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3

[역사학] Carr (1987), Ch 1 “The Historian and His Facts” 요약 정리

      

[ Edward Hallen Carr (1987), What is History?, 2nd edition (Penguin Books), pp. 7-30.

  Edward Hallen Carr (1961), What is History?, 1st edition (Macmillan)

  E.H. 카, 「1.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역사란 무엇인가』[개정판 2판], 김택현 옮김 (까치, 2016). ]

 

 

■ 기존 견해와 그 난점 [pp. 8-10]

- 19세기는 사실들을 숭배한 시대

• 1830년대 랑케는 역사의 도덕주의화에 대항하여 역사가의 임무는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함.

• 과학으로서의 역사를 주장한 실증주의자들(positivists)

• 영국에서 이러한 역사관은 로크에서 러셀에 이르는 영국의 경험주의적 전통과도 부합함.

- 경험주의적 인식론은 주체와 객체의 완전한 분리를 전제함.

• 외부에서 감각적인 인상이 관찰자에게 들어오듯, 관찰자도 수동적으로 자료를 수용하고 처리함.

• 사실은 ‘결론과는 다른 경험자료’

• 액턴: “우리의 워털루 전투는 프랑스인, 영국인, 독일인, 네덜란드 인을 똑같이 만족시켜야 한다. 필자들의 명단을 들춰보지 않고서는 누가 썼는지 말할 수 없게 써야 한다.”

• 액턴의 태도의 비판적이었던 조지 클라크도 역사를 “사실이라는 딱딱한 속알맹이”와 “그것을 둘러싸는 논쟁의 여지가 많은 해석이라는 과육”에 대비함.

- 기존 견해의 난점: 과거에 관한 사실 모두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역사가에 의해 그렇게 취급되지 않음.

- 역사적 사실과 과거의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닌 사실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 * * 


■ 역사적 사실이란 무엇인가? [pp. 10-12]

-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이란 무엇인가?

- 상식적 견해: 모든 역사가들에게 똑같은 어떤 기초적 사실이 있음.

• 예) 헤이스팅스 전투가 1066년 벌어졌다.

- 반박: 정확성은 의무이지 미덕이 아님. 작업의 필요조건이지만 본질적인 기능은 아님.

- 관찰(1): 역사가에게 공통되는 기초적 사실은, 흔히 역사가가 사용하는 재료에 속하는 것일 뿐 역사 그 자체에 속하는 것은 아님.

- 관찰(2): 기초적 사실을 확립할 필요성은 사실 자체가 지닌 어떤 성질에 의한다기보다는 역사가의 선험적인 결정에 의존한다는 것.

- 사실은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며, 역사가가 허락할 때만 이야기함.

• 예)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역사적 사실인 것은 역사가가 나름대로의 근거에 근거하여 결정한 일이지만,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음.

• 톨콧 파슨스: 과학은 ‘실재에 대한 인지적 지향의 선택적 체계’

• 역사도 바로 그러한 것

•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함.

 

■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역사적 사실로 전환되는 과정 [pp. 12-19]

- 역사적 사실이라는 지위는 해석(interpretation)의 문제에 의존함.

• 해석이라는 요소는 역사의 모든 역사적 사실에 포함됨.

- 역사는 분실된 조각이 많은 거대한 조각그림 맞추기라고 말함.

- 주요한 곤란은 빈틈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님.

•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 관한 그림에 결함이 있는 것은 수많은 조각이 분실되어서가 아니라 그 그림을 아테네의 소수집단이 그렸기 때문임.

• 그리스가 페르시아인이나 아테네의 노예나 스파르타인 등에게 어떻게 보였는지는 우리는 알지 못함.

• 우리가 보는 그림은 특정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일 뿐이며 그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것들도 그에 따라 선택된 것이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님.

• 우리가 중세사의 사실들이라고 아는 것은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사람들이 편찬한 것

• 러시아 혁명은 러시아 농민들이 독실한 신자였다는 것을 지워버림.

• 배러클러프: “우리가 읽는 역사는 분명히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

- 근대사가도 곤경에 처함.

• 근대사가들은 과거의 사실을 스스로 선별해야 함.

• 소수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여 역사의 사실로 전환해야 하고, 수많은 하찮은 사실을 비-역사적인 것으로 추려내야 함.

