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chard Dawkins (2016), The Selfish Gene: 40th Anniversary Edition, 4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30주년 기념판』,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2006). ]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Why are People?)
2장. 자기 복제자 (The replicators)
3장. 불멸의 코일 (Immortal coils)
1장.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Why are People?)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임.
찰스 다윈은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일관성 있고 조리 있는 설명을 처음으로 한 사람임.
이 책은 다윈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논점에 대하여 진화론이 초래하는 결과를 두루 살펴보기 위해 쓰였음.
나의 목적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생물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용어를 정의하자면 자기를 희생하여 다른 생물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동을 했다면 이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적 행동은 이것과 정반대다.
이기적인 행동의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검은머리갈매기는 이웃이 먹이를 찾으러 집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둥지를 습격하여 어린 새끼를 삼켜 버리는 경우가 있음.
그 갈매기는 먹이를 잡으러 나가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 이 자기 둥지를 지키는 동시에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암사마귀는 수컷이 접근할 때나 자신의 몸에 올라탄 직후, 혹은 떨어진 후에 머리부터 잘라 먹음.
실제로 곤충의 머리에는 억제 중추가 있기 때문에 암컷은 수컷의 머리를 먹는 것으로 수컷의 성행위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먹 이를 얻는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물가에 서서 물에 뛰어들기를 주저함.
자신이 희생물이 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황제펭귄들은 그저 누군가 뛰어들기만 기다린다.
이때 무리 중의 하나를 떠밀어 버리려고까지 함.
겉보기에 이타적인 행동의 예로 일벌이 침을 쏘는 행동이 있다.
침을 쏘는 벌은 가미가제 특공대다. 침을 쏘는 것과 동시에 생 명 유지에 필수적인 내장이 동시에 빠지기 때문에 그 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벌의 자살 행위가 집단의 생존에 필요 한 먹이 저장소를 지켜냈을지 몰라도 일벌 자신은 그 이익을 누 리지 못하므로 우리의 정의에 따르면 이것은 이타적 행동이다.
대부분의 작은 새는 매와 같은 포식자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경계음을 내는데 이 소리를 듣고 무리가 위험을 피함. 경계음을 내는 새는 포식자의 주의를 자신에게 쏠리게 하므로 특히 위험에 처하는데 이 또한 이타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의 이타 적 행동 중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뚜렷한 것이 새끼에 대한 어미의 행동이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개체들로 구성된 종 내의 개체군 집단은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절멸의 위험이 적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상은 자기희생을 치르는 개체로 이루어 진 집단으로 가득 찬다.
이것이 집단선택설이다.
이기적인 개체는 이타주의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짧은 시간 안에 그 수가 불어난다.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2장. 자기 복제자 (The replicators)
63
다윈의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론은 어떻게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지, 어떻게 무질서한 원자가 복잡한 패턴으로 모여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인간의 존재에 관한 문제의 해답을 납득할 만하게 설명해 준다.
63-
다윈의 ‘최적자 생존’은 ‘안정자 생존’의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
세상은 안정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음.
안정한 것이란 오래도록 지속되는 고유한 원자 집단이나 많이 존재하는 어떤 집단일 수 있는 원자의 패턴이다.
때때로 원자들이 서로 만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결합하여 다소간 안정한 분자를 형성하기도 한다.
생명의 기원과 자기 복제자
66-68
생명 탄생 이전의 지구에 있었으리라 짐작되는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의 단순한 화합물은 화산이나 햇빛, 번개와 같은 에너지원과 화학 작용하여 ‘원시 수프’를 만들어 냈음에 틀림없음.
이들 유기물은 국지적으로 농축되고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더 큰 분자가 됨.
이러한 거대 유기물 분자는 표류하다가 주목할 만한 분자가 생겨남. 이를 ‘자기 복제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 복제자는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드는 놀라운 특성을 가졌음.
실제로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는 원시 수프 속의 어떤 구성요소가 자기 복제자에서 자기와 친화성을 가지는 부분과 만날 때마다 들러붙으며 자기 복제자 내 구성 요소들의 서열과 같은 식으로 배열된 안정한 사슬을 만들며 층층이 쌓여 결정체가 만들어짐.
