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대학원생이 고등학교에서 강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면서 나에게 그런 아르바이트의 꿀팁 같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꿀팁 같은 것은 없고 그냥 상황 봐서 그냥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는데 학교에서 자기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면 약간 난감할 수도 있다고는 했다.
동료 대학원생은 수업 중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나는 학생의 참여 같은 것은 유도할 필요가 없고 강사가 말을 재미있게 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학생이 수업 중에 답변 좀 한다고 퍽이나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능동적으로 뭘 하게 하려면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 전에 어떤 작업을 하게끔 애초에 수업 설계를 다르게 해야 하는 것이지, 똑같은 수업에서 입 벌리고 몇 마디 한다고 능동적인 학생이고 말 안 하고 있다고 수동적인 학생인 것이 아니다.
동료 대학원생은 이런 질문도 했다. “학생을 지목해서 질문하는 것이 수업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강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수업 분위기에 도움이 되냐고?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교수나 강사들이 수업 중에 왜 그렇게 쓸데없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지.
수업 분위기가 우중충하다고 하자. 학생들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질문을 하면 그 학생이 답변을 똑바로 할까? 아무나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똑바로 할 상황이었다면 애초에 수업 분위기가 우중충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중충한 수업에서 학생에게 질문을 하면 분위기가 더 나빠진다. 그나마 진행되던 수업의 흐름은 끊길 것이고, 학생들은 침묵하거나 질문을 외면하거나 모른다고 잡아뗄 것이고, 그나마 수업에 집중하던 학생들도 산만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으면 다른 학생을 지목해서 질문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강사의 시선마저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 그렇게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아내고 싶으면, 학생들이 답변할 준비를 시켜놓고 질문을 해야 한다. 분위기가 좋아질 때까지 학생에게 질문을 하지 말고 차라리 강사가 자문자답을 하는 것이 낫다. 이상해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질문을 하고 이상해보이지만 이상하지 않은 답변을 하고 이게 왜 이상하지 않은지를 설명하고, 이런 식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몇 번 하다보면 학생들이 약간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오, 내가 한 마디 멋지게 해서 저런 이상한 이야기를 안 하게 하고 싶다’고 학생들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 질문을 하면, 학생들이 얼마나 멋진 대답을 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업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교양 강의에서나 적용되는 것이다. 정규 교과목 같은 데서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정규 교과목에서는 정해진 내용이나 그냥 꾸역꾸역 가르치고, 학생들이 문제를 잘 푸나 못 푸나 확인하고, 잠깐 정신 놓아서 흐름을 일시적으로 놓친 학생이 흐름 따라잡게 신경 쓰면 되는 것이지, 굳이 수업 중에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20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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