• 19세기의 이단론(heresy)은 역사란 논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을 최대한 편찬하는 것이라고 함.

• 근대사가의 작업은 이단론과 정반대의 것

- 19세기의 사실 숭배는 문서에 대한 숭배로 완성되고 정당화됨.

• 그러나 문서들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역사가들이 연구하고 해독해야만 이용할 수 있음.

- 사례(1): 구스타프 슈트레제만이 사망하면서 남긴 엄청난 분량의 문서

• 바이마르 공화국의 외무장관였던 슈트레제만은 사망하면서 300상자 분량의 문서를 남김.

• 슈트레제만의 비서였던 베른하르트는 문서를 정리하여 한 권당 600여 쪽인 세 권까지 선집으로 편찬함.

• 1945년 영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관리들이 슈트레제만의 문서들을 입수함.

• 슈트레제만의 외교정책 중 서방 정책은 놀라운 성공을 보였으나 동방 정책(소련)은 사소한 성과만 있었음.

• 실제로 슈트레제만은 동방 정책에 꾸준한 관심을 쏟았으나, 선집에서 동방 정책의 비중은 실제 문서의 비중보다 줄어듦.

- 사례(2): 베른하르트이 편찬한 슈트레제만의 선집

• 선집이 편찬된 이후 히틀러가 집권했고 슈트레제만의 이름이 독일에서 잊혀짐.

• 1935년 영국의 출판업자가 선집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분량을 줄임.

• 번역가 서턴의 서문: “약간 압축되었지만 영국의 독자들이나 연구자들에게는 별로 흥밋거리가 되지 않는 [...] 그다지 생명력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된 것들 중에서 일정한 분량만을 생략했을 뿐이다.”

• 분량을 줄이면서, 동방정책의 비중은 더욱 줄어듦.

• 1945년 폭격의 와중에 슈트레제만의 문서와 베른하르트의 책이 사라졌다면 서턴의 신빙성과 권위는 의심받지 않았을 것임.

- 원본이 없을 때, 역사가들이 받아들이는 문서집 인쇄본들은 이런 방식으로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됨.

- 그런데 이러한 선별과정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슈트레제만 자신의 선별임.

• 슈트레제만은 자신이 남기고자 하는 문서만 남겼음.

• 사실은 스스로 역사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문서 자체를 숭배해서는 안 될 것임.


■ 왜 19세기 역사가들은 역사철학에 무관심했는가 [pp. 19-20]

- 역사철학(philosophy of history)이라는 용어는 볼테르가 만든 것

• 이후 이 용어는 다양한 뜻으로 사용됨.

- 19세기는 자신감과 낙관주의를 드러내던 시대

- 19세기의 역사관

• 랑케는 사실을 돌보면 신이 역사의 의미를 돌보아 줄 것으로 믿음

• 부르크하르트는 “우리의 목적은 영원한 지혜를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약간 비꼬아서 말함.

• 1931년 버터필드는 “역사가들은 사물의 본질은 물론이고 그들 자신이 취급하는 주제의 본질도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다”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함.

- 영국의 역사가들이 역사철학을 거부한 이유는 역사에 의미가 없어서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절대적이고 자명하다고 믿었기 때문임.

• 19세기 자유주의적 역사관은 자유방임 경제학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

• 누구나 자기 연구에만 힘쓰면 보이지 않는 손이 보편적인 조화를 이룰 것이고 생각함.


  * * * 

 

■ [pp. 20-22]

- 왜 19세기 역사가들은 역사철학에 무관심했는가?

- 역사에서의 사실의 우월성과 자율성의 학설에 대한 도전

• 19세기 독일의 딜타이

•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크로체

-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당대사, contemporary history)라고 선언함.

• 이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며, 역사가의 중요한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함.

• 크로체는 콜링우드에게 영향을 줌.

- 콜링우드는 역사철학이 ‘과거 그 자체’에 관한 것이나 ‘과거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되는 그 두 가지’에 관한 것이라고 함.

•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에도 살아있는 과거이다.”

• 그래서 “역사란 사유의 역사”이며, “역사는 사유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가가 그 사유를 자신의 정신 속에 재현하는 것”임.

