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꼬리와 뱀의 머리 중 어느 것이 좋은가? 용의 꼬리가 낫다. 뱀의 머리라고 나 잘났네 해보아야 땅꾼한테 잡히면 뱀술이나 뱀탕이 된다. 용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용들끼리 꼬리 걸고 도박하다가 꼬리가 작두에 잘리는 게 아닌 이상 용의 꼬리가 낫다.
용과 뱀을 다른 동물로 바꾸어도 큰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과 “사자의 코털을 건들지 말라”는 말을 떠올려 보자. 닭은 머리여도 목이 비틀리는 판인데, 사자는 코털도 안 건든다.
뱀의 머리가 낫다는 주장의 근거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그 주된 근거는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잘난 사람이 자기를 괴롭힌다면 모를까 잘난 사람이 잘난 상태를 유지하며 가만히 있는데도 심리적으로 힘들 정도로 성격이 지랄 맞다면 뱀의 머리로 사는 게 나을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의 복이 딱 그만큼이라는 것이다.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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