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2

“인공지ㄹ”이라는 신조어

   
지난 주말에 학술대회에 갔다. 쉬는 시간에 다른 학교 대학원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 대학원생이 최근에 “인공지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마자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다른 신조어 같으면 단어의 뜻과 유래를 물었을 텐데, 그 단어는 듣자마자 느낌이 와서 무릎을 치고 말았다. 아, 그걸 내가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 내가 그런 생각을 못 하다니.
  
“인공지ㄹ”이라는 말은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일종의 오류나 오작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의 언어를 구현하게 하려고 기계 학습을 시켰더니 인간들이 쓰는 나쁜 말까지 배워서 인종 차별이나 소수자 혐오 표현까지 구사한다든지 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가리킨다. 물론, “인공지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오류나 오작동이 떠오르기 전에 몇몇 유명인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 저건 과학자야, 엔지니어야, 방송인이야, 사기꾼이야 싶은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사실, 그러라고 만든 말이다.
  
인공지능하고 거의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을 하기는 하는데 성과에 비해 너무 큰 뻥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그냥 사기꾼이 “인공지ㄹ”이라는 말을 두고 항의하거나 시비 걸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람들이 하는 짓은 “인간지ㄹ” 또는 “자연지ㄹ”에 속하는 것이라서 “인공지ㄹ”과는 애초부터 다른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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