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1

욕실 안의 청개구리



지난 주 사랑방 욕실 벽에 청개구리가 붙어 있었다. 언제 어떻게 들어왔나 모르겠다. 작년 여름에 창문 틈으로 청개구리가 들어온 적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작년에 들어온 청개구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청개구리가 올해 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하다. 내가 창문을 잘 잠가놓기도 했고, 설사 창문 틈으로 어찌어찌 청개구리가 들어왔다고 해도 욕실까지 가려면 방문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청개구리를 놓아주려고 했는데, 마침 청개구리를 발견한 것이 밤이어서 다음 날 날이 밝으면 그 때 놓아주기로 했었다. 욕실 문을 잠가 놓으면 청개구리가 어디 못 갈 테니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욕실 문을 열어보니 청개구리가 없었다. 욕실 구석구석 찾아봤는데도 없었다.

방에 청개구리가 먹을 것도 마땅히 없을 테니 청개구리를 빨리 풀어주지 않으면 굶어죽거나 말라죽을 판이었지만, 그렇다고 어디 있는지도 모를 청개구리 때문에 학교를 안 갈 수도 없는 일이어서 일단은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욕실에는 청개구리가 없어서 어느 구석에서 조용히 죽었겠거니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오늘, 욕실에 청개구리가 있었다. 어디서 뭘 먹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멀쩡해 보였다.





욕실에 있는 청개구리가 반갑고 신기해서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욕을 하면서 들어오셨다. 빨래거리를 가져오라고 했더니 왜 한참이 지나도록 안 오냐고 해서, 나는 개구리를 보느라 그랬다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미쳤다고 또 욕을 하셨다.

빨래거리를 내놓고 나서, 청개구리는 예쁘게 생겼으니까 집에서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개구리를 밖에 풀어주면 분명히 얼마 지나지 않아 뱀이든 고양이든 새든 천적한테 잡아먹힐 테니 청개구리를 집에서 키우는 것이 청개구리에게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청개구리를 집에서 키우려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개구리를 집에서 키우려면 살아있는 먹이를 주기적으로 제공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초파리를 키우는 통을 개구리가 사는 어항에 넣으면 되겠다. 그런데 초파리가 빠져나가지 않으면서도 공기는 통해야 하고, 그러면서 기온과 습도도 적당히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건 어떻게 하나? 결정적으로 집에 어항을 놓을 마땅한 공간도 없고, 청개구리를 키우느라 뭘 만들고 관리하기에는 내가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청개구리를 놓아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청개구리를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청개구리는 또 어디로 가버렸다. 욕실 문을 잘 닫으니 분명히 욕실 어디엔가 청개구리가 있을 텐데 찾지 못했다.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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