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주먹만 한 더덕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땅에서 무언가를 캐서 그릇에 담아놓았다. 고구마는 작년 가을에 다 캤는데 어디에 고구마가 또 남아있었나? 고구마가 아니라 더덕이었다.

그 동안 밭 한구석에 더덕을 약간 심어서 가끔씩 캐서 먹었다. 어머니는 이번 봄에 더덕 심은 곳을 싹 갈아엎고 더덕 씨를 새로 심을 생각이었고 밭을 갈기 전에 남은 더덕을 캔 것인데, 밭에서 내 주먹보다 큰 더덕이 나왔다. 손바닥만 한 더덕밭을 만든 지 10년도 훨씬 지났으니 아마 그 더덕들도 10년은 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어디서 본 것 같다. 어디서 봤더라. 20년 전 KBS2 <개그콘서트>에서 보았다. ‘봉숙아학당’이라는 코너에 강성범이 연변 총각이라는 캐릭터로 나와 이런 개그를 했었다. “선생님, 저희 련변에서는 100년 묵은 산삼은 산삼 축에도 못 낌다. 그런 건 김장철에 깍뚝깍뚝 썰어서 깍두기로 해먹슴다. 고거이 아주 아삭아삭한 게 참 맛있슴다.”

나는 10년 넘은 더덕을 처음 보았고 반찬으로 먹기에 너무 아까워서 술로 담갔다.








* 뱀발: 더덕주를 담글 때 가게에서 파는 담근주용 소주를 쓰지 않고 도수 45도짜리 안동소주에 물을 타서 도수 35도 정도로 맞춘 것을 썼다. 사람들이 술에 동물을 넣을지 식물을 넣을지만 고민하고 어떤 술로 담글지는 고민하지 않는데, 사실 담근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술이다. 일단 술 자체가 맛이 있어야 한다. 담근주용 소주는 값이 싸지만 목 넘김이 안 좋다. 예전에 안동소주를 이용해서 레몬 소주를 만들었는데, 도수가 높은데도 목 넘김이 좋아서 친척들이 마시다가 몇 명이 정신을 잃고 그날 집에 돌아가지 못한 일이 있다.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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