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1

컴퓨터 책상 밑에 들어온 화천이



화천이가 큰 창고에 가길래 화천이를 따라서 큰 창고에 갔다. 새끼가 들어있는 상자에 화천이가 들어갔는데 상자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해서 사다리를 타고 상자를 열어보았더니, 상자 속에 새끼는 한 마리도 없고 화천이만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가 다 죽어서 화천이가 어디에 갖다버린 건지, 아니면 화천이가 새끼를 다 죽인 건지는 모르겠다. 화천이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화천이는 한동안 작은 창고에 혼자 있고 싶어 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고양이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겠는데, 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작은 창고에 들어갈 때 화천이가 따라온 적이 있었다. 내가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화천이는 어떤 상자 속에 들어가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창고에서 볼 일을 다 본 다음에 문을 열어둔 채 창고를 나가면 한참 후에 화천이는 창고 밖으로 나왔다.

화천이가 창고에 몇 번 따라온 다음에는 화천이가 먼저 나를 창고로 이끌었다. 화천이는 밥 달라고 울 때와 어디 가자고 울 때가 다르다. 내가 울음소리만 듣고 그걸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울 때 폼이 다른 것을 보고 추측하는 것이다. 현관문 밖에서 화천이가 나를 불러서 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갔을 때, 화천이가 배가 고프면 사료통 근처에서 빙빙 돌면서 운다. 어디 가고 싶어서 나를 부른 것이면 화천이가 내가 현관문에서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현관문에서 멀리 떨어져서 다시 나를 부른다. 화천이 소리를 듣고 내가 화천이를 따라가면 화천이는 그것을 보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어가고 중간중간에 내가 자기를 잘 따라오나 고개를 돌려서 확인한다. 내가 다른 곳으로 간다 싶으면 다시 울어서 나를 부른다. 그런 식으로 화천이는 나보고 창고에 함께 가자고 했고, 내가 창고 문을 열어주면 창고로 들어가서 지난번에 들어갔던 상자 속에 혼자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창고에 가니 싫증이 났는지 화천이는 더 이상 창고에 가자고 나를 부르지는 않는다. 그 대신 밤만 되면 집 안에 들어오려고 한다. 고양이는 집 밖에 살고 사람이 집 안에 살아야 하는 것이지만, 화천이가 불쌍하니 잠시 집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 집 안에 들어오면 거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현관문으로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있는 컴퓨터 책상 밑으로 곧장 간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옆도 안 돌아보고 곧장 컴퓨터 책상 밑으로 간다. 컴퓨터 책상 밑에서 화천이가 하는 일은 그냥 자는 것이다. 내 발을 베개 삼아서 베고 자는 것이다.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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