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과학철학] Shapere (1971), “Review: The Paradigm Concept” 요약 정리

     

[ Dudley Shapere (1971), “Review: The Paradigm Concept”, Science 172: 706-9.
  더들리 셰피어,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고찰」, 『쿤의 주제들』, 조인래 옮김 (이화여대출판부, 1997), 104-116쪽. ]
  
  
■ [p. 706, 104-105쪽]
- 1962년에 출간된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 초판의 논제는 “정상 과학”이라고 불리는 “일관성 있는 과학적 연구 전통들”이 “패러다임들”에 의해 통합되고 그로부터 생겨난다는 것.
• 패러다임은 “과학자들의 공동체에 모범적인 문제와 해답을 제공하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적 업적들”.
• 패러다임은 일단의 이론과 동일시될 수 없는, 더 “전면적”(global)인 그리고 완전한 공식화가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것.
• “법칙, 이론, 적용, 기구의 사용을 함께” 포함하며 “개념적, 이론적, 기구적, 방법론적”, 심지어는 “준-형이상학적 공약들(commitments)의 강력한 네트워크”
• “정상과학”은 패러다임 내에서 작업하고, “패러다임 그 자체를 더욱 정교화하는 일들”로 이루어짐.
• 과학혁명은 “하나의 패러다임과 그와 양립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교체되는 비축적적인 발전의 일화들”
 
■ [pp. 706-707, 106-108쪽]
- 셰피어는 쿤의 견해가 과학의 본성에 대한 논의를 과학사에 대한 최근의 연구와 더 부합되게 만들어 건전한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함.
- 그러나 『과학 혁명의 구조』 초판에 나타난 쿤의 견해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함.
- 비판 유형(1):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의 애매성
• 패러다임이 과학자가 행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듯 보이면서, 과학적 전통이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는다는 주장이 동어반복(tautology)처럼 되고, 쿤의 풍부한 역사적 분석은 무관하게 됨.
• 개별적인 사례들에서 패러다임을 확인하기 어려움.(쿤은 패러다임이 말로 완전히 표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표현될 수도 없다고 함.)
• 용어가 애매하여 정상 과학과 혁명적 과학의 구분이 정도의 문제처럼 보이게 됨.
- 비판 유형(2): 상대주의 문제
• 배경 패러다임의 결정적인 역할의 강조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패러다임을 선택하는 합리적 판단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임.
• ‘좋은 이유’라는 개념 자체가 패러다임 의존적인 것이 되었으므로, 새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좋은 이유가 있을 수 없음.
• “패러다임의 경쟁은 증명에 의해 판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종의 경험과 같다.”
• 과학에 대한 객관성과 진보가 거부됨.
• 쿤은 두 패러다임을 통해 보여지는 세계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을 비교할 어떤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
 
■ [pp. 707-708, 108-111쪽]
- 쿤은 2판에 「후기」를 덧붙이고, 초판에 대한 비판들에 답하려고 시도함.
- 쿤은 패러다임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별함.
• 넓은 의미의 패러다임: 전문분야 행렬(disciplinary matrix)
• 전문분야 행렬의 요소: 기호적 일반화, 형이상학적 패러다임, 가치, 범례
• 이러한 요소들은 초판에서 구분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하나인 것처럼 다루어지면 안 된다”고 함.
- 비평가들은 ‘패러다임’의 1차적인 의미가 ‘구체적인 퍼즐 풀이’와 관련됨을 알았으므로, 이러한 쿤의 구분은 패러다임 개념이 애매하다고 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 됨.
- 문제점은, 쿤이 ‘‘패러다임’이라는 용어에 의해 망라되는 다른 요소들이 범례들과 어떤 관계를 가짐으로서 더 넓은 의미의 패러다임이 범례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수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적절하게 해명하지 않는다는 것.
• 범례들을 통해 더 넓은 의미의 패러다임이 과학적 연구와 판단을 결정하는 방식을 해명하지 않았다는 것.
- 쿤의 원래 주장은 어떤 통일된 관점, 하나의 지배적인 세계관이 존재하며 이것이 과학자들이 무엇을 정당한 문제, 증거, 좋은 이유, 받아들일만한 해답 등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한다는 것.
- 쿤의 새로운 견해가 전문분야 행렬의 요소들 사이의 구분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초기에 강력하게 주장했던 패러다임의 통합적 성격과 지배적인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
  
