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인가 2006년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 즈음에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오래 전에 들은 거라서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나마 기억나는 것을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뭘 하든 신경도 안 쓴다. 자동차 왼쪽 바퀴 끼는 사람하고 오른쪽 바퀴 끼는 사람하고 월급이 두 배 차이 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런데 같은 공장 안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천막 치고 농성하는데 옆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심 먹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내가 다른 공장을 가니까 점심 때 어떤 노동자가 혼자서 한 발로 깽깽이를 뛰고 가더라. 도대체 이 공장에서는 무슨 재미난 놀이를 하나 궁금해서 봤다. 그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발목이었다. 일 하다가 발목이 잘렸는데 옆에 아무도 없어서 그렇게 혼자서 자기 발목을 들고 깽깽이발로 뛰어간 것이다.
노동 유연화가 뭐냐? 세 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한테 시키고 다시 그 일을 한 사람한테 시킨다는 것이다. 자본의 눈으로 보면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두 사람, 세 사람이 하는 것은 낭비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하는 일은 두 사람이 일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자기 발목을 들고 깽깽이발을 뛰던 노동자가 하던 일도 원래는 세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그게 두 사람이 하던 일이 되었고 다시 한 사람씩 교대로 하는 일이 되었다.
15년 전에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평택항 부두에서 300kg짜리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스물세 살 대학생이 용돈을 벌려고 아버지의 작업장에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사전에 안전교육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안전관리자는 옆 컨테이너에 다른 작업을 하느라 현장에 없었다고 한다. 그 청년의 아버지는 현장에 두 명만 있었어도 사고가 날 수 없는데 아들만 혼자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한다.
15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고 있다. 그렇게 어떤 청년이 죽었고 그의 아버지는 오열하고 있다.
* 링크: [스브스뉴스] 300kg 철판에 깔린 아들의 마지막을 직접 본 아버지
( www.youtube.com/watch?v=NheZoIlt7CY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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