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어떤 책의 책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보여드렸다. 특정한 반응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다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이 책 저자 소개 좀 보세요. 이 사람이 쓴 책이 100만 권 넘게 팔렸대요”라고만 말했다.
말을 아껴 글을 쓴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엿듣고 엿본 것을 기록하기 좋아한다.
책과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음미한다.
타인의 세계를 존중할수록
내 세계도 깊어진다고 믿기에.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놓는다.
저자 소개를 다 읽고 나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친놈, 옘병하고 있네. 이게 무슨 말이야? 글을 똑바로 써야지 알쏭달쏭하게 쓰고 자빠졌어.” 내가 이 이야기를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전했더니 다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 화장대에 꽃 같은 것을 올려놓지 않는다. 내가 쓴 책이 100만 권쯤 팔리면 어머니 화장대에 어느 건물 등기부등본을 올려놓을 생각이다. 가끔씩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등기부등본을 올려놓는 아들이 되고 싶다.
(20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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