이 때 두 가닥의 사슬이 세로로 쪼개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두 개의 자기 복제자가 되고 각각이 다시 복제를 계속할 수 있게 됨.
68-
다른 종류와 상호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면 음각의 사본을 만들게 됨.
이렇게 하여 똑같은 사본이 많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복제 과정에 오류가 생기게 마련임.
사본에서 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는 누적되어 심각한 상태가 되고, 그것이 확대되면서 원시 수프는 모두 똑같은 복제자 사본의 개체군이 아닌,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몇 가지 변종 복제자의 개체군들로 채워졌을 것임.
어떤 변종들은 그 수가 더 많았을 것이고, 수명이 더 길었기 때문에, 수명이 긴 자기 복제자는 점점 더 그 수가 많아지면서 분자의 개체군에서 수명이 길어지는 ‘진화적 경향’이 나타났을 것임.
또 자기 복제자가 개체군 내에서 퍼져 나가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은 복제의 속도, 즉 다산성임.
자기 복제자는 더 높은 ‘다산성’과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사본을 만들지 않도록 ‘복사의 정확성’을 갖는 진화적인 경향이 존재했을 것임.
(복제의 오류가 진화의 선제조건이라는 설과 자연 선택이 정확한 복제를 선호할 거라는 설은 모순처럼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원시 수프는 여러 종류의 안정한 분자, 즉 오랜 시간 존속하거나 복제 속도가 빠르거나 복제의 정확도가 높은 안정한 분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을 것이다.
72-
자기 복제자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 면에서 안정성을 향한 진화적인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본질적으로 생물학자가 말하는 생물의 진화이고, 그 메커니즘이 바로 자연 선택임.
바로 이 초기의 자기 복제자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선조였다.
생존경쟁
73-
다음 단계는 경쟁이다.
원시 수프 속의 자기 복제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구성 요소 분자는 소진되고 희소한 자원이 됨.
자기 복제자는 그 자원을 차지하기 위하여 자기 복제의 여러 변종들이나 계통들이 경쟁하며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들 사이에서 생존 경쟁을 했을 것임.
그 과정에서 유리하지 않은 종류는 절멸했을 것이고, 생존 경쟁에 유리한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복제상의 오류나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방법은 누적되면서, 어떤 자기 복제자는 먹이를 얻음과 동시에 경쟁자를 제거할 수도 있고, 어떤 자기 복제자는 화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임.
그러다가 자기 복제자는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인 세포, 즉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만들어 냈을 것임.
최초의 생존 기계는 보호용 외피 정도였겠지만, 더 효과적인 생존 기계를 갖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계속 진행되면서 현재에 이르렀을 것임.
40억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 기술의 명수인 자기 복제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하고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안전하게 우리 안에 살면서 우리를 조종하게 됨.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임.
3장. 불멸의 코일 (Immortal coils)
79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 우리는 생존 기계다.
생존 기계는 종류에 따라 그 외형이나 체내 기관이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화학 조성은 모두 동일한 종류의 분자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물론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DNA와 연관된 분자거나 전혀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 DNA는 생존 기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DNA의 구성 단위
80-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임.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 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임.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나선형 사슬, 즉 ‘불멸의 코일’인 ‘이중 나선’은 A, T, C, G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동식물에서 연결되는 순서만 다를 뿐 동일함.
DNA는 우리의 몸 각 세포에 분포하여 살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는 평균 1015개인데 이 세포들 각각에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신체에 대한 완전한 DNA 사본이 들어 있음.
세포 안의 핵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는데 염색체 안에 우리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가 놓여 있음.
우리 몸의 설명서이자 설계도인 DNA는 자연 선택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음.
81-
DNA 분자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한다.
첫 번째는 복제다. 즉, DNA 분자는 스스로 사본을 만든다.
두 번째로 DNA는 다른 종류의 분자, 즉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네 종류의 알파벳으로 암호화된 DNA의 메시지는 단순한 기계적 방법에 의해 또 다른 알파벳으로 번역되는데 이 알파벳은 아미노산의 알파벳이며 단백질 분자를 지정한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일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제어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유전자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에 근거하여 경쟁 분자 사이에서 배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이 뛰어난 유전자를 자연 선택한다.
