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8

종교 사업 구상

     

종교와 사교육을 결합하면 어떨까? 꽤 큰 시장이 새로 생길 것이다. ‘중세철학+논술’ 또는 ‘신학+논술’의 형태를 한 학습지를 만들고 개신교단의 지지를 얻는다고 생각해보자. 안셀무스나 아퀴나스의 저작을 가지고 논술 학습지를 만들 수 있다면, 시장과 교단의 지지를 모두 얻을 수도 있다.
  
이런 학습지가 교단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젊은 교인들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어려서 교회를 다니다 사춘기 이후 교회에 안 다니게 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을 교회에서 밀어낸 한 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반-지성주의’로 불리는 여러 가지 형태의 종교적 광신이다. 사춘기를 세게 맞은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방황하면 어른들이 잘 타일러야 하는데, 오히려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중장년들이 과도한 종교적 열정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면서 사춘기 청소년들 앞에서 주책을 떨어서 그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든다.
  
청소년들이 교회에 붙어있게 하려면, 광신적인 신도들이 청소년들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청소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전도사가 잘 타이르는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학습지를 이용해야 이 둘이 모두 가능하다. 그런 어른들 중 대부분은 그런 학습지로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학습지는 그런 어른들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할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논술 교재에서는 청소년들이 생각해볼만한 문제들을 다룬다. 신은 전지전능한데 기도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은 필연적인 것인가 우연적인 것인가? 필연적인 것이든 우연적인 것이든 어떻게든 설명해야 할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최종적인 답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선택지를 여러 개 제시하는 것이다. 원문을 일부 읽고 논증을 재구성해보고 논술문도 쓴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논술 교재보다는 수준이 더 나은 것이 될 것이다. 자기가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할 사춘기 청소년으로서는 상당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고, 이는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교재를 잘 만들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도 효과가 있다면, 비-신자인 학생들도 교회에 올 것이다. 단순히 교재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되고 두 가지가 추가되어야 한다. 하나는 교재를 교회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구입 가능하면 교회에 안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만 판매해야 한다. 물론 비싸게 팔면 안 되고 적정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강습료가 무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중에 유사품이 안 나온다. 강습료 무료가 가능한 것은 목사와 전도사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교회와 인력을 이용하면 세 가지 이로움이 있다. 주변 지역 사회의 사교육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목사와 전도사에게 더 봉사할 기회를 줄 수 있고,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눈 먼 돈을 끌어올 수 있다면 교재 개발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정부 돈을 안 가져가면 개소리하는 놈들이 그 돈을 담아가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정부 돈을 타야 한다. ‘인문학 대중화’라고 하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융합’이라고 하면서 돈을 받을 수도 있고, 데이터마이닝 할 사람 한두 명 고용한 다음 ‘빅데이터’나 ‘4차 산업혁명’ 같은 것을 사업명에 붙여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개신교에서 이런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걸 응용해서 불교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한 회사에서 개신교 사업과 불교 사업을 같이 진행하면 좀 그렇기 때문에 자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종교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사업에서 이익이 나면 일정 비율로 관련 종단에 기부하는 것이 상도덕에 걸맞는 행동일 것이다. 대주주가 개신교 신자라고 해도 해당 분기에 불교 쪽에서 수익이 더 많이 나면 불교 쪽에 그에 상응하는 기부를 하는 것이다. 개신교 신자인 대주주가 절에 기부하면서 “용수보살 덕분에 이번 분기에 많이 벌었습니다”라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게 상도덕이고 동시에 종교화합이다. 그런 기업이 가능하다면 사훈을 <세계 평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20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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