■ [p. 708, 111-112쪽]
- 쿤은 상대주의를 초래한다는 비난에 대처하려다 그의 원래 입장을 후퇴시킴.
• “정상 과학의 수수깨끼들 중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자연에 의해 제출되며, 나머지 수수께끼들에도 자연이 간접적으로 관련된다.”
• 패러다임 독립적인 객관적 세계(자연)가 존재하며, 그 세계는 패러다임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제출함.
• 무엇이 과학적 문제로 간주되는가는 적어도 패러다임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함.
• “중립적인 관찰자가 가장 최근의 이론과 그 이전의 이론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준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용이하다. 그 중 가장 유용한 기준들은 예측, 특히 양적인 예측의 정확성, [...] 해결된 문제들의 수 등이다. 그 목록은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목록이 완성될 수 있다면 [...] 단일 방향으로의 비-가역적 과정이다. [...] 이는 상대주의적 입장이 아니며 내가 과학적 진보를 확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물론 이러한 쿤의 주장은 상대주의의 입장이 아님.
- 그러나 쿤은 초판에서 지식이 영속적으로 증가하는 단선적 과정으로 보는 견해를 비판했으며 과학 혁명에서 일어나는 일을 “표준의 상향 조정이나 하향 조정이 아니라 새 패러다임의 채택과 더불어 일어나는 변화”로 보았음.

  
■ [p. 708, 112-113쪽]
- 쿤은 과학적 탐구를 안내하는 개념적 요소들이 기능면에서 더 다양하고 복잡하며, 개념적 요소들로부터 독립적이면서 그것들을 통제하는 객관적인 요소들의 존재를 믿는 것으로 보임.
• 그러나 쿤이 자기의 옛 견해들 중 다수를 고수하면서 이렇게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음.
• “[...] 그러한 이유들은 가치로서 작용하며 [...]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달리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이론의 상대적 다산성(fruitfulness)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거나, 또는 그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해도 다산성과는 다른, 가령 적용범위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면, 어느 쪽도 이론 선택에서 그릇된 것으로 비판 될 수 없다. 어느 쪽도 비과학적이지는 않다.”
- 그러나, 쿤이 여기저기서 제안한 대로, 가치들에 대해 어떠한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국 두 패러다임 사이에 판단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될 것.
• 새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좋은 이유들’에 대해 말할 때, 어떤 사람이 ‘가치’의 이름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을 허용하기 때문.
 
■ [p. 708, 113-114쪽]
- “패러다임 간 공약불가능성이 성립한다면 그들 사이의 경쟁이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비판자들의 주장에 대한 쿤의 반박도 도움이 되지 않음.
• 이는 패러다임이 얼마나 의미와 관점을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쿤이 애매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임.
- 애매성 때문에 번역에 대한 콰인의 견해나 문제의 어려움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쿤의 제안도 효력을 상실함.
• 쿤의 초판에서의 견해(패러다임이 의미, 가설, 표준을 결정한다는 것)와 콰인의 견해가 정합적이라는 것은 명백하지 않기 때문.
- 신경 자극과 과정, 그리고 의미와 지식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쿤의 이상한 견해는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듦.
• “사람들이 자극을 보는 것은 아니며 그 자극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이론적이며 추상적이다.”, “두 다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주어지는 자극은 같다.”
• 우리가 자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패러다임 독립적인지, 패러다임 상대적인지 분명하지 않음. 왜냐하면 쿤은 자극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이론적이라 부르기 때문임.
- 쿤은 패러다임들 간에 공약불가능성이 성립한다는 견해가 그들 사이의 경쟁이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을 함축한다는 비판에도 대응하지만 역시 적절하지 못함.
• 쿤은 패러다임들 간의 의사소통과 비교를 허용하면서 초판적인 의미의 패러다임 공약불가능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실패함.
 
■ [pp. 708-709, 114-116쪽]
- 셰플러의 비판 요약
• 쿤에게서 가장 중요한 점들에서는 초기 입장에서 후퇴함.
• 많은 사람들이 문제삼을만한 점에서는 초기 입장을 유지함.
• 초기 입장에서 쿤이 고수한 견해와 달라진 견해 사이의 일관성에 문제가 제기됨.
• 쿤의 현재 견해가 실제로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음.
- 쿤은 과학이 진보한다고 말하기를 원하는 것 같지만, 그 평가의 근거를 ‘가치들’에 둠으로써 여전히 상대주의에 시달리고, ‘공약 불가능성’과 ‘의사소통 가능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함.
-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자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는 쿤의 시도는 셰피어에게 만족스럽지 못함.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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