소속 학자들은 영국 레스터대학교(University of Leicester)의 고생물학자 얀 잘라시비치(Jan Zalasiewicz)를 중심으로 2016년에 인류세를 공식화하고자 함.

• 그러나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임.

■ 논평의 목표 [164쪽]

- 인류세의 도입과 관련된 주요 쟁점 사항들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제기된 홀로세-인류세 경계 선정에 관한 대표적인 네 가지 주장을 고찰

- 인류세 설정에 대한 우리의 견해, 그리고 국제 학계의 움직임이 국내 제4기 연구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방안을 논의함.

2. 배경

[164쪽]

- 과학자들이 인간의 활동과 지구의 지질학적 영향을 연관지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감.

• 미국의 외교관 조지 퍼킨스 마시(George Perkins Marsh)의 ‘인간의 행동이 변형시킨 지구’(The Earth as Modified by Human Action)(1864)

• 이탈리아의 지질학자 안토니오 스토파니(Antonio Stoppani)의 ‘인류대’(Anthropozoic era)라는 용어

• 러시아의 지화학자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베르나드스키(Vladimir Ivanovich Vernadsky)는 인간의 지적 활동에 의해 변화하는 지구환경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로 ‘지성권’(Noosphere)이라는 개념을 주창함.(Vernadsky 1945)

- 그러나 이 같은 개념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일부 학자들만 사용함.

[164-165쪽]

-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미국의 생물학자인 유진 스토머(Eugene F. Stoermer)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짐.

- 인류세라는 용어를 유명하게 만들고 그 중요성을 널리 전파한 사람은 네델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폴 크루첸(Paul Crutzen)

• 2000년 크루첸과 스토머가 함께 <International Geosphere-Biosphere Programme>(IGBP)의 Newsletter에 발표한 짧은 기고문이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된 기록임.

• 199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크루첸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지구의 역사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주장하며, 그 명칭으로 인류세라는 용어를 제시함.

- 크루첸의 영향력에 의해 그의 제안은 과학계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급속히 받아들여지기 시작함.

• 2014년 한 해에만 200편이 넘는 인류세 관련 논문이 나옴.

•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관련 학술지가 세 권이 창간됨. <Anthropocene>, <The Anthropocene Review>, <Elementa: Science of the Anthropocene>

• 2015년 3월, <네이처>(Nature)지에서 표지 기사로 인간의 시대를 다룸.

• 2016년 1월, <사이언스>(Sicence)지에 홀로세와 인류세가 뚜렷히 구분된다는 논문이 실림.

- 이러한 파급력은 과학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퍼져나감.

• 2012년 UN 리우+20 정상회의(UN Rio+20)에서 행사를 시작하면서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Anthropocene)라는 제목의 영상을 상영함.

- 인류세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던 이유

• 대-가속기(Great Acceleration)라고 표현하는 20세기 이후의 급격한 인구 증가

•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 변화

• 이에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제는 환경 보존을 위하여 무엇인가 행동해야 할 때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

[165쪽]

- 인류세라는 용어가 충분한 과학적 성찰 없이 단순히 정치적 용어로서, 또는 대중문화로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음.

• 인류세 도입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급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식 지질학 용어로서 인정받으려면 층서학적인 연구와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함.

• 인류세 도입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이 점에 동의함.

-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6도의 멸종』에서 인류는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지구의 관리인이 되었고, 이제 지구를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서술함.

• 일부 회의론자들은 용어 하나를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견해를 보임.

• 폴 크루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함으로써 능동적・주도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

3. 지질시대 구분

[165쪽]

- 지질시대 구분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지구의 기능 차이를 대변하며, 동시에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 종류의 변화를 나타냄.

• 시대는 단위가 큰 순서대로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로 구분되며, 상위 단위일수록 변화의 차이가 큼.

- 신생대를 세(Epoch) 단위로 구분하는 방식은 생물층서를 이용한 것으로,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797-1875)이 최초로 고안함.

• 라이엘은 지층에 포함된 화석을 현생 종은 새로운 것으로, 멸종된 종은 옛 것으로 구분하여 그 비율에 따라 지질시대를 구분함.

