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품이 잘 나간다든지 어떤 정치인이 잘 나갈 때 대부분은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안철수를 지지했는가? 괜히 안철수가 좋아 보이고 남들도 좋아하니까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왜 인문학 열풍이라는 것이 발생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이 뭔지 모르니까 그런 것 아닐까. 어차피 대부분의 인문대학에서는 등록금이나 받아먹고 학생들을 방생하니 다른 전공한 사람들은 더 모르지 않는가.
내가 이런 식으로 의견을 피력하면 몇몇 사람들은 “왜 너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느냐, 다른 사람도 너만큼 생각을 하고 산다”고 항의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특별히 무시한 적은 없다. 단지 나는 내가 별 생각 안 하고 살아서 남들도 나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하는 것뿐이다. 내가 한 대부분의 선택은 별다른 이유 없이 한 것이거나,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한 것이거나, 괜히 남들 하는 것과 반대로 한 것이다. 내가 쥐뿔이나 뭘 알고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나에 비추어보아서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 것인데, 남들은 나와 달리 사안마다 치밀한 분석과 논증을 거쳐서 얻은 결론에 근거하여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말인가. 나만 똥멍청이인가.
사람들의 어떤 선택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만 가지고는 그 사람들이 그런 결과를 예상하거나 의도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추가 자료나 논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흰개미집이 건축공학에 부합한다고 해도 흰개미가 건축공학을 알았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흰개미집이 건축 공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지는 것과 흰개미가 건축 공학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를 따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는 내 정신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는데, 시대 정신이랍시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다.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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