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보고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아침을 늦게 많이 먹어서 점심 먹기 전에 밥을 몇 숟가락 덜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모님은 말씀하셨다. “가만 보면 ◯◯ 형제는 과식하지 않더라구요. 목사님도 그래야 하는데... 남자가 배 나오면 안 돼요. 배 나오면 여자들이 싫어해요.” 사실, 나도 배가 꽤 나왔다. 그래서 나를 안 좋아하는 건가? 목사님은 묵묵히 자기 밥그릇에 몇 숟가락을 더 얹었다.
사모님은 목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셨다. “아는 분이 소개를 해줘서 목사님을 만났어요. 신실한 신학생이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배가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나온 거예요. 얼마나 화가 났는지. 밥만 먹고 빨리 헤어져야겠다, 이 남자하고 다시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모님은 태권도 선수였다. 같이 운동하는 남자 선수들이 모두 몸이 좋았다고 한다. 여름에는 남자 선수들이 모두 웃통을 벗고 운동한다고도 덧붙였다. 목사님은 묵묵히 식사를 하셨다.
“그러면 어떻게 결혼하게 되셨어요?” 사모님은 이야기를 마저 하셨다. “밥만 먹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목사님이 밥을 먹었으니까 차를 마시자고 했어요. 그래서 ‘그래 차만 마시자’ 생각하고 차를 마셨어요. 어쩌다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목사님이 ‘기도는 전쟁입니다. 저는 평생 기도하며 살 겁니다’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아, 나는 이 남자랑 결혼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모님이 이야기하는 동안, 목사님은 묵묵히 식사를 하셨다.
집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남편 처음 만난 날, 남편이 꽃을 들고 온 거예요. 그래서 나를 처음 보니까 나한테 주려고 그랬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자기 엄마 주려고 샀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이 남자랑 결혼하면 꽃을 많이 받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남편분이)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꽃을 안 사왔어, 하하하하.”
여자들은 말도 안 되는 데 꽂히기도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한테 꽂히는 여자는 왜 없나?
(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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