• 이러한 방식은 신생대 지질시대 명칭에 반영됨.

• 올리고세(Oligocene)는 oligos+cene. 그리스어 올리고스(oligos)는 적은 수를 뜻함. 접미사 ‘cene’는 그리스어 카이노스(kainos)에서 유래함. 적은(oligos) 수의 화석들이 새로운(-cene) 시기라는 의미

• 마이오세(Miocene)는 ‘약간’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이오스(meios)에서 유래함.

• 플리오세(Pleiocene)는 ‘많은’을 뜻하는 그리스어 플레이오스(pleios)에서 유래함.

•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는 ‘대부분’을 뜻하는 그리스어 플레이스토스(pleistos)에서 유래함.

• 홀로세(Holocene)는 ‘전부’를 뜻하는 그리스어 홀로스(holos)에서 유래함. 발견되는 모든 화석이 새로운 것으로 구성된 시기를 뜻함.

[165-166쪽]

- 현재 ICS는 각 지질시대의 경계를 GSSP(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를 이용하여 절(Stage) 단위까지 구분함.

- GSSP가 성립할 수 있는 기본 조건

• (1) 전 지구적 사건에 대한 표식(marker)이 존재할 것

• (2)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보조적 모식층(stratotypes)이 있을 것

• (3) 지역적・지구적 대비가 가능할 것

• (4) 표식 상하부로 적당한 두께의 연속적 퇴적층이 존재할 것

• (5) 정확한 위치(위경도, 높이, 깊이 등)를 알 수 있을 것

• (6) 접근성이 용이할 것

• (7) 보전성이 좋을 것 등

- 은생이언과 같이 오래된 지질시대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잘 보존된 지층을 찾기 어려우므로, 합의된 시간의 절대값인 GSSA(Global Standard Stratigraphic Age)를 이용하기도 함.

- ICS는 1977년 출범한 이래 ‘황금 못’(Golden Spike)으로 표현되는 GSSP의 모식단면(type-section)을 지정해오고 있음.

• 2016년 2월 기준으로 GSSP가 필요한 총 101개의 절 중에서 65개의 경계에 황금못이 박혀있음.

- 황금못을 박는 것은 대단히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함.

• 먼저 각 시대별 연구 위원회(Working Group)의 연구 결과를 심사함.

• 투표를 통하여 GSSP를 결정함.

• ICS의 소위원회와 ICS의 투표에서 6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함.

• 최종적으로 IUGS의 인준을 거침.

• 공식적인 국제적 시간층서 경계로 인정받게 됨.

- 공식적 시대 경계를 인정받으려면 많은 논의를 거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됨.

• 예) 페름기-삼첩기 경계의 경우 매우 큰 변화가 있는 널리 알려진 경계였지만 학자들이 정확한 경계의 조건을 선정하여 황금못을 박기까지 20년 이상 걸림.

[166쪽]

-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이자 가장 최근 시기인 홀로세(Holocene)는 다른 시대의 경계와는 구분되는 방법으로 경계를 설정함.

• 그린란드에서 시추한 빙하 시추시료에서 여러 고기후 자료를 분석하여 ‘빙하기가 끝난 시기’를 경계로 삼음.

- 홀로세의 특징

• 다른 지질시대와 비교하여 시대 경계 설정을 위해 사용한 방식이 다름.

• 다른 지질시대보다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음.

4. 인류세의 정의와 경계

[166쪽]

-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음.

- 홀로세의 의미가 이미 인류 문명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포함한다는 주장도 있음.(Lewis and Maslin, 2015)

• 찰스 라이엘이 1833년 ‘최근’(Recent)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근거로 (i) 마지막 빙하기 종료 시기, (ii) 인류 출현 시기, (iii) 인류 문명의 발달 시기 등을 거론함.

• 이 ‘최근'이라는 것을 1867년에 홀로세로 명명함.

- 찰스 라이엘이 제시한 세 가지 관점 중에서 인류 출현 시기는 홀로세가 아니라 플라이스토세라는 것이 후일 밝혀졌지만, 2009년 IUGS는 홀로세의 시작 시기를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전-지구적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11,650±699년 전으로 확정함.

