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5

교회에 다니는 최재천 교수



최재천 교수는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생물학자가 어쩌다 교회에 다니게 된 것인가? 『다윈 지능』에서 최재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목사님(강원용 목사)은 설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최 교수는 진화론자인데 교회는 어떻게 나오는 거야?” 그 당시 나는 세례도 받지 않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내는 물론, 아내의 언니들이 오르간 반주도 하고 집사로 봉사하는 경동 교회에 등록된 교인이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아시고 물으신 질문이었기에 나는 약간 멈칫거리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예, 독실한 운전기사로 다닙니다.” 목사님은 그저 껄껄 웃으셨다. 사실 거기서 그치신 게 아니라 어느 날 설교 시간에는 그 많은 교인들 앞에서 비록 세례는 않았어도 어떤 형태로든 깊은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내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시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장로교 목사님들을 100여 명이나 모아 놓고 내게 진화론 강의를 시키기도 하셨다. 그것도 경동 교회 예배당 안에서. 그 날 나는 내 머리 뒤에 걸려 있는 그 큰 십자가를 연신 흘끔거리며 “천벌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목사님은 뜻밖에 열린 마음으로 내 강의를 경청해 주셨다. 열린 지도자 덕택에 종교와 과학의 대화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2009년 5월 11일 나는 처음으로 리처드 도킨스를 만나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갔다. 그의 『만들어진 신』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도킨스는 홀연 종교에 관한 내 태도를 물었다. 가족을 둘러싼 내 개인적인 상황에 대한 대답을 듣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함께 교회에 다니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아들이 기독교인이 된 건 안 된 일이다.” [...] 나는 아내를 만나 결혼한 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 (243-244쪽)


사랑은 힘이 세다. 리처드 도킨스는 네티즌과 싸우지만 최재천 교수는 교회에서 진화론을 강의한다.

* 참고 문헌

최재천, 『다윈 지능』, 사이언스북스, 2012.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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