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명이 다니는 단과대학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단과대학에는 몇 석 규모의 여학생 휴게실이 필요할까?
계산의 편의를 위해 몇 가지 가정을 추가해 보자. 1800명 중 남녀는 각각 900명이고, 한 달은 30일이고 각 여학생은 한 달에 딱 하루만 생리통을 겪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단과대에서는 하루 평균 여학생 30명이 생리통을 겪을 것이다. 학생들은 모두 주 5일 학교에 나와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에 있고 주말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자. 1인당 휴게실 1일 최대 사용가능시간을 두 시간으로 제한해도 여학생 휴게실이 한 번에 수용가능한 인원은 여덟 명이어야 한다. 1인당 휴게실 1일 최대 사용가능시간을 한 시간으로 제한해도 한 번에 네 명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단과대학에 네 명에서 여덟 명 정도 쉴 수 있는 휴게실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하자. 남녀는 반반이니까 휴게실도 각 성별에 반씩 할당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남자도 몸이 안 좋을 때가 있고 여자도 몸이 안 좋을 때가 있으니까 반씩 할당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감기 같은 질병이나 전날의 과도한 음주 등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인해 몸이 힘들 확률이 남녀 모두 동일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학생에게는 생리로 인해 몸이 힘들 확률이 추가된다. 이를 고려한다면, 여학생 휴게실을 우선 만들고 이후에 공간이 남으면 남학생 휴게실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아닌가?
이런 와중에 여학생 휴게실은 있는데 왜 남학생 휴게실은 없느냐, 남학생은 어디서 쉬라는 것이냐, 남녀차별한다, 역차별이다, 여성 상위시대다, 하는 놈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놈들은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어차피 나는 남자고 생리통을 겪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데다 개돼지와 같은 심성을 타고 났으니 여학생들이 몸이 안 좋든 말든 뒈지든 알 바 아니고 남학생 휴게실이나 내놓으라는 것인가?
여학생 휴게실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윤리학 이론이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산수 능력이다. 한 학교에 여학생 휴게실이 최소한 몇 석이 필요한지는 간단한 산수로도 계산할 수 있는데도, 그들은 남자도 몸이 힘들 때가 있는데 여학생 휴게실만 있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익명 게시판에 악플 달 듯 감정을 배설하는 것도 아니라, 정말로 마치 사회정의를 주장하는 듯, 당당하게 그러한 의사 표현을 한다. 역겹다는 말 이외의 다른 적합한 표현을 못 찾겠다.
- 뱀발(1): 어느 학교에서 여학생 휴게실을 없애고 그 공간에 <Humanities Zon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평일 6시 이후, 학회나 소모임에 공간을 빌려주고 시험 기간에는 학생들의 학업 증진을 위해 상시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놀고들 있다. 여학생 휴게실이 얼마나 드넓은 공간이길래 그걸 빌려주고 학생들의 학업이 증진될지는 모르겠다. 걔네 중에 인문학 잘 하는 사람이 몇 놈이나 나오는지 지켜보자.
* 뱀발(2): 여학생 휴게실을 없애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절차는 잘 지켰겠는가?
* 뱀발(3): 이 와중에 어떤 사람이 “남녀공간으로의 확대면 보편적 복지가 늘어난건데 욕먹는 이유를 모르긋네ㅋㅋ”라는 댓글을 달아놓았다. 너무 당당하게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서 어떤 놈인가 보니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뭐시기라고 써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켜보자.
* 링크(1): [중앙일보] 여끔 vs 휴머니티스 존... 자치공간 갈등 빚는 성균관대 학생들
( https://news.joins.com/article/23534063 )
* 링크(2): [헤럴드경제] (2)휴게실 없는 남학생…“우린 어디 가서 쉬나요?” / 춘곤증, 쉼터가 없다
( http://heraldk.com/2018/03/29/춘곤증-쉼터가-없다-②휴게실-없는-남학생우린/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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