83-
최근 6억 년 동안 자기 복제자는 근본적인 생활양식을 철저히 변화시켰는데 하나의 생존 기계는 하나가 아닌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운반자가 되었다.
그래서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거나 또 몸의 한 부위가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마스터 유전자가 유전자 무리를 제어하기도 하며 복잡하게 상호 의존하게 되었다.
84-
유전자는 유성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섞는다.
개체의 몸이란 일시적인 조합을 위한 임시 운반체에 불과하고 유전자는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46개의 염색체는 염색체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부모의 정소 또는 난소에서 각각 염색체를 받아 조립된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1쌍의 염색체는 서로 상동이며 상동 염색체라 부르는데, 상동 염색체는 구조와 크기가 같으며 같은 유전적인 특징을 가진 유전정보를 동일한 염색체에 담고 있다.
상동 염색체의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특징을 결정해 주는 유전자를 대립 유전자라고 부르는데, 대립 유전자는 꼭 같은 특징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눈동자 색깔을 결정해주는 두 대립 유전자가 하나는 갈색, 하나는 청색일 경우 갈색 눈을 만드는 대립 유전자가 우세하다면 청색 대립 유전자는 무시된다.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 유전자, 반대를 우성 유전자라고 한다. 갈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는 청색 눈을 만드는 유전자에 대해 우성이다.
만약 대립하는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을 때는 일종의 타협의 형태로 몸은 중간 형태를 띠거나 양쪽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대립 유전자는 개체군이 대여섯 개 정도 있는 듯하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염색체는 2개의 대립 유전자만 갖는다.
87-
물론 자기가 직접 전체 개체군 내 이용 가능한 유전자 풀로부터 유전자를 선택할 수는 없다.
항상 모든 유전자는 개개의 생존 기계 속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하고,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 일어나는 생식 세포 분열을 감수 분열이라고 한다.
정소와 난소에서는 46개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감수 분열하여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만들어진다.
이 때 하나의 정자나 난자 세포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염색체 전부가 유전자 풀에서 혼합되어 각 세트가 조립되어 만들어진다.
정자 또는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아버지 쪽의 염색체 조각들은 서로 떨어져서 어머니 쪽 염색체의 해당 조각과 바뀌는데 이 염색체의 조각이 교환되는 이 과정을 교차라고 한다.
1개의 정자에 들어 있는 염색체는 어떤 것이든 어머니 쪽 유전자와 아버지 쪽 유전자의 모자이크로 만들어진다.
유전자 복합체는 뉴클레오티드의 문자로 이어진 긴 끈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의 유전자는 시작 메시지와 종결 메시지로 구분되어 있다.
시작 메시지와 종결 메시지 사이의 1개의 단백질 사슬을 시스트론이라고 지칭하는데 교차는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에서 어머니 쪽의 시스트론과 상응하는 아버지 쪽의 시스트론을 잘라서 바꾸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91-
이렇게 잘라낸 단위, 암호 문자의 서열을 유전 단위라고 부르자.
유전 단위는 짧으면 짧을수록 더 오래 살 것이고(세대 수로 따져서), 특히 교차에 의해서 쪼개질 확률이 적을 것이다.
이는 감수 분열에서 절단될 확률이 적다는 의미이고, 그 단위가 자손의 몸에 담겨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염색체 전체를 유전 단위로 가정한다면 그것은 한 세대밖에 이어지지 않지만 이것은 자기 복제를 시작하여 복제된 형태로 새로운 몸의 구석구석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식을 만들 차례가 되면 이 염색체는 유성생식을 통해 교차되어 새로운 염색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예전의 염색체와 아주 다르고 유일이다.
따라서 염색체의 수명은 한 세대이다.
하지만 유전 단위의 수명은 어떨까?
유전 단위는 이전의 선조에게서 물려받았을 확률이 99퍼센트이므로 유전 단위의 선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창조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93-
새 유전 단위가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방법은 전부터 존재하던 소단위가 교차를 통해 모이거나 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점 돌연변이는 마치 어떤 책에 오자가 단 하나 있는 것과 같은 오류로 드물지만 유전 단위가 길면 길수록 그중 어느 곳엔가 나타날 수 있는 돌연변이다.
또 다른 방법은 또 다른 종류의 오류, 또는 돌연변이로 염색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가 거꾸로 된 방향으로 다시 붙는 역위가 있다.
