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6

화천이와 새끼들의 겸상

구운 닭을 먹고 남은 닭가슴살을 가지고 화천이에게 갔다. 화천이는 현관문 앞에 있었고, 다 자란 화천이 새끼(하얀 놈)와 화천이 새끼가 낳은 주먹만한 새끼 두 마리(노란 놈과 검은 놈)는 골판지집 위에 오글오글 모여 있었다.

닭가슴살을 결대로 찢어서 화천이의 코 앞에 갖다대자 화천이는 곧바로 닭가슴살을 받아먹었다. 화천이가 먹는 소리를 듣고 골판지집 위에 있던 하얀 놈이 귀를 쫑긋 세우더니 곧장 바닥으로 내려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하얀 놈에게도 닭가슴살을 찢어주었다.

화천이와 하얀 놈이 뭔가를 먹으니까 골판지집 위에 있던 노란 놈도 고개를 들더니 바닥으로 내려왔다. 노란 놈은 아직 새끼라서 나를 경계한다. 다 큰 고양이들처럼 고개를 들이밀고 고기를 달라고 요구하지는 못하고 두 걸음 왔다가 한 걸음 물러나는 식으로 얼쩡거렸다. 노란 놈은 아직 새끼라서 닭가슴살을 더 잘게 찢어서 슬쩍 던져주었다. 고기가 툭 떨어지자마자 노란 놈은 약간 굵은 실 같은 고기를 물고 앙앙- 하는 소리를 내며 먹었다.

노란 놈까지 뭘 먹으니까 까만 놈도 먹고 싶은지 바닥에 내려왔는데 도둑 고양이의 씨라서 그런지 멀리서 나한테는 다가오지도 못하고 다른 고양이들이 먹는 것만 지켜보았다. 나는 닭가슴살을 미세하게 찢은 다음 둥글게 살짝 뭉쳐서 검은 놈 앞에 던졌다. 검은 놈은 그걸 물고 뒷걸음쳐서 먹었다.

이렇게 고양이 네 마리에게 닭가슴살을 나누어주는데 갑자기 화천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닭가슴살을 코 앞에 대도 먹지 않았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떠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가서 앉았다. 나머지 세 고양이는 주는 대로 고기를 받아먹는데 화천이 혼자 그랬다. 화천이가 배불러서 그러나? 내가 덩어리째 고기를 준 것이 아니라 결대로 쪼개서 주었기 때문에 여러 번 주었지만 배가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예전에도 화천이는 다른 고양이들하고 먹을 것을 똑같이 주면 싫어했다. 다른 고양이들은 닭가슴살을 약간 떨어진 곳에 던져주면 뛰어가서 주워먹고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는데, 화천이는 던져줘도 먹지 않았고 땅에 떨어뜨려도 먹지 않았다. 자기 입에 대주면 그제야 먹었다. 이번에는 거의 먹여주다시피 했는데 왜 화천이는 고개를 돌렸을까? 자기만 닭가슴살을 먹는 게 아니라 다른 고양이도 똑같이 먹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화천이한테 가서 다시 닭가슴살을 코 앞에 댔다. 화천이가 몇 번 고개를 돌리더니 내가 화천이를 손으로 몇 번 쓰다듬자 다시 닭가슴살을 먹었다. 그리고 내가 멀리 떨어진 고양이들에게 닭가슴살을 던져주자 화천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닭가슴살을 먹지 않았다.

(2022.08.26.)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