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대 행정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가다가 탁자에 놓인 과자 바구니를 보았다. 회의나 행사 때 쓰고 남은 것 같았다. 초코파이인가 하고 집었는데 하나는 빅파이였고 하나는 마가레트였다. 포장이 바뀌어서 세 과자 껍질 색깔이 모두 비슷하다. 빅파이는 너무 달아서 안 좋아하고 마가레트는 안 달아서 안 좋아한다. 빅파이를 집었다가 놓고 마가레트를 집었다가 놓았다. 나는 오예스 그릭요거트를 집었다. 쿠크다스도 집으려고 하는데 언제 내 옆에 왔는지 행정실 직원이 내 손에 빅파이와 마가레트를 쥐어주었다. 나는 직원한테 이 과자를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직원은 굳이 내 손에 그 과자를 쥐어주었다. 직원이 동네 할머니도 아니고 나하고 비슷한 또래인데 그랬다. 빅파이와 마가레트를 놓고 쿠크다스를 집으면 직원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았고 한 손에 과자를 세 개나 쥐고 쿠크다스도 집으면 과자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냥 행정실을 나왔다.
연구실에 와서 빅파이와 마가레트를 좋아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두 과자를 주고 나는 커피에다 오예스 그릭요거트를 먹었다. 어머니가 나보고 그렇게 옷을 거지 같이 입고 다니지 말라고 하셨는데.
(20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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