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선생님들은 대체로 착하고 온화한 편이다. 적어도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그렇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 영화 <위플레쉬>의 플레처 교수 같은 선생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애초에 재승박덕한 경우인지, 심성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감독이 된 선동열이나 허재 같은 경우라서 못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어떤 선생님은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러분들, 논문 잘못 쓰면 죽어요, 죽어.” 논문을 못 쓰는데 왜 사람이 죽을까. 학회에서 멋모르고 비판했다가 재반박을 호되게 당해서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 학자들도 다른 학자의 이론을 제대로 비판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면, 수련 중인 대학원생이 비평문을 잘못 쓰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나는 학생이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선생님께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나: “그런 선생님들은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를 잘 해서 학생이 얼마나 공부하는 것이 힘든지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의 입장을 잘 말씀드릴 필요가 있어요.”
- 동료 대학원생: “그러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죠?”
- 나: “선생님이 죽는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죽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혹시 슐리크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세요?’라구요.”
- 동료 대학원생: “슐리크가 어떻게 죽었는데요?”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였고 빈 학파를 이끌었던 모리츠 슐리크는 학생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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