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2

어머니 심장 이야기의 교훈



어머니의 사랑이나 헌신을 언급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사랑에 눈 먼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연인에게 변하지 않을 사랑을 고백했고 연인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의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당장 집으로 달려간 그는 어머니의 심장을 빼앗아 연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너무 서두른 탓에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어머니의 심장도 길가에 내동댕이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붉은 심장이 말했습니다. “얘야! 어디 다친 데는 없니?”

- 고도원의 아침편지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중

내가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 기겁했는데 아직도 어머니의 사랑이나 헌신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인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 이 이야기는 자식을 망친 어리석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아들이 여자에 미쳐서 그런 짓을 했는데 그 와중에 아들이 괜찮은지 걱정할 정도라면 평상시에는 아들을 얼마나 오냐 오냐 떠받들고 키웠겠는가? 오냐 자식이 후레 자식이 된다고 이말년은 말한 바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청소년 도박 중독을 다룰 때 나온 전문가 인터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자녀가 도박에 빠져서 빚에 몰렸을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그 빚을 아무 조건 없이 다 갚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든 도박 빚을 본인이 갚게 해야지 자식이 힘들어 한다고 부모가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다면 그건 자식 보고 도박에 중독되라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자식의 도박 빚을 대신 갚은 어머니나 자기 심장을 빼가는 아들이 넘어지니까 괜찮다고 하는 어머니나 크게 다를까? 심약하고 절제력을 없는 것을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미화하는 것은 절제력 있고 사려 깊은 어머니들을 모욕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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