- 인류세를 설정하려면 기본적인 GSSP의 기준과 함께 시기의 구분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음.

■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한 대표적인 네 가지 의견 [166-168쪽]

- 의견(1): 농경과 산림 벌채의 시작

• 인류의 농경 활동은 자연적인 식생을 변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생물종 멸종율이 증가하고 생지구화학적 순환 과정이 바뀌는 등 큰 환경 변화가 발생했으므로, 인류의 농경 활동이 시작된 시기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자는 주장

• 미국 기후학자 월리엄 루디만(William Ruddiman)은 농경활동의 영향으로 약 8천 년 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빙하기의 도래 시기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주장하면서 농경의 도입 시기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삼을 것을 제안함.(Ruddiman 2003)

- 의견(2): 신대륙의 발견

• 1492년 유럽인이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제도에 처음 도착한 이후, 서구 문명의 급속한 팽창과 더불어 Colombian Exchange로 불리는 생물군의 이동이 시작됨.

• 일방적 침투에 가까웠던 인간 문명과는 대조적으로, 이러한 생물군의 변화는 상호 간 발생하여 많은 종류의 농작물(강낭콩 등), 가축(말, 소, 염소, 돼지 등), 인간과 공생하는 동물 종류(곰쥐 등), 그 외의 생물(지렁이, 족제비 등) 등이 대륙 사이를 이동하게 됨.

• 떨어져 있는 대륙 사이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의 생물군 이동 현상이 발생한 것은 약 3억 년 전 판게아 초대륙이 분열한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임(Helmus et al., 2014).

• 이러한 생물상의 변화 외에도 환경 변화를 근거로 이 시기를 인류세의 경계로 제시하기도 함.

•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이래 천연두, 전쟁, 기근 등으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인구는 크게 줄어듦.

•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 섬의 원주민 인구는 1492년에서 1535년 사이에 약 800만에서 0으로 급감함.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구수는 약 2세기에 걸쳐 최대 9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됨.(Diamond, 1997),

•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경작지가 방치되어 급격히 산림화되었고 이것이 남극 빙하 시추시료의 기록을 통해 알려진 1570-1620년 사이, 특히 1610년에 발생한 이산화탄소 농도 감소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함(Ruddiman 2003).

- 의견(3): 산업혁명

•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사회 집단 사이의 교역이 증가하게 됨.

• 산업혁명의 시점은 1760년과 1880년 사이로 보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세기가 되면서 다소 서서히 증가함.

• 인류의 발전을 상징하는 시기이자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대기중 이산화탄소량의 증가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의의가 있음

• 폴 크루첸이 2000년 인류세를 주장할 때에 제안한 시기이기도 함.(Steffen et al. 2007).

- 의견(4): 20세기 인구폭발

• 1950년대 이후에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콘크리트와 플라스틱과 같은 소위 ‘technofossil'이라고 하는 새로운 물질이 등장하였으며, 다방향족 탄화수소(polyaromatic hydrocarbons), 폴리염화바이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s, PCB)과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도 나타남.

• 핵폭탄에 의한 방사성 낙진도 중요함.

• 핵폭탄은 1945년에 처음 등장하였으며, 1963년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Partial Test Ban Treaty) 때까지 여러 나라에서 수차례에 걸쳐 대기 중 실험을 수행함.

• 이들 낙진의 기록은 빙하코어, 호수와 습지 퇴적물, 산호, 동굴생성물, 나이테 등에 남아 있으며, 1960년대 후반부터는 신호 강도가 줄어들게 됨.

• 현재 인류세 연구위원회에서는 최초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한 1945년 7월 16일(미국 뉴멕시코주)이라는 정확한 날짜까지 제안함(Zalasiewicz et al. 2015).

• 이런 지화학적 층서구분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가속기(Great Acceleration)에 급속도로 증가한 인구, 가파른 산업 발전, 에너지의 대량 소비 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수치의 급증을 인류세 경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함.

5. 인류세 도입에 대한 반론

[168쪽]

- 인류세를 하나의 지질시대로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미래의 지질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반대 입장도 팽팽함.

