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1

털복숭이의 털이 자라고 나서 알게 된 것



털복숭이 몸에 털이 자라서 대충 고양이 꼴이 되었다. 양털 같은 털을 다 깎아내었을 때 좀 안 되기는 했었다. 피부병 걸리지 말라고 했던 것이고, 또 털을 깎기 전에 그렇게 긁어대던 것을 털을 깎고 나서 별로 긁지도 않게 되었지만, 털복숭이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나에게 “칵! 카-악!” 하는 소리를 내며 경계했다. 하긴, 털 깎아줘서 고맙다고 하면 그게 사람이지 고양이겠는가. 하여간 맨살이 다 드러난 털복숭이의 모습이 참 볼품없기는 했다.

털을 깎은 다음부터 털복숭이는 마당에 똥을 누기 시작했다. 고양이 똥을 마당에서 치우면 그 다음날 또 있고, 또 치우면 그 다음 날 또 있었다. 털복숭이가 분해서 마당에 똥을 눈 게 아닌가 싶었기는 했지만 그건 나의 해석일 뿐이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당에 고양이 똥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털복숭이 몸에 하얀 털이 뽀송뽀송하게 나서 다시 맨살이 보이지 않게 된 이후였다.

새끼 때도 집 밖에서 똥을 누었던 털복숭이가 다 커서 마당에 똥을 누었던 것을 보면, 분하기는 어지간히 분했었던 모양이다.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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