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집은 한옥인데 살기 불편해서 내가 열일곱 살 때쯤에 아버지가 집을 고쳤다. 평온하게 집을 고친 것은 아니었다. 12월에 땅이 팔리자 아버지는 갑자기 돈이 생겼다며 집을 고치겠다고 했다. 당연히 다른 식구들은 모두 반대했고, 학교 갔다 돌아오니 집의 흙벽이 없어지고 목조 기둥만 남아 있었다. 집을 고칠 수밖에 없게끔 아버지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집을 고치기 시작해서 그 다음 해 3월에 개축이 끝났다. 겨울에 시작해서 봄에 끝날 개축이면 그냥 따뜻한 봄에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버지는 한 달 정도면 개축이 다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개축이 끝난 후에도 아버지는 집에 희한한 짓을 많이 했다. 그러한 흔적 중 최근까지 남은 것이 화장실 벽에 뚫은 구멍이다. 환풍기를 설치하겠다며 벽에 구멍을 뚫은 것이다. 화장실 환풍은 중요하기는 한데, 화장실에는 창문이 있어서 별도의 환풍기를 설치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환풍기를 달았다면 또 모르겠는데, 구멍을 뚫어놓고는 환풍기도 설치하지 않았다. 돈 들여 사람 불러서 벽만 뚫은 것이다. 구멍을 제대로 메운 것도 아니었다. 구멍이 관보다 크니 관을 살짝 쪼개고 관 속에 수건 같은 것을 잔뜩 넣어서 대충 구멍을 메웠다. 그렇게 화장실 세 곳에 구멍이 뚫린 채 20여 년이 지났다.
내가 집에서 다른 시멘트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 벽에 뚫린 구멍도 메우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똥 냄새도 못 맡는 법이라, 정신 나간 짓을 한 결과물을 20여 년을 보니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어느 날 보니 이런 미친 짓이 없는 것이었다.
폐-콘크리트를 작게 부순 다음 시멘트를 바르면서 콘크리트 조각을 밀어 넣었다.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구멍에 시멘트를 채워 넣으려니 시멘트가 구멍에 잘 들어가지도 않고 기껏 집어넣어도 쉽게 흘러나왔다. 그래도 대강 하기는 했다. 시멘트로만 구멍을 메우면 밖에서 보기에 예쁘지 않을 것 같아서 빨간 벽돌 조각도 주워와서 구멍을 메우는 데 활용했다. 그렇게 20여 년 만에 화장실 구멍을 메웠다.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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