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9

대학원 기여졸업제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실한 대학원들이 장사속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자. 그런 대학원들이 장사를 잘 하나? 내가 보기에는 장사를 별로 짭짤하게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돈 없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쥐어짜며 다니는 대학원이 아니고,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학위를 거저 따려고 오는 대학원이다. 그런 대학원에서 고작 등록금이라고 푼돈이나 받고 대충 졸업시킨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뜯어낼 수 있는 만큼 알차게 뜯어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알차게 뜯어낼 수 있을까?

부실 대학원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자. 공부를 제대로 할 의지나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되면서 학위를 받고 싶어 하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학원에 가봐야 당연히 졸업 논문을 제대로 못 쓴다. 돈으로 때우라고 하면 충분히 돈질을 할 텐데, 학교에서 괜히 논문을 쓰라고 해서 말도 안 되는 논문을 쓰거나 말도 안 되는 논문인 줄도 모르고 베껴서 제출한다.

대학원 등록금을 받아 재정을 충당하고자 하는 대학이 있다. 대학원 정원이 남아돌아서 아무나 입학시키고 등록금이나 받고 대충 가르치고 졸업시킨다. 돈을 더 받으려고 해도 받을 명분이 없다. 요새는 최고경영자과정처럼 돈이나 내고 수료증 받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돈을 덜 내면서 학위까지 받아갈 수 있는 대학원에 사람들이 온다.

부실 대학원의 비극은, 돈을 더 낼 수 있는데 돈을 못 쓰는 사람들과 돈을 더 뜯고 싶은데 돈 뜯을 방법을 모르는 대학원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 돈은 돈 대로 못 뜯고, 졸업 논문은 졸업 논문대로 망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단 돈만 받고 일정 수준 이하면 졸업을 안 시키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 말은 학문 후속세대를 키우는 대학원에나 적용된다. 부실 대학원인 주제에 돈만 내고 졸업도 못 한다고 소문이 나면 손님이 끊긴다.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대충 졸업시켜야 새로운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부실 대학원은 장사를 해야 하느라 졸업 문턱이 너무 낮아지지만, 그렇다고 장사를 퍽이나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되느냐 하면, 등록금 이외에는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돈을 뜯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데도 대학들은 담대하게 뜯어내지 못한다. 대학들이 얼마나 소심한지 고객들이 졸업 못할까봐 졸업 논문을 시험으로 대체해 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봐야 구멍가게 장사밖에 못 한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기여졸업제이다. 기여졸업제는 돈을 내고 학위를 받는 제도이다. 기여졸업제를 졸업하면 앞서 말했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논문을 멀쩡히 쓸 사람들은 돈을 더 내지 않고 졸업할 것이니 졸업 문턱을 높일 수 있고, 정상적으로 논문을 못 쓸 사람들은 돈을 더 낼 것이니 학교는 돈을 더 뜯어낼 수 있다. 어차피 졸업시킬 거, 난장 치고 졸업시키느니 돈이나 더 내게 하고 흔적 없이 조용히 졸업시키는 것이 개인에게도 좋고 학교에도 좋다.

그렇다면 적정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그냥 돈만 내면 졸업을 한다는 식으로 학교에서 먼저 액수를 정하면 고객들이 학교를 만만하게 보고 돈을 안 쓰려고 할 수 있다. 단계를 나누고 단계별로 돈을 뜯는 것이 좋겠다.

처음부터 돈 받고 학위를 주면 안 된다. 우선, 졸업이 어려운 부유한 고객들이 자기 힘으로 논문을 쓸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박사급 인력을 붙여주어야 한다. 지도교수는 고객의 상태를 보고 처방을 내린다. 이 정도 상태일 경우 필요 박사급 인력이 몇 명이 몇 개월 정도 달라붙어야 한다고 처방을 내리면, 학교는 고객에게 돈을 받아 인력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떼고 박사급 인력에게 전달한다. 고객은 부족한 공부를 더 하고, 교수가 안 된 박사들은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학교 공부가 부족하면 사교육을 받는데, 대학원에서 그러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논문 작성이 안 될 때만 돈을 더 받고 학위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단계를 만들어놓아야 단계를 밟아가며 단계마다 돈을 뜯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런 대학원에서는 졸업하는 세 단계가 있는 것이다. 1단계는 그냥 논문 쓰기, 2단계는 도움 받아 논문 쓰기, 3단계는 돈 내고 학위 받기다. 1단계에서 졸업해도 되고, 2단계에서 졸업해도 되고, 3단계에서 졸업해도 된다. 단, 단계를 건너뛰고 2단계나 3단계에서 한 번에 졸업할 수는 없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는 최대한 해본 다음에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졸업이 세 단계로 구성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차등적으로 돈을 뜯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실 대학원이라고 해도 학생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액수를 뜯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차등적으로 돈을 뜯으면 어떤 사람은 노력을 더 해서 돈을 덜 내고, 어떤 사람은 어차피 글러먹었다 싶어서 순순히 돈을 더 뜯길 것이다. 두 번째는 논문 심사가 엄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 논문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며, 눈에 불을 켜고 표절을 잡아낼 것이다.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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