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면서 수능이 불공평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다. 인생 살만큼 산 어른들이 왜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판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업체는 계약 한 번으로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은 몇 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에서 벌이는 몇 분 동안의 승부로 선수로서의 운명이 좌우된다. 큰 전투 한 번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다. 어떤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최종 면접에서 어떤 짓을 하느냐에 따라 취업 여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정선 카지노에서의 한방 같은 그러한 한방인가? 아니다. 사업체들은 중요한 계약 한 번을 따내려고 역량을 평소에 키우고, 운동선수들은 그러한 대회에서 잘 하려고 연습하고, 국가도 전투 한 번으로 망하지 않으려고 군대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사람들도 배우자를 잘 만나려고 평소 행실에 신경 쓰고 돈 벌고 주변을 정돈한다. 짧은 순간의 선택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 기간이 길고 평가 기간이 짧은 것뿐이다.
평소에 잘 하다가 평가 기간에 그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것으로 끝이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러한 일들에 비한다면 수능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기출문제도 있고, 학원도 있고, 평가원에서 난이도도 조정하고, 시험도 매년 본다. 평소에 하던 것보다 조금 잘 하기도 하고 조금 못 하기도 할 수는 있겠지만, 평소에 하던 것과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한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마치 수능 한방이라는 것이 러시안 룰렛이나 정선 카지노 같은 한방인 것처럼 말한다. 어른들이 그런다.
수능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하는 것은 수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 아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찡찡거려도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해야 할 판인데, 배울 만큼 배우고 살 만큼 산 어른들이 중학생처럼 같이 찡찡거린다. 인생을 한두 해 산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는가 싶다.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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