• 문명의 시대가 지질학적으로 하나의 시대로 인정될 만큼 오래되지 않았으며, 인류세라고 불릴만한 시기는 다른 지질시대의 연대측정 오차범위보다도 짧다는 것

• 층서학적 관점에서 지난 70년간 형성된 해양퇴적층의 두께는 1mm 정도에 불과한데, 전 세계 지층에서 인류세의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임.(Finney 2014).

■ 인류세 경계 후보들의 문제점 [168쪽]

- 의견(1)의 문제점

• 시기의 불일치: 농경 활동은 지구 여러 곳에서 각각 다른 시기에 시작함.

• 예) 서남아시아 BC 8500년, 중국 BC 7500년, 이집트 BC 6000년, 서유럽 BC 6000-3500년, 중앙 아메리카 BC 3500년 이전, 미국 동부 BC 2500년, 안데스 및 아마존 유역 BC 3500년 이전, 아프리카의 사헬지대 BC5000년, 인더스강 유역 BC 6000년, 뉴기니 BC 7000년 전 등.(Ruddiman et al., 2015)

• ‘전 지구적 사건에 대한 표식(marker)이 존재할 것'이라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음.

- 의견(2)의 문제점

• 아메리카 대륙에 국한하여 발생한 현상이므로 전 지구적 변화의 근거로는 미흡함.

• 미국의 패권주의 또는 서구문명 중심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기에 다소 부적절함.

- 의견(3)의 문제점

•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나 전 지구적인 생물상 변화의 증거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음.

- 의견(4)의 문제점

• 현재 우리가 인류세의 경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증거들이 먼 훗날에도 뚜렷하게 보존되어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설사 그런다 해도 그 흔적보다 더 확연한 변화를 보이는 특징적 사건이 미래에 발생할지 모른다는 한계가 있음.

■ 기타 비판 및 의견 [168-169쪽]

- 홀로세의 의미에 이미 인류 문명의 발달이라는 측면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인류세는 홀로세와 중첩되는 시기라는 주장도 제기됨.(Lewis and Maslin, 2015)

- 인류세를 도입했을 경우 홀로세의 존속기간이 급격히 짧아져 ‘세' 단위로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논란거리임.

- 홀로세와 인류세의 경계를 정하는 것 외에 인류세의 지위에 관해서도 아직 더 많은 합의가 필요한 상황임.

• 인류 문명의 발달 단계마다 새로운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들어 현재 인류세를 구분지어 도입하기에는 부적절하며, 지질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미래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음.

• 루디만 등은 공식적인 지질시대명으로 인류세라는 명칭을 도입하기보다는 비-공식적인 용어로서 사용할 것을 제안함.(Ruddiman et al. 2015)

6. 인류세의 의미

[169쪽]

- 인류세는 철학적-인문학적 개념이며, 지질학적 용어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음.

- 그러나 지질학계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용어의 사용을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음.

• 이유(1): 이미 학계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인지도가 높음.

• 이유(2): 라이엘식 작명법의 연장선상 인류세는 ‘인류(anthropos)의 화석(흔적)이 새롭게(-cene) 나타나는 시기'라는 뜻이 되므로 지질학적인 해석으로도 유효함.

• 이유(3): 인류세는 21세기 들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지구환경과 그 보전에 관해 그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

[169-170쪽]

- 인류세의 시작 시점이 언제이든, 또는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과학적인지 정치적인지 사회적인지 여부를 떠나서 인류세라는 단어가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큼.

7. 결론

[170쪽]

- 2016년 세계지질학학술대회(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 IGC)에서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하여 어떤 결정을 할지 여부를 떠나, 국내 지질학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인류세 도입 논쟁의 의의를 생각해야 함.

- 한국에서의 제4기학 연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형편이지만, 이제는 플라이스토세-홀로세-인류세의 층서와 환경변화에 대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임.

- 앞으로 지구를 보전하고 유지하기 위한 인류의 역할, 즉 지성권의 역할과 지질학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와 관련 연구의 활성화가 필요함.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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