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後粱)을 세우자, 주전충과 사이가 안 좋았던 사타족 이극용은 황하 이북으로 올라가 진왕(晉王)이 된다. 이극용이 죽자 주전충은 군대를 이끌고 진으로 쳐들어가지만 이극용의 아들 이존욱에게 크게 패한다. 전쟁에 패하고 개봉에 돌아온 주전충은 병들어 자리에 누웠다가 둘째 아들에게 살해당하고 나라는 개판이 된다. 후량이 개판이 된 틈을 타 이존욱은 후량을 쳐들어와 멸망시킨다. 이렇게 후량이 17년 만에 망한다.
이존욱은 후당(後唐)을 세운다. 나라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이존욱은 살해당한다. 이존욱의 양아들인 이사원(명종)이 황제가 되고, 이사원이 죽은 뒤 이사원의 셋째 아들인 이종우(민제)가 황제가 된다. 그러자 이사원의 양아들인 이종가가 반란을 일으켜 이종우를 죽이고 황제가 된다. 이사원의 사위인 석경당도 반란을 일으키는데 이종우보다 열세여서 거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석경당이 연운 16주를 거란에 넘기기로 하자, 거란의 야율덕광은 친히 기병 5만을 이끌고 석경당의 반란을 돕는다. 결국 이종가는 자살하고 후당은 14년 만에 망한다.
거란에게 연운 16주를 떼어준 석경당은 후진(後晉)을 세운다. 석경당이 병들어 죽자 조카인 석중귀가 석경당의 아들을 제끼고 황제가 된다. 요의 신하를 자처한 석경당과 달리, 석중귀는 고자세를 취하자 거란이 쳐들어왔다. 후진의 유지원과 곽위는 거란을 막지 않았고, 결국 전쟁에서 패한 석중귀는 요나라로 끌려갔다. 그렇게 후진이 11년 만에 망한다.
후진의 수도인 개봉에 입성한 야율덕광이 국호를 ‘요’라고 하자, 5만 정병을 가지고 있던 하동의 유지원이 새로 나라를 세워 국호를 한(漢)이라고 한다. 이를 역사에서는 ‘후한’이라고 표기한다. 연운 16주를 제외한 나머지 땅을 수복한 유지원은 한의 황제가 된다. 황제가 된 지 열 달 만에 유지원이 병들어 죽고 아들인 유승우(은제)가 황위를 물려받는다.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을 곽위가 진압했는데도 유승우가 곽위를 죽이려고 하자, 이번에는 곽위가 반란을 일으킨다. 곽위를 토벌하려고 했던 유승우는 살해당하고, 곽위는 수도 개봉에 입성하여 죽은 유승우를 황제의 예로 장사지내준다.
곽위가 황제가 되기에는 남은 유씨들의 세력이 강했다. 곽위는 고조 유지원의 황후인 이씨를 태후로 추대하고 유지원의 조카인 유빈을 황제로 옹립한다. 유빈을 개봉으로 모셔오는 일을 맡은 것은 풍도였다. 풍도가 유빈을 모시고 하남성 상구현에 이르렀을 때 곽위가 황제가 되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소문을 듣고 불안해하는 유빈이 풍도에게 묻는다. “어찌하면 좋소.” 풍도가 답한다. “죽으면 되는 것이다.” <죽으면 되는 것이다> 짤은 풍도가 유빈을 죽이기 직전의 상황을 그린 것이다.
풍도가 유빈을 죽이기 직전의 상황이 십팔사략 원문에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고우영 십팔사략만 읽었을 뿐 십팔사략 아직 원문은 읽지 않았다.
* 참고 문헌
고우영, 『십팔사략 10: 북송시대 남송시대』, 애니북스, 2004.
(202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