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료 대학원생한테 최근에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30대 초중반 여성이었는데 마치 중2 남학생처럼 위험해보였다. 그 여성은 자신이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라면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그러면서 나보고는 술을 잘 마시게 생겼다고 말했다. 술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단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술을 많이 마시면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날 나는 술을 조금만 마셨다.
내 이야기를 듣던 동료 대학원생은 내가 말하는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다면서 성당 수련회에서 본 누나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누나들은 당시 30대 중반 여성이었는데, 주변에서 결혼 압박도 많이 받고 본인들도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한동안은 결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수련회에 온 그 누나들이 하도 술을 퍼마시고 그렇게나 음담패설을 해서 동료 대학원생은 숙소에 일찍 돌아가서 잤다고 한다. 그런데 일행 중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논 사람은 신부님이었다고 한다.
신부님은 왜 그랬을까? 대충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만일 내가 그 술자리에서 가능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나도 술을 많이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지도 모른다. 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반인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신부님이 술 많이 마시는 건 이해해야 해요. 혼자 사는데 술이라도 마셔야죠.” 그러자 동료 대학원생은 이렇게 답했다. “아, 맞아요. 신부님도 정확히 그렇게 말했어요.”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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