• 역사가의 정신에서 일어나는 과거의 재구성은, 경험적인 증거에 의거하여 이루어짐.

• 그러나 재구성은 경험적 과정이 아니며, 사실들의 단순한 열거도 아님.

• 오히려 재구성의 과정이 사실의 선택과 해석을 지배함. 이것이 사실을 역사적 사실이 되도록 만드는 요소임.


■ 콜링우드 견해의 시사점 [pp. 22-26]

- 시사점(1): 역사의 사실들은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음.

• 역사적 사실들은 기록자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항상 굴절되기 됨.

• 그러므로, 우리의 최초의 관심은 역사책에 포함된 사실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역사가에 관한 것이어야 함.

- 시사점(2): 역사가는 자신이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 그들 행위의 배후에 있는 생각을 상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

• ‘공감’(sympathy)이 아니라 ‘상상적인 이해’(imaginative understanding)라고 한 것은 동의를 의미하지 않기 위해서임.

- 시사점(3): 우리는 오직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망할 수 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음.

• 역사가는 과거에 속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속함.

• 역사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과거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도 아니고,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행하는 것

  

  * * * 

 

■ 콜링우드 견해의 위험성 [pp. 26-27]

- 위험성(1): 역사를 구성하는 데에서 역사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면, 모든 객관적인 역사를 배제하게 됨.

•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 됨.

• 프루드: “역사는 어린아이의 글자맞추기 상자와 같아서 어떤단어는 원하는 대로 이어 붙일 수 있다.”

• 완전한 회의주의에 이르게 됨.

- 역사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이론 대신, 어떤 의미도 다른 의미보다 더 올바르지 않다는 이론을 얻게 됨. 전자만큼이나 후자도 옹호할 수 없음.

• 어떤 산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모인다고 해서 그 산은 객관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거나 무한한 형상을 가진다고 할 수 없음.

• 역사적 사실을 설정할 때 필연적으로 해석이 작용한다고 해서, 어떤 해석이든 우열이 없다거나 원리적으로 역사적 사실은 객관적인 해석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음.

- 위험성(2): 역사가가 반드시 자신이 사는 시대의 눈을 통해서 자신이 연구하는 시대를 봐야 하고 과거의 문제들을 현재의 문제들의 열쇠로서 연구해야 한다면, 역사 해석의 올바른 기준이 실용적인 목적에 따른 해석의 적합성(suitability)이라고 주장할 수 있음.

• 이 가설을 따른다면 역사적 사실은 무가 되고 해석은 전부다 됨.


■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의무 [pp. 27-29]

- 그렇다면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의무는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가?

• 역사학의 의무는 자신의 사실이 정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음.

• 역사가는 자신의 연구 주제나 해석과 연관된 모든 사실들을 자신이 알거나 알 수 있는 모든 사실들을 그려내도록 애써야만 함.

- 역사가가 자신의 작업을 두 가지 단계나 기간으로 나누는 것이 상식적으로 보임.

•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실컷 준비한 뒤 자료를 모두 치우고 책을 쓰는 것

• 카는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함.

- 카는 주요한 자료 중 몇 가지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쓰기 시작함.

• 읽기와 쓰기가 동시에 진행됨.

• 읽는 동안 쓰기가 추가되고 삭제되며 재구성되고 취소됨.

• 쓰기에 의하여 읽기가 인도되고 지시되며 풍부해짐.

• 쓰면 쓸수록 내가 찾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내가 찾는 것의 의미와 연관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됨.

- 카는 모든 역사가에게는 ‘투입’과 ‘산출’이 동시에 진행되며 실제로 두 과정은 단일한 과정의 부분들이라고 확신함.

• 둘 중 하나가 우월해지면 두 가지 이단론 중 하나가 됨.


■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관계 [pp. 29-30]

- 역사의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관계는, 해석보다 사실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역사관과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적 산물이라는 역사관 사이에서 놓여있음.

• 인간은 그의 환경에서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고 무조건적인 지배자일 수도 없듯이, 역사가와 그의 연구주제의 관계도 이와 같음.

• 역사가는 자신의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어내고, 또한 자신의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들어냄.

-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이끈 잠정적인 해석에서 출발함.

• 역사가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사실의 선택, 정돈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묘한 변화를 겪음.

•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며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에,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됨.

-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카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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