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7

K-반도체 벨트



“K-반도체 벨트”라고 해놓고 진짜로 국토에 로마자 K 모양의 벨트가 조성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공한 자료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신묘막측한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반도체 생산단지 배치도에 나타난 점들이 의미심장하게도 K자로 되어 있어서 K-반도체 벨트라고 이름 붙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도에는 충북 음성이 기존의 생산단지로 멀쩡히 표시되어 있는데도 K-벨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는 반도체 생산시설의 분포에 따라 선을 긋다 보니 K자가 된 것이 아니라 K자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선을 그었음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이상한 지시가 내려와서 그에 맞추어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보기에는 반도체 벨트 모양이 K자가 아니라 仁(어질 인)자에 더 가깝다. 내가 학부 때 동양철학을 복수전공해서 그렇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봐도 벨트 모양이 K보다는 仁에 가깝다. K-벨트와 달리 仁-벨트는 기존 시설과 신규 시설을 모두 포함한다. 낫 놓고 기역 자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얼핏 봐도 仁인데 K라고 우기다니, 인의예지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K자로 선 그어놓고 K-반도체 벨트 같은 소리를 할 정도로 미쳤다면 ‘仁-반도체 벨트’라고 해놓고는, 인간을 생각하는 기술, 인간과 기술의 만남, 이딴 소리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요즈음 대세는 K-지랄이고, 인간, 인문학, 융합 같은 것들이 벌써 한물간 유행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 링크: [연합뉴스] K-반도체 벨트 만든다… 기업들 510조 투자, 정부 전방위 지원

( www.yna.co.kr/view/AKR20210513017200003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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