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

한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를 만든다면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없다는 것을 다 떠나서 약간 놀라운 게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이 영어를 쓴다는 점이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처럼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아닌데, 나폴레옹이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쓴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게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것이 동아시아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삼국지>를 만드는데 감독도 한국 사람이고 배우도 한국 사람이면?

삼국지 등장인물이 한국어를 쓴다고 시비를 걸 사람은 아마도 한중일 세 나라의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 사람 입장에서 유비가 한국말을 하든 중국말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런데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도 그렇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등장인물들이 한국어를 쓰는 것에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어 능통자가 얼마나 되겠으며, 연의 특유의 맛을 아는 사람 또한 얼마나 되겠는가? 일본에서는 나름대로의 삼국지 창작물 자체가 많아서 다른 나라의 삼국지 창작물보고 뭐라고 할 수 없다. 꼬우면 자기들이 하나 더 만들든지.(한국에서 먼저 넷플릭스 드라마 <삼국지>를 만들어 버리면 예산상의 문제로 일본 버전의 <삼국지>는 당분간 만들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중국은 넷플릭스 서비스 지역이 아니다.

한국 버전 <삼국지>를 만든다면 장비 역할은 마동석이 맡는 것이 좋겠다. 장판파를 지키던 장비가 조조군이 몰려오는 것을 보며 “와, 조조군이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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