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9

한국어로 대화하는 외국인 교환학생들

     

외국인들끼리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학교에서 가끔씩 본다. 무리에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고 출신 국가가 서로 다르면 공통 언어가 한국어가 된다.
  
학부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자주 가는 순대국밥집에 외국인 네 명이 앉아 있었다. 탁자에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니 교환학생들이었을 것이다.
  
남자 한 명은 평범하게 생긴 중국 남자였다. 동아시아 남자가 평범하게 생겼다는 것은 못 생겼다는 말이다. 그 옆에는 국적을 추정할 수 없는 백인 남자가 있었다. 혼자 앉아 있어도 잘 생겼는데 옆에 있는 남자 덕에 더 잘 생겨 보였다. 맞은 편에는 일본 여자 두 명이 있었다. 둘 다 평범하게 생겼다.
  
외국인들은 말도 안 되는 한국어로 말도 안 되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하여간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일본 여자들은 백인 남자에게만 말을 걸었다.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을 계속 물었다. 중국 남자에게는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중국 남자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저것 묻던 일본 여자가 백인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똔 요-자 좋아해요?” 백인 남자를 보는 일본 여자의 눈은 꼭 새로 산 바둑돌처럼 반질반질 빛나고 있었다. 백인 남자는 눈을 감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어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일단 너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표현을 가르쳐줄까 말까 고민했다. 백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얽-굴 쌍-관 없어욝.” 나쁜 놈이었다. 괜히 헛된 희망을 심어주다니.
  
백인 남자의 말을 들은 일본 여자는 밝은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아아, 요-자면 다 좋아요?” 백인 남자는 그건 아니라고 답했다.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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