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자유분방하게 쓰는 사람이 학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 라투르의 『젊은 과학의 전선』을 번역한 선생님은 「옮긴이 해제」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역자는 이 책이 전문가들을 위한 번역서라는 점을 고려해 의역을 삼가고 가독성보다는 정확성을 더 우선시하고, 저자의 미묘하고 복잡한 표현을 살리고자 하였으나, 역량 부족으로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많은 듯하다.
우선 라투르의 글은 외국인의 영어 문장이라, 단어의 어감과 어순이 통상적 영어와 약간 다르고, 간혹 철자의 오류도 보인다. 표현은 자유분방하고 구어체가 많으나, 문장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고 긴 복합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또한 내용의 포괄 범위가 과학 전반에 걸쳐 있어, 역자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번역 작업이 훨씬 힘들었다. [...]
역자는 라투르 영어 문장의 특징, 즉 요지 파악을 방해하며 한없이 늘어지는 표현, 때로 쓸데없는 듯한 수사법, 그리고 문장 내에 무수히 삽입된 자잘한 형용사, 또 엄청난 수의 부사, 특정 접속사나 비교급 등등, 그의 주장이나 논증과 무관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살려 번역하려고 하였다. 학문적 문헌, 특히 ‘과학’에 대한 저술에 이런 문장들이 있을 수 있는지 경이로웠으며, 몇 번 포기하고 싶은 힘든 번역 과정이었다.(518-519쪽)
* 참고 문헌: 브뤼노 라투르, 『젊은 과학의 전선』, 황희숙 옮김 (아카넷, 2016).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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