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박사는 자신을 C급 경제학자라고 소개한다. 왜 그렇게 소개하는지는 모르겠다.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급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김규항은 B급 좌파이고 우석훈은 C급 경제학자다. 누가 우석훈 박사를 A급 경제학자라고 불러서 그렇게 소개하는 건가?
우석훈 박사는 C급 경제학자라는 말을 쓰면서 A급 경제학자부터 C급 경제학자까지 정의내린 적이 있다. A급 학자는 경제학의 흐름을 바꾼 사람이다. 케인즈나 프리드먼이나 루카스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B급 학자는 A급 학자들이 만든 이론을 보완해주는 사람이다. A급 학자들이 이론의 큰 틀은 제시하더라도 세부사항까지 모두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B급 학자들이 A급 학자가 만든 이론의 빈틈을 채운다. C급 학자는 A급 학자가 만들고 B급 학자가 보완한 이론이 현실에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는 사람이다. 외국 이론 가져와서 한국에 맞나 안 맞나 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가 C급 학자이고, 우석훈 자신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유영제 교수의 『이공계 연구실 이야기』에 나온다. 이 책에서 유영제 교수는 연구라고 다 같은 연구가 아니고 연구마다 급이 있다고 말한다. 이공계에서 연구의 급은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고 한다.
• A+급: 연구 방법론이 매우 창의적이고, 연구 결과의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경우. 그래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거나 방법론의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는, 또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출할만한 영향력이 기대되는 연구
• A급: 기존의 연구를 한 단계 레벨업 시킬 수 있는 연구 방법 제시 또는 연구 결과의 창출이 기대되는 연구
• B+급: 여러 가지 다양한 경우를 조사, 시험하여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내려고 하는 연구, 기존 연구의 개선, 개량 수준의 연구
• B급: 기존 보고된 연구와 비교할 때 연구 대상이나 재료를 바꾼 연구. 그래도 연구 결과로서 새로운 데이터의 제시 및 우리의 지식 창고를 풍부하게 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이공계 기준에 따르면 우석훈 박사는 B급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 유영제, 『이공계 연구실 이야기』 (동아시아, 2009), 136쪽.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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