94-
이러한 종류의 오류는 해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유전 물질 조각들이 가까이 연관되어 이로운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때 자연 선택은 새로운 ‘유전 단위’를 선호할 수도 있고, 이 경우 그 유전 단위는 미래의 개체군 내에 퍼지면서 유전자 복합체는 대폭 재조립되고 편집되었을 것이다.
(예-나비의 의태)
98-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실체는 이기적임.
도킨스는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 그리고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를 유전자로 정의함.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자연 선택이란 각 실체의 차등적 생존을 의미한다.
99-
유전자는 불멸의 존재다.
유전자는 자기 마음대로 몸을 조작하며, 죽을 운명인 몸이 노쇠하거나 죽기 전에 그 몸을 버리면서 세대를 거쳐 몸에서 몸으로 옮겨감.
99-
유성 생식을 하는 종에서 개체는 자연 선택의 중요한 단위가 되기에는 너무 크고 수명이 짧은 유전 단위임.
유성 생식은 자기 복제가 아님.
개체군이 다른 개체군으로 인해 오염되듯이 개체의 자손은 그 개체의 성적 파트너로 인해 오염됨.
또한 개체는 안정적이지 않음.
염색체는 섞이고 사라지지만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함.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임.
우리의 임무를 다하면 우리는 폐기되지만,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며 영원함.
100-
물리적 DNA 분자는 생명이 매우 짧지만 유전자의 사본은 온 세상에 퍼질 수 있고, 생존 기계인 몸속에 불멸함.
다시 말해 유전자는 많은 사본의 형태로 존재하는 장수하는 자기 복제자임.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잠재적 불멸성 때문임.
대개의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배 발생에 영향을 주어 그 몸이 경쟁 유전자, 즉 대립 유전자의 영향 하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잘 살아남고 더 많이 번식하도록 함.
101-
유전자에 공통되는 보편적인 특성은 유전자 수준에서 이타주의는 나쁘고 이기주의는 좋다는 것임.
유전자는 생존을 놓고 그 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함.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의 염색체상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임.
유전자 풀 속에서 대립 유전자 대신 자기의 생존 확률을 증가시키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정의상 오래 살아남을 것임.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임.
108-
이런 점에서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개체군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임.
좋은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은 이기성이다.
또 성공한 유전자는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 번식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음.
109-
치사 유전자: 자신을 지니는 개체를 죽이는 유전자
반-치사 유전자는 개체가 쇠약해지도록 하여 다른 원인에 의해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함.
모든 유전자는 생애의 특정 단계에서 몸에 최대 영향을 미치는데,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는 초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에 비해 유전자 풀 내에서 더 안정함.
늙은 몸에서 치사 효과를 내는 유전자가 개체가 번식하고 나서 치사 효과를 나타낸다면 그 치사 유전자는 유전자 풀 내에서 성공적일 수 있음.
노쇠 현상은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산물일 뿐임.
이들은 단지 후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 선택의 그물 구멍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
114-
개체가 유성 생식과 교차를 하는 이유가 있음.
유성 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는 자기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다른 유전자 모두를 조종함.
교차를 가능케 하는 유전자, 심지어 다른 유전자의 복제 오류 빈도를 조종하는 유전도 있음.
유성 생식이 무성 생식에 비해 유성 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에게 이롭다면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관점에서 유성 생식은 충분히 설명됨.
115-
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DNA의 총량은 생물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
DNA의 목적이 몸을 만드는 과정을 지휘하는 것이라면 그런 일을 하지 않는 DNA가 대량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임.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분의 DNA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은 그것을 기생자, 아니면 기껏해야 다른 DNA가 만든 생존 기계에 편승하는, 해는 주지 않지만 쓸 데도 없는 길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성과 염색체 교차는 유전자 풀 내 유전자의 수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그 수가 늘어나고 또 어떤 유전자는 수가 줄어드는 과정임.
이타적 행동과 같은 어떤 형질의 진화는 유전자 풀 내의 유전자의 빈도와 관련이 있을 것임.
오늘날의 유전자는 언젠가는 죽을 생존 기계를 만들기 위하여 유전자 풀 내 동료 유전자들 집단과 협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2026.01.2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